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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ㆍ훔볼트의 독일정신과 동양의 지혜가 만나다
괴테ㆍ훔볼트의 독일정신과 동양의 지혜가 만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10.04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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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훔볼트학회ㆍ한독문학 번역연구소 ‘학문과 문화에서의 동서대화’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국훔볼트회(회장 안삼환)와 한독문학번역연구소(소장 안문영)가 공동주최한 국제학술심포지엄 ‘학문과 문화에서의 동서대화’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서구문명 특히 미국화에 의한 문명의 실패와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동서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인 대안보다는 큰그림의 필요성을 강조한 심포지엄이었다.

안삼환 한국홈볼트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에 이번 심포지엄의 맥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우리 한국사회가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해 선진국 대열에 거의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사회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이 지나치게 커서 배금주의와 비인간화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해 및 원자력 발전 문제가 크게 이슈화됨으로써 서구에서 들어온 여러 담론들과 생활형태들이 반성과 검증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서구 문명 자체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동양의 지혜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지적하면서 “괴테와 훔볼트로 대표되는 독일정신과, 유불선에 바탕을 둔 동양의 정신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삶의 형태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기에 직면한 서구문명과 代案

안문영 한독문학번역연구소장(충남대 교수) 역시 인사말을 통해 동서간 협력과 소통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독사전을 새로이 편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정수정 서울대 교수의 관련 발표로도 이어졌다. 한독문학번역연구소는 한국문학과 독문학의 작품을 훌륭하게 번역해낸 인재를 찾아 2년마다 한 번씩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여해왔다. 올해의 한독문학번역상은 이문열의 『시인』을 독일어로 번역해낸 베르툴리스 계명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심포지엄은 기후 문제에서부터 사전 편찬, 독일 통일의 교훈 등 다양한 문제를 짚었다. 특히 기후 문제의 세계적 연구자인 볼프 크리스티안 둘로 독일 키일대 교수(해양학)가 기조발제자로 초청된 것도 의외였다. 둘로 교수는 발표문「기후의 과거, 현재, 전망-지구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책임」에서 원론적인 내용을 전달했지만, 심포지엄 기획측이 ‘독일 문학과 문화’ 관계자들임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의제설정 자체가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구는 더 이상 우리 인간의 개발 또는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과 직결돼 있는 우리 자신의 일부”라고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운동들이 분출되고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당장 실천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이런 운동들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론에 못지않게 ‘실천’을 강조하는 면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서 의학의 대화: 상호 보완점과 차이점」을 발표한 하인츠 쇼트 본대학교 교수는 서양 의학이 자신의 전통의학을 ‘심령의학(Okkultismus)’으로 매도해버린 반면, 동양에서는 서양의학과 전통적 의학을 병행하는 지혜를 찾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오늘날의 서양의학은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 한의학으로부터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독일대사도 발표를 거들었다. 그는 에른스트 융어의 에세이집『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왜 애독하고 있는지, 동서문화의 대화 실례로 제기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림으로써 난제를 해결한 데서 힌트를 얻은 작가가 동양과 서양의 갈등을 푸는 열쇠로 활용한 사유의 흔적을 담은 이 책에서 외교관인 그는 다양한 국제적 갈등에 접할 때마다 지혜를 찾고 있다고 고백했다.

‘동서 대화’라는 주제에 걸맞게 한국이 주변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오스트리아’의 경험에 비춰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디트마르 골트슈닉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교수「전통 속의 오스트리아: 세계 경제 및 사회상황의 축소판」에서 1918년 패전과 더불어 축소된 작은 문화대국 오스트리아가 유럽연합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동구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실례를 인용했다. 그는 “동양의 문화전통을 가장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작은 나라 남한이 일본과 중국이라는 정치적, 경제적 강대국 사이에서 앞으로 어떤 문화적, 정치적 중간자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앞으로 유럽연합에서의 오스트리아의 역할과 대비해 주목한다”라고 지적했다.

서구문화와 동양문화를 대비하는 논의도 이어졌다. 체타나 나가바라야 태국 실파코른대 교수 「말을 앞세우는 시대의 예술작품 혹은 거친 서양 바람」이란 독특한 발표문을 통해 ‘태국’의 예술의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예술작품이란 종교적 행위에 필요한 공공의 기물로 간주됐으며, 대개는 익명으로 전해진다. 예술가는 이러한 고귀한 사명을 위해 ‘무명’으로 일하는 존재다. 그렇지만 오늘날 거친 서양 바람이 불어오면서, 예술은 종교를 몰아내고 자신이 성역을 독차지하게 됐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어째서 예술을 큐레이터나 매니저, 비평가들이란 중간자를 통해 만나게 된 불편한 현실이다. “예술은 매개자들의 말과 설명에서 일단 떨어져서 본래의 신성한 영역으로 되돌려질 필요가 있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주노동자 문제ㆍ'통일 한국' 형태도 논의

「景色과 풍경: 동서양의 분위기 미학」을 발표한 유호 히사야마 교토대 교수의 논의도 흥미로웠다. 일본 문학에서 삶의 공간이 어떻게 묘사되는가 하는 문제를 ‘분위기’와 연관해 설명한 그는 서양의 인식과 구별되는 동양적 인지 방식을 강조했다. 그는 ‘케시키(景色)’와 경치(Landschaft)를 구별했다. 그에 의하면, 고대 중국에서 ‘케시키’는 ‘경치’가 아니라 한 인간의 얼굴표정에 나타나는 그의 전체 분위기를 의미했다. 현대 일본어에서도 그와 같은 연상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케시키’를 ‘경치’라고 옮기기보다는 더 넓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그는 “서양인들이 흔히 사물을 보듯이 분화된 개별 요소들의 총화로서 의 의미가 아니라, 한 인간의 표정이나 어떤 풍경으로부터 느껴지는 전체적, 분위기적 인지”가 ‘景色’이며, 이 때문에 미학상의 문제에서도 동서의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이유재 튀빙엔대 교수김용민 연세대 교수의 논의도 유익했다. 이유재 교수는 「독일 경험에 비추어 본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김용민 교수는 「독일 통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모범인가?」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통일 논의’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중차대한 현안인 만큼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교수는 1960~70년대 독일의 대외국인노동자정책을 거울삼아 오늘날 한국의 대이주민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언젠가는 이 나라를 떠날 일시적 거주자로 대할 것이 아니라, 자국민으로 통합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용민 교수는 특히 “한반도 통일은 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세계적 사건으로 달성돼야 한다. 즉, 통일한국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자연과 인간의 조화 위에 세워지는 제3 형태의 국가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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