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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회 구조 바꿀 때다
문화재위원회 구조 바꿀 때다
  •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미술사
  • 승인 2011.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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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미술사)

“당대 최고 석학들로 구성됐던 문화재위원회에 전문가의 탈을 쓴 비전문가까지 참여하면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문화재를 지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의 문화재청에는 문화재위원회가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ㆍ심의하는 기구(문화재위원회 설치 목적)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재위원회가 하는 주된 일은 국가 문화재를 지정하거나 발굴 허가를 심의하는 정도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재의 보존 관리나 활용에 관한 모든 사항은 문화재청장을 장으로 하는 문화재 관료들이 전적으로 관할하고 있을 뿐이어서 문화재위원들은 대한민국 문화재보존관리에 관한한 관료들의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다.

문화재위원회가 3개 분과에 2~30명 정도로 단출하던 90년대까지는 문화재위원이 그런대로 권위가 대단했고,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인식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문화재위원들이 당시 존경과 신망을 받던 당대 최고의 석학들로 구성돼 있었고, 학계의 여론이 그 분 정도라면 수긍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만 모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위원을 함부로 교체하지도 교체할 수도 없었고, 청장(당시는 문화재관리국장)도 위원회에 직접 배석해 설명하는 정도로 위원회를 존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9개 분과에 80여명의 위원(전문위원 80여명)들로 대대적으로 확대되면서 2년마다 상당수의 위원들이 아무런 기준도, 그리고 원칙도 없이 대폭 물갈이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누구나 다 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학계에 팽배하게 됐고, 그래서 2년마다 문화재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문화재 관련 업무 종사자, 사회, 법률, 종교, 언론, 관광, 환경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위원자격이 확대돼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탈을 쓴 비전문가들까지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구조여서 문제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 해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이런 구조의 위원회에서는 문화재 지정 문제에서도 전문가의 중론이나 전례도 무시되고, 개인적인 학문 경향이나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혹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그래서 위원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이러한 경향은 조절될 단계에 왔다고 생각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글쓴이는 문화재위원회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먼저 근본적인 개선은 문화재청을 위원회로 바꾸고, 문화재위원장이 청장과 국립박물관장의 업무를 관할하는 일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문화재관리국 시절에 비해서 너무 방대해 처음 문화재청으로 개편하고자 했던 의도와는 본의 아니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업무의 효력도 개선됐다는 징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나 국사편찬위원회처럼 개편하면서 국립박물관 기능까지 통합해 우리나라 문화계를 대표할 수 있는 기구로 확대ㆍ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 위원회는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로 편성되고 위원장은 장관 내지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명실상부하게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이 위원회 안에 문화재와 박물관 위원회를 두고, 위원은 수를 대폭 축소해 문화재 보존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과 활용에 대한 조사 심의를 명실상부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으로서 실무에도 밝은 인물로 구성돼야 할 것이며, 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추천돼야 할 것이다. 그 대신 문화재의 지정이나 발굴 허가 등의 관련 사항은 문화재 전문위원이 담당하는 체제로 개편하면 문제는 상당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분과위원회도 중복되는 경우 이를 축소하고 전문위원 수도 좀 더 제한해 진짜 전문가로만 구성될 수 있도록 문화재위원회에서 추천한다면 학계의 잡음도 훨씬 줄어들 것이고, 위원의 권위도 자연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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