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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값 등록금 이슈가 남긴 것
[기고] 반값 등록금 이슈가 남긴 것
  • 김귀순 부산외대 교수
  • 승인 2011.06.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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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시스템 개혁의 전기로 삼자"

 ‘반값 대학등록금’ 투쟁(이하 반등투)을 요구하며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지 열흘이 지났다. 반등투가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6ㆍ10항쟁으로 비유되고 야 4당 대표까지 합류하는 등 합리적 제도개선을 넘어 정치적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

집권 여당이 등록금 부담완화 및 대학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이하 TF)를 통해 반등부 해법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고 든든학자금’ 대출 금리도 내년 3.5%로 인하할 계획을 밝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치권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가 정점인 대학에서 성형수술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차제에 반등투가 대학 경쟁력강화를 넘어 한국 교육 전반적 시스템 개혁의 전기가 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청년 신용불량자의 지불유예 조치 및 실업으로 인한 결혼 유예 등 저출산 문제 해결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만성적인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년일자리 창출의 성공 모델을 만든 네덜란드처럼 청년실업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기 바란다. 또한 우리나라 주요 정책에 청년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하여 내년 총선부터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사회적 약자로서 청년 의석도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 대학의 등록금은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되었지만 투명성을 높이고자 고등교육법개정을 통해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등록금 산정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의 참여를 높이면서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등록금문제의 자율적 결정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물가에 연동한 줄 인상러시를 막을 수는 없다.

대학은 중ㆍ고교와 달리 설립시 부지와 교사확보로 초기 자본이 많이 들므로 구조조정시 당사자인 사학 재단은 물론이고 그동안 국고가 지원되었기 때문에 국가 손실도 크다. 현재 수도권 명문대학의 등록금이 한 학기에 500만원을 넘는다고 하지만 지방의 사립대는 한 학기에 3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이 등록금으로 교수를 더 채용하거나 교사를 더 짓기도 어렵고 대학발전기금도 모으기도 힘든 사정임을 감안할 때 무조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한다고 하는 지방 국립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재단 전입금이 있는 지방 사립대보다 지방 국립대 등록금이 더 비싼 것은 지방 국립대학 운영에 국고지원이 적거나 운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반값 등록금 조정은 국립대부터 먼저 이행해야 한다. 국립대 등록금을 현재의 300만 원대에서 150만 원대로 낮추는 것부터 우선 국고 지원을 하고 사립대학은 대학 적립금 용도를 변경하여 성적우수자는 실물지원 대신 표창으로 영예를 주고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실물 지원을 함으로써 저소득층 대상 등록금 전액 면제 장학생 비율을 늘리고 대학 등록금을 한시적으로라도 300만 원대로 자율적으로 인하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명문 사립대가 지방에 분교를 설치하여 지방대학을 고사시키고 일부 대학이 과다한 부동산을 보유하는 등 대학이 양적 팽창에 주력해 왔다. 교과부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대학들이 교수대 학생비율과 교사면적을 기준으로 한 교과부의 평가기준에 맞추다 보니 교수를 많이 뽑아서 인건비가 과다 지출되고 교사면적을 높이려고 한 나머지 시설투자에 돈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약하고 재원이 열악한 지방대학보다는 수도권 명문대가 더 많은 교수들을 뽑아 교사율을 높여 교과부 지원을 많이 받는 등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ㆍ확대시켰다. 그 결과 지방의 국립대가 수도권 명문대에 밀리는 역전현상이 생기고 지방 사립대는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국가균형발전의 거점기관으로서의 지방대 육성을 위해 클러스트 조성, 지방대와 대기업, 지방대와 중소기업의 산학연 컨소시엄 구성시 인센티브를 주고 정부 ODA 및 KOICA 사업의 지방대학 참여 등 범국가적 지방대학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기업에 지방대학 채용 할당 비율을 50%이상, 지방 공무원 특채 등 지방대학출신이 60%를 넘도록 배려하는 등 적극적 인재지역 할당제 실시를 권장한다.

대학지원을 위한 평가방식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이란 큰 의제를 도외시한 결과 수도권에 대학이 편재한다. 오늘날의 대학문제는 수도권과 지방, 국립과 사립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평가기준을 적용하는데다 부지와 설립자금만 준비되면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한 교과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에 기인한 바도 크다.

