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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47) 엽록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47) 엽록체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1.09.06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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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줄과 숨통을 쥔 생명체 … 무위자연이로고!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식물 잎줄기의 엽록체는 태양을 힘겹게 머금고 담는 공장이다! 어찌하여 녹색식물들은 연두색을 내는가. 그것은 圓盤形인 엽록체 탓으로 세포 하나에는 평균해 50~200개 가량의 엽록체가 들었고, 하등식물은 한 세포에 엽록체 하나만 달랑 있는 것도 있다 한다.

 

믿거나 말거나, 엽록체는 세포가 긴긴 세월 진화하면서 호기성 세균이 끼어들어 기꺼이 미토콘드리아로 바뀌었듯 단세포 남조류(cyanobacteria)도 얼김에 식물세포에 선뜻유입돼 일찌감치 엽록체로 둔갑했으니 이것을 세포공생설이라 한다. 정작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을, 엽록체는 藍藻類의 여러 특성을 고대로 빼닮았으며, 이 둘은 세포질에 있어서 세포질 유전 곧, 엄마를 닮는 모계유전을 한다.

그럼 엽록체가 있으면 왜 이파리가 녹색인가. ‘그건 엽록체 안에 든 곸걥素란 색소 탓’이라 해도 틀리지 않지만, 엽록소가 다른 색은 흡수하면서 유독이 녹색만을 반사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구나. 저 잎사귀가 햇빛의 여러 색깔 중에서 연두색만 반사하므로 우리 눈에 녹색으로 보인다! 허나, 모든 색을 죄다 흡수하면 검어지고, 모두 반사하면 흰색이 된다고 했지. 모름지기 모두를 품고 살리라.

이 세상에서 태양에너지를 끌어 모아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光合成) 것은 유일하게 기상천외한 녹색식물의 엽록체뿐이다. 6CO2+ 12H2O → C6H12O6+6H2O+6O2, 이것은 엽록체 알맹이에 든 엽록소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방정식이다.

이 등식을 잘 들여다보자. 태양빛(광 에너지)이 뿌리에서 올라온 물을 분해하고, 분해된 수소와 이산화탄소(잎의 기공으로 듦)를 결합시켜 포도당(C6H12O6)을 만들면서 산소를 만든다. 알고 보니 이산화탄소는 포도당에 들어갔고, 우리가 마시는 산소는 애당초 물의 산소렷다! 그 포도당은 마침내 동식물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해 열과 에너지(ATP)를 내고 더불어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대기로 날아가니 말해서 탄소순환이라는 것. 참 오묘하고 신통하다. 사람이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식물의 광합성을 흉내 낼 꿈조차도 꾸지 못한다. 아, 저토록 더할 나위 없는 장한 식물이렷다!

식물들은 이렇게 만든 葡萄糖을 원료로 해 녹말, 지방, 단백질 따위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는 에너지(힘)가 들어있다. 쌀알에 든 에너지는 벼 잎의 엽록체가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전환)한 것이요, 달걀이나 우유마저도 곡식에 든 에너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밥이나 달걀을 먹는다는 것은 곧 태양에너지를 얻는 셈이요, 소젖을 마신다면 바로 태양을 들이켜는 꼴이다. 그렇다, 태양을 질겅질겅 씹고 꿀꺽꿀꺽 마신다! 희한하고 괴이한 일이 다 있다.

그럼 생선을 한 토막을 먹었다면? 강과 바다의 식물성플랑크톤엽록체가 태양에너지를 써서 자라고, 그것을 동물성플랑크톤이 먹고, 새우,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사람 순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된다.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물(화학에너지)은 식물성플랑크톤의 엽록체가 합성한 태양에너지가 아니던가. 식물성플랑크톤에서 사람까지 줄줄이 에너지가 이어져 흐르니‘에너지사슬’이다. 먹이사슬은 곧 에너지사슬인 것.

한술 밥이나 달걀, 우유, 생선에 든 화학에너지는 금세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온갖 움직임에 쓰이고, 소리에너지로 변한 것은 음성을 내고, 열에너지는 체온을 유지한다. 그게 어디 사람뿐일라고. 뭇 동물들은 허울뿐인 消費者에 지나지 않으며, 모름지기 生産者인 식물성플랑크톤이나 푸나무녹색식물이 한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젖줄이다. 아, 금쪽같은 위대한 식물이여, 보물 같은 그대 엽록체여!

O Sole Mio! 놀랍게도 우리가 태양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그것에 버금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많으면 오히려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서 양분을 만들고 난 부산물인 산소(oxygen)다. 공기와 물이 흔하면 도저히 그 고마움을 모르듯이 엽록체가 먹을거리와 생명의 공기인 산소를 준다는 것도 미처 깜박했다. 아예 내 밥주머니를 검어지고 숨통을 틀어쥔 생명을 담보하는 엄청난 엽록체를 이따금 본체만체 소홀했었네. 설마하니 눈에도 안 보이는 꼬마 엽록체가 이렇게 값지고 귀한 어마어마한 존재일 줄이야.

우린 속절없이 그들에 빌붙어 거저먹는(종속하는) 한갓 머저리 食蟲에 지나지 않음도 새삼스럽게 알았고. 이래도 경탄해마지않는 감지덕지한 식물을 卑下·貶下하여 함부로 타박하며 할퀴고, 밟고 문지르는 개망나니 짓을 할 것인가. 누가 뭐래도 無爲自然인 것을…..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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