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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3D 업종이다
교수도 3D 업종이다
  • 백기엽 충북대·원예과학과
  • 승인 2011.07.1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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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백기엽 충북대 교수(원예과학과)

지난 30년 동안 전문직 집단인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해 오면서 과연 교수란 직업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평가 받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학생의 호주머니 돈으로 교수는 고임금을 받는 혜택을 누리고, 가끔씩 터져 나오는 연구비 유용이나 비리로 인해 마치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수란 직업은 어떤 것인가 반문해보게 된다.

전문성이 매우 다양하고 각자의 고유 연구 영역을 가지고 있는 대학사회에서,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우리의 연구 현실을 이해하고 교수란 직업을 생각해본다. 흔히들 연구는 인력(man power), 연구비(research fund),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험실과 내부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전국적으로 국내 대학의 공통된 건물 외관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월등하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교수의 연구를 위한 실험실은 온수, 냉난방, 가스, 진공 시설과 같은 기본적인 것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일과 시간 이후에는 교수가 냉난방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기본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의 위험마저 상존한다. 또한 실험실 내 공간을 제외하면 대학원생이나 연구원들을 위한 전용 공간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실험기자재 확보 면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10~20년 실험실을 유지해온 경우에는 다소 나은 형편지만, 신임 교수들은 기자재가 없어 최신 학문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실험실 내지 외부 기관으로 실험을 옮겨 다니면서 해야 하고, 친분이 없거나 공동 연구가 아니면 기기 사용 스케줄을 잡기도 힘들다. 기자재 구입 재원도 마련 할길이 없고 연구비에서 기자재 확보는 거의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우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하지 않으면 승진이 불가능 하거나, 업적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신임교수의 경우 실험실을 갖춘 다고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차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때 슬픈 현실과 희망이 교차하기도 한다.

국가의 R&D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교수들에게 연구비 확보는 거의 전쟁 수준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더라도 사용규정을 위반하면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연구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까다로운 많은 규정은 지원기관의 감사대비나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득이 사용규정을 위반하는 경우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교수들은 출퇴근 시간이 없고,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24시간 실험실을 운영하고 가동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많은 규정들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연구비에서 냉장고나 에어컨, 컴퓨터 등 범용기자재 구입 금지와 같은 규정은 교수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이 모든 문제는 2만불 시대를 넘어가기 위한 진통이자 힘든 과정일 수 있다. 교수가 화려한 직업은 아닐지라도 전문직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경제적 가치로 환원 돼 인류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보람된 직업으로 인식되고 평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와 여건 하에서는 교수란 직업은 분명 3D업종이며, 살아남기 위해 가족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초라한 직업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과학기술 立國과 국력을 배강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을 염원한다. 국가적으로 볼 때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서는 농경시대처럼 장기적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 현대전과 같은 첨단무기를 이용한 속전속결, 단기성과 위주의 정책으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없다.

속빈 강정의 실험실을 보강하기 위해서 국가는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과학자를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R&D 자금이 미래의 성장 동력인 인력양성에 투자되는 것이라고 인식을 전환해, 과학자들이 창의적이고 지적 창조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의 자유를 부여했으면한다.

모든 교수들이 자신의 직업이 초라하다고 느낄 때 국가의 힘은 비례적으로 약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용기와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기엽 충북대·원예과학과
경북대에서 박사를 했다. 「섬오갈피 부정근 배양 시 오옥신과 사이토키닌이 생장과 생리활성 물질 생산에 미치는 영향」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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