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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5%만 정리한다고 질 높아지나…건실한 사립대 기준부터 세워야
하위 15%만 정리한다고 질 높아지나…건실한 사립대 기준부터 세워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9.19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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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_ 교육과학기술부, 이대로는 안 된다 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각종 고등교육 정책 밀어붙이기에 나서고 있다. ‘반값 등록금’ 정국을 틈타 실속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챙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른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단계 방안에서 학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를 도입하더니 최근에는 총장 직선제마저 폐지하고 총장의 성과를 1년마다 평가해 예산, 교원 정원과 연계하겠다는 내용의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국립대 법인화의 우회로’라는 의심을 받는다. 대학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선진화위원회를 발족한지 두 달 만에 구조조정 후보라 할 수 있는 하위 15% 대학을 선정했다. 둘 다 명분은 ‘경쟁력 강화’다. 하지만 하위 15% 대학만 ‘정리’하면, 국립대 지배구조만 바꾸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일까. 그래서 <교수신문>이 긴급 좌담을 마련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부의 두 정책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대표선수’들이 모인 자리인데도 “국립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주호 장관부터 우선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은 교육관료들의 실험실습장이 아니다”, “교과부 관료들이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큰 틀에서는 국ㆍ공립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 일시: 2011년 9월 7일 오전 10시
● 장소: 교수신문사 회의실
● 참석자: 
    박배균 서울대 교수(서울대 법인화반대 공대위 운영위원장)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교수노조 정책실장)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국교련 정책위원장)
● 사회 : 최영진 교수신문 편집주간(중앙대, 정치학)
● 정리 : 권형진ㆍ옥유정 기자
jinnyㆍok@kyosu.net
● 사진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최영진(이하 최): 교과부가 최근 펴는 고등교육 정책이 학내 민주화나 대학 자율을 해치는 측면이 있다. 먼저, 국립대학을 선진화 시키겠다고 하는데, 적절하지 못한, 정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크다.

박배균(이하 박):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학내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정책이다. 핵심은 미국식 대학 모델에 입각해 총장을 외부에서 데려오겠다는 것인데, 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대학에서 그나마 유지돼왔던, 학내 민주주의의 가장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려 한다. 교수들과 직원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임재홍(이하 임): 국립대 법인화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교과부는 언제나 ‘자율적인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교과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목적과 속에 숨겨진 의도가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자율화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제 숨어있는 의도는 경상비를 덜 쓰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인 것 같다. 2004년에 처음 안이 나왔을 때, 매년 10%씩 줄여 10년 뒤에는 100% 재정지원을 끊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또 하나는 지배구조 개선, 총장 직선제 폐지다. 학내에서 나오는 총장은 교과부와 대립이 심하다. 겉으로는 말을 듣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말을 안 듣는 일이 많아지니까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것 같다. 총장 직선제 폐지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돈은 안쓰고 관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면서도 교활한 측면이 있다. 법인화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니 어떻게 하면 우회적으로 돌릴 것이냐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국립대가 우리나라에 13%밖에 안 되는데, 13%에 대해서 지지고 볶는 것이 정말 좋은 정책인지 모르겠다.

최: 국립대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 아닌가.

 

박배균 서울대 교수 "정부가 임의적으로 지표를 설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다. 비리사학이 일부 구조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해서 문제가 많은 구조조정이 정당화 돼서는 안 된다."

박: 그 부분이 교과부에서 내세우는 정당화의 근거다. ‘대학 교수들이 나태하다’는 것.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학교수를 경외시하면서도 비판적 시각으로 쳐다본다. 과장되게 거론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립대에 문제가 있다면‘어디서부터가 진짜 문제고,
어디서부터는 과장된 것인지’를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병호(이하 정): 1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 법인화였다. 그런데 법인화는 서울대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잘 안 되고 있다. 법인화가 지방대를 망치는 길이라고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총장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다. 그러다 ‘반값 등록금’이 터지니까 그걸 이용해서 직선제 폐지 등을 집어넣었다.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1단계의 재탕이다. 법인화 하면 당연히 직선제가 폐지되고, 성과목표제를 실시해서 정부 관료들 목표대로 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거다. 이렇게 되면 대학 내에서 진정한 학문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교과부는 항상‘국가에서 간섭을 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하다. 국립대를 풀어줘야 된다. 자율성이 늘어나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논리를 편다. 완전히 잘못된 근거다. 랭킹 10위 안에 드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놓고 연구논문 쓴 걸 비교해 보니, 비용 대비 논문 수가 국ㆍ공립대가 더 많다. 논문 한편 쓰는 데 돈이 덜 든다는 말이다. 교과부 보고서를 봐도 국ㆍ공립대가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 만족도 등에서 더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국립대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법인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책을 관철하려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

