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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교육관료들의 실험실습장 아니다”
“교육은 교육관료들의 실험실습장 아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9.1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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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_ 교육과학기술부, 이대로는 안 된다 ②

최영진(최): 최근 교과부에서 부실 대학을 구조조정 한다고 하는데.

임재홍(임): 문제는 왜 하위 15%냐 하는 것인데, 하위 15%에 끼지 않았다하더라도 고등교육기관으로 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 교과부가 어떤식으로 평가했는지를 모르니 타당한지를 알 수 없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
정병호(정):

정병호(정): 이주호 장관이 해야 하는데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조조정은 사실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사립대쪽에서는 사적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할 것이 뻔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자체도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 또한 위원회 구성원들도 보면 완전히 비전문가들이다. 구조개혁을 논할 만한, 대학교육에 대해 철학이 있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는 기업 쪽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5명씩이나 들어가 있다. 국공립대 분과위원장은 현대그룹 임원출신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건지, 대학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

 

임: 현재 사립대가 87%다. 고등교육 정책을 바꾸려면 그쪽의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교과부는 계속해서 사립대 배려정책을 펼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칼을 빼들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배려정책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구조조정 특별법은 사회복지 법인으로 퇴로를 열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동안 학생들이 낸 돈으로 건물도 지었다. 설립 당시에 낸 돈 말고는 낸 것이 없다. 가져간 게 더 많다. 현재 있는 재산은 이사들의 것이 아니다. 비영리법인 정책에도 강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다른 비영리법인도 다 요구할 텐데 어떻게 감당할 거냐. 학교를 사적재산으로 인정하는 구조조정은 안 된다. 현재 법안을 보면, 정원을 감축한 다음에 학과 통폐합, 신입생 모집 중지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15%를 매년 쳐서 어느 정도 질 관리가 되면 중단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기준’이다. ‘어디까지가 부실하지 않은, 건실한 사립대냐’의 기준 없이 하위 15%라는 목표에 맞추는 식의 질 관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문제는 정책을 펼 때 고려해야하는 점이기는 하지만 학생 수에 맞춰서 고등교육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 퇴출되는 대학을 국ㆍ공립으로 편입하든, 현재 있는 국ㆍ공립대 정원을 늘려주든 어쨌거나 큰 틀에서는 국ㆍ공립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 하위 15% 대학을 가려낸 지표 자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특히 취업률을 갖고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예술대학과 자연과학대학 등의 경우 취업률을 갖고 평가할 수 없다. 전형적인 관치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
박배균(박): 

박배균(박): 사립대 구조조정에 동원된 교과부의 지표는 실로 어이없는 것이다. 취업률을 중요 지표의 하나로 포함시켰는데, 이는 대학을 직업훈련기관으로 격하시켜 바라보는 것이다. 지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교육철학, 대학교육에 대한 입장, 고등교육 미래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아무런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 없이 교과부가 임의적으로 지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립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매우 비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지표 선정 과정에서 촉발될 복잡한 논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사립대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 것이 두려워 그랬다는 식의 변명은 말도 안 된다.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은 지표에 의한 사립대 구조조정이 벌써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이 더 비효율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임: 대학 중에는 내부적으로 볼 때 괜찮은 단과대학, 학과도 있을 수 있는데 전체를 부실대학으로 낙인찍는 경우 의외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일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것 자체가 부실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부실대학 선정’은 탁상행정·관치의 전형

최: 하위 15% 대학에 이른바 비리사학들도 많이 포함됐다.

정: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사립대 설립을 준칙주의로 바꾸고, 정원도 늘려준 책임이 이주호 장관을 비롯한 교과부 관료들에게 있는데, 이제는 적반하장 식으로 사립대를 구조조정 한다고 나서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무엇보다 교과부 관료들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사립대의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도 이러한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교과부 관료들의 정책에 있다. 한편으로는 비리사학을 두둔해 비리로 얼룩진 구재단 측 인사들이 복귀하는 것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부실사학을 구조조정 한다는 것도 이율배반이다.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단이 간여하지 못하게 한 뒤 형편에 따라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국ㆍ공립화 시켜야 한다.

임: 사립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현재와 같은 강압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즉, 일상적 관리감독의 문제가 등록금 문제 때문에 졸속으로 부실대학을 퇴출하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박: 비리사학 문제와 사립대 구조조정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교과부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지표에 따른 사립대 구조조정은 그 자체로 문제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비판받고 수정되거나 폐기돼야 하는 것이지, 비리사학의 일부가 사립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문제가 많은 사립대 구조조정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 사학비리에 대한 감시는 교과부와 정부가 상시적으로 해야 하며, 비리가 드러난 사학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정부의 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정: 구조조정이 밀실에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전혀 없다. 법에 근거를 두지 않은 자문기구를 앞세워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향유하는 대학을 구조조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다.

