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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은 古典을 국민교양운동으로 발전시킨 문화운동가"
"가람은 古典을 국민교양운동으로 발전시킨 문화운동가"
  • 박태건 원광대 글쓰기센터 연구교수·국문학
  • 승인 2011.09.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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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_ 가람 이병기 탄생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가람 이병기 탄생 12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그야말로 '가람학'의 정초를 다진 자리였다. 특히 가람의 시조 혁신론을 재조명한 논의에서부터 가람 전집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전집' 간행 합의를 이끌어낸 논의까지 풍성했다. (사진제공=원광대대안문화연구소)
가람 이병기의 탄생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익산시 원광대에서 9월 2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가람 이병기의 문학과 사상’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가람을 종합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학술대회라는 주최측의 포부답게 현대시조의 개척자라는 호칭에 가려진 가람 사상이 다채롭게 재조명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통’·‘민족’·‘현대’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람의 문학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탄생 120주년 기념식후 최원식 인하대 교수의 기조강연(「이병기의 문학사적·지성사적 위상」)을 시작으로 학술대회는 1박 2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교수였던 이병기가 9?28수복후 낙향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중앙문단에서 잊혀지게 된 연유를 짚으면서 가람의 정신사적 의미를 복원한다. 기조강연은 가람의 학문이 이데올로기를 넘어 존재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학문을 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닌 운동의 길에서 학문을 탁마한 비제도권학자”라는 최 교수의 지적은 근대문학사의 正典化에서 밀려난 가람의 현주소를 말한다. 기조강연에서 주목한 것은 ‘시조혁신론’의 열쇠가 중국의 문학개량/혁명론에 있음을 밝히고 우리 시조의 현실에 비춰 가람이 이것을 재창안한 최초의 고전비평가라는 평가였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가람은 고전을 발굴해 우리 문학사를 풍요롭게 했고 그것을 일종의 국민교양운동으로 발전시킨 문화운동가였다.

이데올로기를 넘어 존재한 가람의 학문

본 발제의 첫 번째로 나선 이형대 고려대 교수는 「가람문학사의 서술시각과 방법」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가람의 최후의 노작인『국문학전사』가 본격적인 평가를 받은 바 없으며 이 책이 ‘서민문학’과 ‘여성문학’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국문학사연구에서 가람의 열망과 지혜를 간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경봉 원광대 교수는「이병기와 조선어학회운동」를 통해 중도적 민족주의 어문운동가로서의 이병기를 집중 조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병기의 업적은 1) 한글날 제정과 어문운동의 대중화 2)조선어사전 편찬과 어문통일 운동 3) 민족 정체성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벌인 우리말 정체성 찾기로 요약된다. 특히 해방후 조선어학회가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기울어진데 비해 가람은 한자어를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고유어 회복을 강조하며 민족의 고유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조선어학회 내에서 이병기의 위상이 축소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 교수의 발제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병기의 중도적 민족주의적 성향이 문법용어의 선택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문화민족주의자로서 이병기의 면모는 일제시대 민족문화론을 펼친 잡지 <문장>의 대부로 귀결된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가람, 시조, <문장>」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문장파가 지향한 고전부흥운동이 가람의 영향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고 그들을 표상하는 사물인 ‘蘭’의 심미적 지향성이 전통 선비에 대한 가람의 애착에서 비롯됐음을 말한다. 문장파의 전통 지향성은 조선조 내간체 문장을 긍정하고 고전론을 통한 민족공동체에 대한 역사적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가람 이후로 전통과 근대는 대립과 공존이라는 모순적 관계를 맺게 됐으며 생산적 소통의 통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지엽 경기대 교수의 「가람 이병기와 현대시조 운동」은 가람의 시조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발표다. 이 교수는 가람이 시조혁신론을 작품 내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중심으로 살폈다. 이 교수는 가람의 입을 빌어 현대시조가 살아남는 길은 대중성을 회복하는 길이며 이는 사실성과 더불어 참신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죽은 가람이 다시 돌아와도 현재 시단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경주 원광대 교수는 발제문의 연속적인 면에서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던졌다. 박 교수는 가람이 주창한 시조 율격론이 당시 일본시가의 영향을 받은 자수율의 경향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그리고 가람의 후기시조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어떻게 볼 것인지 질문했다. 이것은 가람의 전통 계승과 혁신론이 가진 함의를 규명해 보려는 시도로 보였다.

가람 이병기의 문학과 사상이 그 위상에 비해 학계에서 소홀히 다뤄진 것은 제도권학자가 아니었다는 것과 해방이후 지역문단에서 주로 활동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사상과 문학을 총괄한 『가람전집』이 발간되지 못한 점이 크다고 하겠다. 이 점에서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가 발제한 「『가람 이병기 전집』간행을 제창함」은 학술대회의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전정구 전북대) 모두 정본화된 전집발간이 급선무라는 점에 동의했다. 사실 가람전집 발간논의는 늦은 감이 있다. 전집을 기반으로 해야 가람정신을 기반으로 한 지식과 상상력의 융복합이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이 가미될 때 이 대회의 주최측이 의도하는 궁극적인 목적, 즉 가람의 문화콘텐츠화도 구체화될 수 있다.

이튿날 발표는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연회의 후유증 탓인지 전날 발표한 몇몇 연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시민과 문학인들의 참여가 많았다. 정수자 시조시인이 발제한 「가람시조의 미학과 정신」에는 지역 문학인들의 관심이 쏠렸고, 하정일 원광대 교수와 필자가 공동발제한 「이병기의 문화콘텐츠 방안과 문화도시의 비전」에서는 지역 문화운동가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지역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중앙에 종속된 지방이라는 얼굴, 다른 하나는 독자성과 역사성을 지닌 지역이라는 얼굴. 그 가운데 중앙에 종속된 지방, 중앙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차별받아 온 익산의 현재를 탈피하기 위해선 가람 문화콘텐츠 창출이 필요하다는 데 발제자와 토론자(이현식 인천문화재단)가 모두 동의했다.

지역문화운동가들의 활발한 참여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로비에서는 부속행사로 ‘가람의 시조 문인화 특별전’이 진행돼 긴장된 마음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학술행사가 끝나는 2일째 새 단장을 한 가람생가의 준공식과 가람 문학기행을 연계해 탄생 120년 기념 학술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가람 이병기의 다양한 면모가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합의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가람학’을 정립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진행될 가람 이병기 문학연구는 국문학사의 또 다른 줄기를 발견해내는 길이자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모든 참가자들이 동의했듯 보듯 가람은 현재화된 과거이고 오래된 미래다.


박태건 원광대 글쓰기센터 연구교수·국문학
필자는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와반시> 신인상, 대산창작기금 등을 수상했다. 논문에는 「신석정 문학의 탈식민성 연구」,「전북문학지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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