직선제 폐지·성과목표제는 국립대 법인화 우회로

임: 그럼 왜 세계적인 대학이 안 나오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복지논쟁과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ㆍ공립대에 대한 지원은 50위권에도 못 미치는데 대학의 성과는 5위권 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돈은 안 주고 쥐어짜는 거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이 IMF때 크게 한 번 시각이 바뀌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취업하기가 힘들어졌다. 취업이 안 되는 책임을 대학 교수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교수 경쟁력이 학생들의 취업률을 결정한다는 거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들이 일자리를 쉽게 찾도록 해야 하는데, 이제는‘어느 대학 학생
들이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돼 버렸다.

정: 취업률로 대학을 줄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이 엄청나게 늘었다. 이런 정책을 수십 년 동안 해온 교과부의 잘못 아니냐. 대학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되는데, 대학에 대해 간섭하는 정책을 펴는 사람이 누군지 ‘정책 이력제’를 좀 했으면 좋겠다.

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사실 대학 자율화를 위해 과거 교수들도 찬성했었다. 국가가 왜 간섭하느냐는 논리에서였다. 원래 목적대로 이뤄졌어야 하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 대충 계획서만 받아서 학생수 늘려준 것이 부실대학을 양산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교과부는 한편으로는 비리를 저지른 종전이사에게 학교법인 경영권을 돌려주고 있다. 이 자체가 넌센스다. 이런 대학부터 퇴출의 우선순위로 잡고 비리를 저지른 대학법인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임: 대학생 수가 늘어난 것은 크게 두 번 있었다.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때.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자녀 대학 보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풀어줬다. 국가가 인심을 쓴 것 같지만 사실은 돈은 私人들이 부담했다. 김영삼 정부 때 사립대 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할 때 이주호 장관이 했던 이야기가‘고등교육이 다양화되면 그 중의 일부는 특성화 될 거다’는 것이었다. 단세포 수준의 아이디어다. 사립대 많이 늘려놓았지만 거기서 특성화된 대학, 우수한 대학 하나도 안 나왔다. 부패 사립대만 양산했다. 결국은 국가가 돈을 안 쓰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교과부와 私人, 둘 다 공범이다.

 

최: 국립대 문제를 거버넌스와 급여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총장 직선제도 중요하지만 대학 내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총장 직선제만 갖고 학내 민주주의가 완전해 지는 건 아니다. 견제하는 기구도 있어야 한다. 대학평의원회 구성도 교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대학 민주주의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당위적인 측면에서 보면 총장 직선제가 더욱 필요하다.

정: 총장 직선제를 할 때 여러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때문에 직선제를 없애야 하나. 없애면 비리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직선제일 때는 투표권자가 많으니 몇 만 원짜리 상품권만 돌리겠지만 간선제를 하면 투표권 있는 몇 명만 끌어들이면 돼 더 큰 돈이 오갈 수 있다. 지금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공직선거법 등을 엄하게 적용하면 된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총장한테 1년마다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인지 목표를 정해서 제출하라는 성과목표제다. 대학의 기업화다. 기업이 1년마다 결산하듯이 대학도 1년마다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에서 재정지원은 미약한 수준으로 하면서 국립대를
컨트롤하겠다는 의도다. 총장 직선제는 대한민국 법률이 허용하고 있다. 법률에서 허용한 것을 교과부가 못하게 하고 있다. 직선제 유지하면 패널티를 주겠다고 하고 있다.