박: 정당성과 설득력이 결여된 지표를 임의적으로 선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다. 대학과 고등교육은 기본적으로 건전한 아카데미즘의 바탕 위에 건설된 학문공동체와 지식 생태계를 통해 스스로 진화, 발전, 치유돼야 하는 것인데, 국가에 의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이러한 학문 생태계의 건강한 역동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바나나 플랜테이션으로 바꾸려는 것과 같은 반학문적 행위다. 물론 일부 문제가 많은 사립대를 퇴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은 최소한의 긍정적 측면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립학교법 개정,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국ㆍ공립대 확충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임:

임: 부실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실 대학의 퇴출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영역에서 무엇이 부실한 것인지를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율과 같은 몇몇 기준으로 판단이 가능한 것인지, 그 자체가 의문이다. 실제로 법인이나 대학 운영자가 공금을 횡령하고 인사 비리를 저지르는 대학은 이미 부실대학 이전에 교육영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사실 비리를 저지른 대학법인부터 퇴출시켜야 타당하다. 그런데 교과부는 한편으로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비리를 저지른 종전이사들에게 학교법인 경영권을 돌려주고 있다. 이 자체가 넌센스다. 감사를 통해 교과부도 비리를 저지른 사립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대학부터 퇴출의 우선순위를 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퇴출사학, 준국공립화 하는 방안 고려해야

최: 그렇다면 구조개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임: 바림직한 대학 구조조정이란 먼저 고등교육기관이 적정한 질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 교수학생 비율이나 물적 시설조건들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고 나서 경쟁이든 평가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정 수준을 갖춘다는 것은 사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종래 법인화 정책 등과 같이 경상비 지원은 감축하면서 오로지 통제적 관점에서 평가만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정적으로 매우 부실한 상태다. 이런 사립대의 질 관리는 채찍을 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립대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되 법령에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퇴출시켜야 한다. 사립대학이 원한다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정 기준을 스스로 확보할 가능성이 없는 사립대의 경우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의 지위를 부여하고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지원을 하되, 계획에 따라 법적 지위를 사법인에서 공법인으로 전환하고, 기존 이사들은 법인운영에 반수 이하만 참여하도록 하고 나머지 이사들은 교과부 추천이나 대학 구성원 추천으로 하는 준 국ㆍ공립화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 구조조정도 필요한데 당사자인 학생,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학문간 융ㆍ복합 경향, 지역 간 균형, 기초학문 강화 등 여러 요소들을 염두에 두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정책 집행 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이미 해당 대학에서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박: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의 전면에 나서서 이것저것 개입하기보다는, 건전한 아카데미즘의 바탕 위에 역동적인 학문공동체와 지식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를 통해 학자와 대학인들이 스스로 대학과 고등교육의 문제를 치유하고 진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에 치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3배 이상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국ㆍ공립대의 확대를 통한 고등교육 공공성의 증대, 국ㆍ공립대 교육과 학문 활동에서 전국적 혹은 지역적 네트워크적 협력 강화, 대학 내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한 학문사회의 책임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
최:

최: 이주호 장관이 법적 근거도 없이 국립대 선진화 방안, 부실 사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 교과부 장관의 교육철학 부재가 큰 원인이다. 철학이 없으니, ‘좌충우돌’인 것이다. 대학을 회사나 공장으로 보고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박: 대학 민주주의의 말살을 통해 대학과 학문사회에 대한 자본과 국가 권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임: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학생 수의 격감에 대한 대응이다. 국립대든 사립대든 대학의 입학정원을 축소하는 데 구조조정의 최종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급격히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부실 사립대를 양산한 것은 교육행정청이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다시 교과부가 퇴출정책을 들고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것이 교육관료들의 실험실습장은 아니다.

현재의 정책은 일부 사립대는 퇴출시키고 일부 사립대는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퇴로를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고등교육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급한 학생 수 격감에 대응한 정원 줄이기 정책인지 사실 혼란스러운 면도 있다. 무엇이 고등교육 정책의 진정한 목적인지 이것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사후처방적인 방식으로 고등교육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다.

 

☞ 좌담 참석자  소개

○ 박배균 서울대 교수
1967년生.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지리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한국공간환경학회 학술위원장과 <Political Geography> 편집위원,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and Regional Research> 편집위원으로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1962년生. 인하대 박사(공법)를 했다. 행정법과 교육법, 인권법이 주요 연구 분야다. 영남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로 있다. 「대학 자치와 교권」, 「사립학교법 상 임시이사 제도의 법적 성격」, 「사립학교법 상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권」 등의 논문이 있다. 현재 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실장이다.

○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
1962년생. 독일 괴팅겐대에서 박사(민법/법제사)를 했다. 한국민사법학회 판례이사와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 정책위원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로마법의 유럽 전승과 유럽 통합」, 「민법 개정안 제242조의 2(경계 침범 건축)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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