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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된 사람' 만드는 것 … 융합형 학문구조로 대학 재편"
"교육은 '된 사람' 만드는 것 … 융합형 학문구조로 대학 재편"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11.10.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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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이끄는 박희종 관동대 총장

 

1950년생. 2009년 3월 1일 관동대 총장에 취임했다.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레곤대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를 했다. 1986년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교직에 발을 디뎠다. 이후 명지대 기획관리실장, 전략기획실장, 사회과학대학장 등 주요 보직을 경험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과 (사)세이프 키즈 코리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국제통상정책론』, 『히토쓰바시에서 배운다』 등의 공저가 있다. 그의 교육철학은 "따뜻한 사람, 된 사람을 키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학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1998년)됐던 관동대를 다시한번 도약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박 총장의 구심력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대관령을 넘어서기 전까지 하늘은 온통 짙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아흔아홉 구비 옛길의 흔적이 멀리 보이는 고속도로를 타고 30분을 달렸을까, 하늘은 가을을 물고 맑고 푸르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소나무 향기 은은한, 온통 松林으로 둘러싸인 56년 전통의 관동대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522번지.

학교 대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학생들과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의 환호가 가득하다. 소나무 사이로 환한 표정의 학생들이 바쁜 걸음을 옮긴다. 학생회관 근처 학생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넘쳐난다. 지난달 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을 발표했을 때, 솔향 강릉의 자존심인 관동대도 포함돼 있었다. 새로운 비전으로 도약을 다짐하던 구성원들은 이 의외의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수시전형 지원자는 되레 늘어났다.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교과부의 시선과 달랐던 것이다.

박희종 총장의 집무실에는 가을 햇살이 창을 통해 깊이 들어왔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가을볕은 박 총장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을 맺히게 했다. 남서쪽으로 통창을 낸 방 구조라, 백두대간을 치달리는 태백산맥 줄기와 그 줄기에서 뻗어나온 소나무 숲과 대학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취임 2년 7개월에 접어든 그는 관동대의 저력을 확신하고 있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와 보건복지 분야를 특성화 방향으로 잡고 추진중이다. 강원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방향 설정이라는 평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미국 오레곤주립대와도 제휴하면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특성화뿐 아니라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제동행 세미나', 강의평가제 등을 강화하기도 했다. 교양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경력개발, 취업지도,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30여명 규모의 교수초빙을 계획하고 있다. 의과대를 둔 관동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전국평균 74.6%를 훨씬 웃도는 84.3%에 이른다.

리더십이 확고하더라도 구성원들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런 제도들은 '약발'이 듣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 총장은 '소통'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 학생들과 자주 직접 만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전 2020을 세우고, 향후 5년내 국내 20위권에 진입한다는 구상도 이런 소통에 토대를 두고 있다.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것만은 꼭 하고 싶은 계획'이 뭐냐고 묻자 박 총장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 기반을 굳히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도약의 토대를 다지는 일에 역점을 두고 싶어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동대가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도 고심하고 있었다.

△ 취임하신지 2년 7개월이 됩니다. 가장 큰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역대학으로서 관동대가 지니는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구성원들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게 된 점도 큰 변화입니다. 구체적인 것으로는 지역과의 협력, 특히 산학협력 분야의 노력이 보다 활성화되고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구성원 사이의 소통의 장이 열리고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협조하는 분위기가 더욱 공고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 구성원, 숨은 잠재력 깨달아

△ 최근 각종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학(혹은 지역대학) 교육의 ‘성과’ 혹은 ‘결과’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대학 평가 지표로서 ‘취업률’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지표는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는 척도로서 온전히 기능할 수 없습니다. 교육의 가치를 양화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실증주의적 경제 논리의 관점에서 설정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표는 대학 교육을 지성인 배출 교육으로 보지 않습니다. 또 이 지표는 학생을 어떤 수준의 자질을 갖춘 도구인, 즉 사용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산업 사회에 맞게 전문화된 기능을 갖춘 대학생들을 양산하기 위해 표준화된 지표입니다.

이런 경제 논리에 의한 결과주의가 오늘날 한국 대학에서 학문의 효용성과 도구적 가치만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전문 지식의 탐구와 전수만이 학문의 전부인 것인 양 전체 대학의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사회?문화적 인프라 차이, 우수 인재의 서울 집중 현상 그리고 지역대학 출신의 취업 기회에 대한 차별 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 대학의 평가는 그 지역 사회의 발전과 문화적 공헌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한 양적, 질적 지표를 지역 대학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마련하고 그것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들은 지금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관동대 역시 잘 가르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고 할 때, 도대체 '잘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원칙적으로 ‘敎育’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그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육이라는 말에는 '가르친다'는 뜻뿐만 아니라 '기른다'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원래 모든 교육은 인간의 본질적인 생명력의 회복과 인간 가치의 조화로운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당연히 대학 교육도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적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인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야 합니다. 따라서 제게 ‘잘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난 사람, 든 사람보다 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에서 4년간 내내 사제동행 세미나를 개설해 교수와 학생 간의 부단한 인격적 교제의 장을 마련한 것도 온전한 가치관과 건전한 사회의식을 먼저 심어 줌으로써 사회에 나가 모나지 않고 타인과 함께 공생하며 건설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을 배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 역시 '잘 가르친다'고 할 때, 교육의 질은 교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가르치는 대학을 위해 교수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은 무엇인지요?