임: 미국식 대학이 과연 성공한 모델인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의 총장은 주된 역할이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이지 대학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대학 구성원이 운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미국식 정책을 가져오려 한다. 국가가 자신이 져야 할
재정 역할을 시민사회에 떠넘기는 것이다. 단과대학이든 학과든, 누가 프로젝트를 많이 따오느냐를 성과로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식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폐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미국식 모델 가져올 때도 굉장히 왜곡해서 가져온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국가가 고등교육에 역할을 많이 했다. 특히 전쟁 이후에 중요한 주립대학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일부 재정이 힘든 사립대는 주립대化시켰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적인 나라인 미국마저도 국가가 고등교육에 많은 역할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임: 영국은 다들 사립대라고 하는데 대학 재정의 75%를 국가가 책임진다. 국립대나 다름없다. 미국도 주립대 비율이 72%다. 주정부가 재정 책임을 많이 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이나 미국에서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교과부가 알아야 할 것은 고등교육도 공교육이고, 교육 기본권과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에 재정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연구비, 사업비 지원 정책인데, 국가가 어느정도 경상비, 특히 인건비에 대해서는 재정 책임을 부담하고 가야 된다. 그것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질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쥐어짜면 고등교육 질 관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균형정책 이름 아래 사실상 사립대 배려정책 펼쳐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 "대학구조개혁위 자체도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한다. 심지어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도 5명이나 들어가 있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대학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

정: 교과부 정책은 사실상 사립대 배려 정책이다. 옛날에 비해 국ㆍ공립대 비중이 많이 줄었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사립대 정원이 엄청 늘어서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 국립대 안 가고 서울 사립대 간다. 국립대 하위 15%를 가려내서 그 정원을 사립대로 가게 하려는 것 같다. 오히려 다 같은 틀 안에서 하위 15%를 뽑고, 퇴출되는 대학 학생들을 주변 국ㆍ공립대로 옮겨줘야 되는 것 아니냐.

 

임: 국ㆍ사립대 간 균형 정책을 펴왔지만 통계를 보면 사실은 사립대 배려정책을 펴왔음을 알 수 있다. 1980년 사립대 비율이 69%, 국립대는 31%였다. 학생 수로는 45%가 국립대 학생이었다. 그런데 30년사이에 사립대 비율이 87%, 사립대 학생 규모는 82%로 늘었다. 결국 국가가 돈을 아끼는 과정이다. 적정 수준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만들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국ㆍ공립대를 신설하거나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대란’이라고 하는데, 사립학교 법인의 대란이지 국민들 대란이 아니다. 사립대가 줄어들면 교수·학생 비율은 오히려 좋아진다. 사립대와의 형평성을 위해 국ㆍ공립대도 하위 15%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국ㆍ공립대는 그 동안 엄청나게 많이 줄여왔다. 이제는 어떻게 늘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 오히려 평가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은 수도권과 非수도권을 나누는 것이다.

최: 직선제를 하면 총장이 대부분 단임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임: 임명제로는 교수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없다. 또 (임명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는 만들 수 없다.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 "대학설립준칙주의는 사실 교수들도 찬성했었다. 국가가 왜 간섭하느냐는 논리에서였다. 원래 목적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대충 계획서만 받아 학생 수 늘려준 것이 부실대학을 양산했다."

최: 미국 대학의 장점 중 하나가 분권 시스템이다. 학과 단위의 자율성이 크다. 우리는 일종의‘보직 독제’다. 지금까지 그걸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

 

정: 총장 직선제를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총장 독점 체제다. 학칙을 바꾸는 게 총장 권한이다. 교수들이 바꾸자고 해도 총장이 사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다. 이걸 분권화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총장이 직선제로 뽑혀도 자기 측근들하고만 해 버리면 그것도 문제다. 그러면 의사 결집이 안 되고 또 운영이 어려워진다.

최: 교수들도 총장 직선제 해봐야 나머지 구성원들은 여전히 무기력하다는 생각을 한다.

