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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평가 없애고, '선도저널 인센티브 계약제'로"
"학술지평가 없애고, '선도저널 인센티브 계약제'로"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8.2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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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학술지평가제 혁신방안' 공청회...학술지 평가 개선방안 제시돼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학술지 평가제도 혁신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현 평가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다. 주제발표는 왕상한 교과부 학술정책자문위원장(서강대)과 김태윤 교과부 학술정책자문위원(한양대)이 맡았다.

현행 학술지평가 제도가 학술지의 난립을 막고 질적 향상을 유도한다는 종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22일 학술지평가제도 혁신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현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한 주제발표는 왕상한 교과부학술정책 자문위원장(서강대)과 김태윤 교과부학술정책 자문위원(한양대)이 각각 맡았다.

왕상한 교수는 현행 학술지평가의 문제점을 △학술성 훼손 △학술지의 하향평준화 △평가집행의 어려움 △평가결과 적용의 어려움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학문분야별로 나눠 하위 문제를 짚었다.

우선, 왕 교수는 현행 학술지평가 제도가 학문의 자율성을 해치며 학술지를 서열화한다고 봤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정부가 학술지의 세분화를 조장하고 난립을 초래했다”라고 왕 교수는 말했다. 학회가 세분화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학문 간 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특히 왕 교수는 평가를 통해 학회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특정분야의 연구를 장려하는 ‘금상첨화’와 함께 특정분야의 연구를 황폐화시키는 ‘설상가상’의 효과를 줘 균형 있는 학문발전을 저해한다”라는 것이다.

또한 현 평가제도가 질적 수월성 자극에 실패해 학술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왕 교수에 따르면, 현행 평가는 사실상 체계평가에서 등재(후보)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체계평가의 지표가 대부분 형식적이고 규제적 속성이 강해 질적인 수월성을 반영하기 보다는 ‘단타 연구’를 장려한다.

평가집행의 어려움에 있어서는 “기관 편이의 평가제도가 평가를 준비하는 학술단체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탈행위’를 촉발한다”라는 점을 왕 교수는 가장 문제시 했다. 연구재단의 인증을 받는 것에 학술지의 존폐가 달려있어 연구자들은 평가제의 정량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일탈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문제제기였다.

문제는 대안이다. 김태윤 교수는 현행 학술지평가 제도의 대안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현행 평가방안을 폐지하거나 인증제로 바꾸고, 그 대신 ‘선도저널 인센티브계약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술지평가의 기본 취지는 ‘인증’인데 ‘평가’의 짐까지 지고 있다”라며 “‘인증’이라는 취지에서 역할을 다했다면 폐지하거나, 기준을 간략화해 ‘인증제’로 역할을 축소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회가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를 만들겠다고 하면, 정부가 지정하는 제3의 기관이 계약을 통해 학회를 지원(심사료/번역서비스/학술지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학회로부터 지원금을 환수하는 조건도 달았다.

김 교수의 이 같은 대안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았다. 토론자로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발해 계약을 맺고, 얼마나 예산을 지원하며, 그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거냐”라고 반문했다. 또, “‘학회’라는 단체는 실체가 없는 집단이라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김재춘 교수는 이어 “인증과 선도저널 인센티브 계약제가 도입이 된다면 학술지가 다시 ‘인증 학술지’와 ‘선도저널/인센티브 학술지’로 이원화될 것이며, ‘선도저널/인센티브 학술지’는 다시 성공한 학술지와 실패한 학술지로 양분화 돼 결과적으로 A, B, C급으로 분류될 것”이라며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인증제로 인해 학회가 더욱 난립할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교수들의 여론 역시 현실성이 없다거나 자꾸 변경되는 제도가 혼란스럽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대해 김태윤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학술지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제도와는 달리 ‘인증’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지면 학술지가 자체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며, 계약제를 통해 세계적 학술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은 교과부 내부논의를 거쳐 정책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김태윤 교과부 학술정책자문위원(한양대)이 제시한 ‘선도저널 인센티브 계약제’란, 정부가 지정하는 제3의 기관 또는 단체를 통해 우수 학술 집단(학회 등)과 계약해 계약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원금을 환수하는 조건으로 필요한 지원(심사료/번역서비스/학술지제작 등)을 하면서 계약의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제도다. 계약은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를 달성하는데 목적을 둔다.

학술집단이 제안서를 내면 해당분야의 국내외 저명한 학자가 발전 가능성을 심사한다. 정형화된 기준은 없으며 학술집단의 자율과 학자들의 평가에 맡긴다. 선정 규모 역시 제한을 두지 않는다.

김태윤 교수는 “아직 정책제안 단계라 자세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선정기준에 관해서는 “정형화된 기준은 없다. 학자들이 기준에 너무 익숙해져있는데, 세계적인 학술지로 성장하려는 학술집단의 자율에 맡기는 제도다”라고 밝혔다.

학술집단의 선도저널 제안서 예시와, 선도저널 지원 내용 예시는 다음과 같다.

<학술집단이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저널 제안서의 내용(예시)>
△목표(학술지의 단기/장기적 목표, 확인 가능한 목표지표) △타당성(세계 학술계의 동향과 본 학술지의 입지, 국내외 연구진의 분석, 제안 학자집단의 구성과 역량, 편집위원회 구성 및 심사 계획, 학술지 발전 전략) △지원요구사항

<선도저널 지원의 내용(예시)>
△편집위원회 관리비용(내외국인 편집·심사위원 수당, 편집관련 IT체계 수립비) △학술지편찬비용(번역비, 홍보비, 발간 및 배송비, 홈피 관리 및 전자저널 발간비) △국제화비용(특별 원고 및 기고 유치비, 해외 세미나 및 학술대회 주최비)


옥유정 기자 ok@kyosu.net

 

※ 학술지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현행 학술지평가제의 문제와 대안, 그 외 학술지 문제에 관한 제언과 제보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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