"저는 우리대학 교수님들의 교육에 대한 헌신이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밀착해 지도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교수님들께서 강의 기준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11시간으로 확대해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러한 희생적인 노력들이 더 큰 성과를 얻고 교수님들께서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교수님들의 노력을 모두 계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객관적인 업적 평가를 통해 헌신하시는 교수님들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관동대는 '비전 2020'에 미래지향적 교육 완성을 위해 교육 특성화와 교육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학부교육 선진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실용중시 학생중심 대학'입니다. 이 구상은 ‘어떤 인재’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것인가요? 그 성과는 무엇으로(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대학의 중심은 교수와 학생입니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국가와 인류를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저는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를 스스로 발견하는 젊은이들을 키워내고 싶습니다.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는 지식의 양으로 측정되는 우수함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대학은 교육혁신책의 일환으로 모든 교과목에 대해 성과중심의 평가 제도를 구축했습니다. 단순히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교과목을 통해 어떤 능력을 배양해야하는가를 정하고 그 성취도를 측정하도록 평가 방식을 바꾼 것이지요. 예를 들어 교양과목의 경우 논리성, 창의성, 표현력 등 기초적인 소양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교과목의 내용을 구성하고 그에 따라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친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 특성화

△ 대학 특성화 방향으로 보건복지 학문 분야와 친환경 학문분야를 검토하고 계십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구상 같은데요, '실용중시'라는 기치와도 연결되는데, 어떻게 구체화할지 궁금합니다.

 "보건복지 분야의 특성화는 우리대학에 있는 기존의 의학과, 간호학과, 사회복지학과, 스포츠레저학부 등의 전공을 보다 포괄적이고 융복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물리치료, 작업치료, 응급구조 등의 전공도 신설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전공의 확대가 아닌 융합형 학문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는 관광의료 분야에 대해서도 우리대학 의학과와 호텔관광학부가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강원도의 지원을 받아 관광의료 분야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특성화의 다른 한 축인 환경 분야에 있어서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특화하고자 합니다. 환 동해권의 에너지 개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외에도 해양심층수 개발이나 해상풍력발전, 해수온도차발전, 수소에너지 활용과 같은 분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오레곤주립대에 있는 세계적인 파랑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고 일본의 주요 대학 및 연구소와도 협력 중입니다. 이와 관련 ‘에너지 플랜트’학과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플랜트’ 계약학과를 설치하고 현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체의 직원들을 우리대학 3학년으로 편입시켜 학사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인데 내년에는 중기청과 협의해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 한국 대학의 지상과제는 '구조조정'입니다. 내적 필요에 의해서든, 아니면 시대적 변화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서든 대학 구조조정은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동대 역시 전공구조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대학도 이미 여러해 전부터 학사구조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금년에는 사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원조정 및 학사구조 조정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도 했죠. 이제 불과 몇 년 후면 닥쳐올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3~4년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사구조의 조정도 필연적인 것이 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은 미래의 경쟁력과 우리대학의 특성화 방향입니다. 지난 몇 년간에 걸쳐 학과에 대한 평가 자료를 축적해 왔고 구성원들의 의견도 수렴 중에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해 왔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올해 안에 학사구조 조정의 기본 틀을 정하고 구성원들의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 관동대의 전임교원 확보율(84.3%)은 전국 평균(74.6%)에 비해 높습니다. 특히 다양한 교수채용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강의전담, 연구전담, 산학전담 교수를 어느 정도 늘일 계획인지요?

"의과대학의 교수님들을 포함하면 우리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활지도나 취업지도를 위해서는 더 많은 교수님들을 초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 교육을 위해 원어민 교수님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만 전공분야의 교육을 위해서도 훌륭한 외국인 교수님들을 초빙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양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양교육 전담교수님과 학생들의 경력개발이나 취업지도 또는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학협력 교수님들도 모실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내년에 30-40분 정도의 전임교수님들을 더 초빙할 계획입니다."

"체계적·효율적인 교육 기반 마련할 터"

△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으실 텐데요.

 "요즈음 지역대학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동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관동대의 저력을 믿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교수로 봉직한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통해 올바르고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대한 저의 목표와 신념 외에 최근 새로운 목표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아시다시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가 확정됐습니다. 이는 관동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강릉은 동계올림픽의 빙상 전종목이 열리는 도시이기 때문이죠. 고속철도와 제2 영동고속도로의 건설로 우리대학은 수도권과 한 시간 이내의 거리로 가까워집니다. 지역 발전 뿐 아니라 우리대학의 미래와도 관련된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다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동계올림픽 지원단을 학교 차원에서 설치했고 동계올림픽 지속가능 발전 연구센터를 발족해 관련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더욱 노력하여 동계올림픽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최익현 편집국장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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