임: 그래도 임명제보단 직선제가 더 의견을 수렴하는 범위가 넓다. 총장 독제에 대해서 상호 견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건 교수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처음에 교수들만 투표권을 갖고 있을 때 직원과 학생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대해 모른다. 직원들은 행정을 하니까 알지만 눈치를 봐야 되기 때문에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다. 껍데기만 자치제고 내용적으로는 자치제로 못 간 것이다. 총장에 대한 견제 역할이 필요하다. 내부적인 분권 시스템이 없으면 임명제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박: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지 않겠나.

정: 회의를 해도 100% 공개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떳떳하지 못한 내용이 있지 않나 의심을 살 우려가 있다. 인사나 징계 관련 회의가 아니고선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 국립대의 사례가 있는데, 학생과 직원이 대학평의회에 들어오게 되니 억지 주장이 많이 없어져서 회의진행이 원활해 졌다고 한다. 회의는 더 많이 공개돼야 하고, 교수들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질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최: 급여 문제로 넘어가 보자.

정: 성과연봉제, 말은 좋다. 교과부에서는‘성과급적 연봉제’라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상호약탈적 연봉제’다. 총량은 정해져 있고 동료들끼리 싸우게 하는 제도다. 그야말로‘정글의 법칙’이다. 지금도 사실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수들도 이미 성과급 받고 있다. 왜 성과연봉제 안 한다고 하느냐’고 물으니 교과부 장관이 답을 안 하더라. 누적연봉제의 폐해도 있다. 처음 5년 동안 최고등급을 받다가 뒤에 최하등급을 받는 경우와 거꾸로 처음에 놀다가 나중에 열심히 하는 경우를 비교해 봤더니 연봉이 5천500만원 차이가 나더라. 누적연봉제니 전자가 연봉이 더 많다. 교과부에서 계속 압박하고 있는데 교수들이 방어할 수 있는 건 자료 제출을 안 하는 방법밖에 없다.

최: 누적 연봉제가 효과는 없고, 사람들 자존심만 상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대학이 잘 되려면 교수들이 잘 해줘야 하는데 B급이니 난 B급 정도만 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임: 성과연봉제의 효과는 5년 밖에 못 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생긴다. 결국 ‘나는 받은 월급만큼만 일하고 연구하겠다. 연구도 내 방식대로 설계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 정책을 따라가지 않는다. 성과연봉제는 아무
리 열심히 해도 누군가는 B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에서 교수노조 가입률이 굉장히 올라갔다고 한다. 살아남는 방식이 노조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나. 연구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쫓아가는 대학들도 많다.

정: 국립대 교수들 사이에서 교과부 장관부터 우선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화 방안이라는 용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후진화 방안’이라고 해 달라. 법인화가 아니라 기업화다.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상호 약탈적 연봉제라고 해야 한다. 

임: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정당에 고등교육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30년 고등교육 정책 보면 여야가 똑같다. 재밌는 건, 자기네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해왔던 정책이라도 여야가 바뀌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교육정책에 대한 무지다. 아주 피상적인 지식 말고는 없다. 결국 교과부 관료들한테 질질 끌려 다닌다. 입법부가 교육정책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박: 사회세력들이 정치권에 얼마나 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도 최근에는 시민사회영역에서 교육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는 면이 있다. 어쨌거나 정치적인 압박을 해야 한다.

정: 문제는 교과부 정책이 너무 몰상식해서 토론의 여지가 없는 점이다. (이런 정책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대학이 망가지니까 막는 데 급급하다. 그러니 밖에서 보면 교수들은 반대밖에 못한다고 평가하게 된다. 또 교수들도 교과부 정책에 대해 자세히 모르니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

최: 대안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일단 막기에 급급한 것 같다.

정: 이주호 장관의 공격이 상식적 수준을 넘어섰다. 교수들이 자정 노력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뭔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모든 자율을 다 뺏어간다.

임: 대부분의 평가 지표를 보면 학생들 가르치는 건 표시가 안 난다. 지표로도 안 나온다. 이 정책으로 가다보면 교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교수단체들이 그 역할들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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