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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재단 복귀 방치한 채 ‘교육 비리 척결’한다고?”
“비리 재단 복귀 방치한 채 ‘교육 비리 척결’한다고?”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06.27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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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단 복귀' 반대하는 교수들

지난 23일 열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 대구대·덕성여대·동덕여대 등의 대학 구성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사분위가 ‘비리 재단’ 복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20일부터는 임시 국회가 열리는 국회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사분위 회의를 막고 싶었다.
이종희 동덕여대 교수협의회 부회장(51세, 아동학과), 전형수 대구대 교수회 의장(62세, 경제학과), 정대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55세, 교양과)은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종희 동덕여대 교협 부회장
"사학 문제 해결엔 역사적 인식 필요"

이종희 동덕여대 교협 부회장 "사학 문제 해결엔 역사적 인식 필요"이종희 교수는 구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해 ‘소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과 함께 흰 옷을 입고 국회 앞에 나섰다.

“사분위의 결정을 지켜봐왔다. 어떻게 될 지 방향을 알기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단식을 택했다. 사분위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데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동덕여대 구재단은 독단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대학 재정을 사금고화 해 등록금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가 손해도 입혔다.”

이 교수는 적어도 교육을 하는 곳에 비리 재단이 돌아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리 사학 문제는 역사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사학비리 문제를 일제 강점기와 비슷한 맥락에서 본다. 36년 동안 주권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일본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사학 비리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소유권을 넘겨주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처럼 사학 비리도 역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동덕여대는 지난 2004년 교과부가 감사를 통해 구재단의 교비 횡령 등의 혐의를 적발하면서 학생 전원이 수업을 거부하는 등 분규를 겪었다. 교과부의 중재로 임시 이사회가 구성됐지만, 2009년 교과부 종합감사에서 이들에 대한 전원 해임 결정이 내려지면서 구성원들과 재단 측의 갈등이 다시 시작된 상황이다.

 

전형수 대구대 교수회 의장
"대학 발전은 '진짜' 정상화로부터"

전형수 대구대 교수회 의장 "대학 발전은 '진짜' 정상화로부터"전형수 교수는 정년퇴임까지 6학기밖에 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심장 스탠드 수술도 받았다. 그래도 사분위 회의를 앞두고서는 서울과 대구를 오르내렸다.

“대구대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만든 정상화 방안과 정이사 명단을 사분위가 무시하고 있다. 조정을 한다면서 대구대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사분위는 법률을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 1조에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확보하고’라는 문구가 있다. 그것이 사립학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사분위는 해석한다. 그런데 그 문구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대학의 공공성 昻揚’이라는 문구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사분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 물은 웅덩이를 채워야만 앞으로 나아간다. 비리 재단 척결 없이는 대학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지난 17년 동안 대구대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구 재단은 여기에 기여한 바가 없다.”
전 교수는 비리 재단이 없었다면 대구대가 더 많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구대는 올해로 17년째 임시 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1994년 교육부 감사에서 구재단의 각종 비리가 드러났고, 이사 전원이 해임됐다. 이후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이사 명단을 작성해 제출했지만, ‘종전이사’ 자격을 가진 구재단 측 인사가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정대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
"상지대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정대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 "상지대는 정상화되지 않았다"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지난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생수만 마셨다. 사분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었다.

“사분위는 80년대 이후 안정화됐던 사학들을 후퇴시키고 있다.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식에 나섰다. 그래서 김문기 전 이사장을 비롯한 비리 재단의 복귀 반대, 비정상적인 결정을 한 사분위 폐지,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이주호 장관에게 건의했다.”

상지대는 최근 김문기 전 이사장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분규 사학’의 중심에 섰다.
“작년 사분위 회의에서 잘못 결정됐기 때문에 상지대 건은 장관의 직권으로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저축은행 비리를 저지르고,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현행범이다. 사분위 내에는 구재단 추천자의 자격을 언급한 예외 규정이 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그 예외에 포함된다.
대구대·덕성여대·동덕여대의 사안은 청문회를 통해 문제점을 규명한 후에 논의하자는 것이다.”

상지대 문제는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퇴진하면서 시작됐다. 2004년에서야 정이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2007년 대법원이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라고 판시함에 따라 다시 임시이사회 체제로 돌아갔다. 2010년 사분위 결정에 따라 구재단이 복귀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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