필자는 YS정부시절 당시 김숙희 교육부장관 재임시 교육개혁위원회(이하 교개위)에 대학설립준칙주의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대학허가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포함해 중ㆍ고교 개혁방안을 담은 ‘대한민국 교육개혁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이것이 교개위 회의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고 국내 주요 언론에서도 한국 대학은 엘리트만 가는 유럽식 대학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대학을 가는 보편적 대학교육을 수용하는 미국식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대학 설립준칙주의를 옹호하였다.

초기 자본이 적게 드는 중ㆍ고교는 덴마크나 스웨덴의 자율학교처럼 설립시 인가 기준을 다소 완화하더라도 초기자본이 많이 드는 대학은 규제를 하여 구조조정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대학 설립 비용을 산업이나 생산기반시설에 투자했다면 국가 생산성을 더 높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대학 통ㆍ폐합으로 인한 잠재적 GDP 손실은 크다고 볼 수 있다.

YS 정부 당시 미국대학이 대학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막대한 국고가 손실되는 것을 보면서도 교육부가 이것을 도입하였다는 것은 교개위의 교육 전문가와 언론 등 모두가 한국 교육의 문제 해결을 대학만 개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결혼, 취업 모두 능력이나 인품보다 학력을 우선시하는 학력만능주의를 타파하고 학습자의 개인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지역별, 학교별 차별화된 교과과정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자치를 더 우선 실시해야 하였다.

덴마크나 스웨덴처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소규모 학교를 지향하여 외국어 든
기술이든 학생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교육하는 중ㆍ고교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중ㆍ고교의 경우 교육예산 비중이 낮고 우리나라처럼 사립학교가 많은 나라의 경우 사학비리도 줄이고 공립학교 국고 지원을 늘리려면 스웨덴의 자율학교처럼 사학에게 영리추구도 허용하여 국고지원을 덜 받되 운영권 간섭은 최소화하며 교육 서비스는 최대화하도록 사학간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육의 궁극적 측면은 국가 노동시장의 수요ㆍ공급과 연계시켜 생각해야 하는데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고교 졸업생을 원하는 사회의 취업수요는 많은 데 비해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30% 정도가 취업을 하고 나머지 졸업생이 전부 취업대신 대학 진학을 하는 오늘의 교육현장을 보면 실업계 고교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취업할 수 있는 곳에 대학 졸업생이 몰리는데 대학 등록금을 국립, 사립 구분하지 않고 국고지원을 해서 반값 등록금을 만들 필요가 과연 있을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을 평생교육으로 인식하고 취업을 우선시하는 사회인식 전반에 대한 변화이다. 근무연한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졸업장 차이로 초임부터 다른 학력위주의 사회가 대학진학의 주 동인이 된다. 학력철폐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때 업무나 연구경력, 자격증 등으로 능력이 입증되면 면접을 통해 인성, 적성 등이 평가되도록 하고 학력을 명시하지 않아도 합격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전국의 모든 중ㆍ고교 학생이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배우고 그것을 수능시험에 반영하다 보니 창의적 교육과 교육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기 지역의 자연, 역사와 문화를 모르고 지역산업과 지역정치를 모르다 보니 지역발전을 리드할 지역인재 육성이 어렵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그 지역의 동식물로 셈을 배우고 자기 고장의 향토 기업과 역사, 바른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도록 교과서를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교육감을 임명직에서 직접선거로 바꾼다고 교육자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자치는 지역별, 학교별 다양한 교과과정과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할 때 그 효과가 드러난다. 물론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학교 의사결정 참여를 높이고 교육재정을 공개하여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에 빠져 학교 공부를 안 한다고 게임 치료학교를 만들어 다니던 학교를 쉬고 정신치료를 먼저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이보다는 게임학교에 입학시켜 게임도 하면서 게임 프로그램도 만들고 게임 과몰입 치료도 연구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정식 학력이 인정되고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개발하는 소규모의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시스템에서도 소그룹별로 현장교육과 연계ㆍ강화시킨다면 이것은 가능하다. 초등부터 중고교까지 손으로 만드는 창의성 교육과 현장 답사나 실험ㆍ실습시간을 교과에 많이 넣어 국민 모두가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추어 특기ㆍ적성 개발을 시켜서 이것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교육 시스템 개혁을 하여야 한다.

2012년도부터 ‘만5세 공통과정’이 도입되어 의무교육이 사실상 10년이 된 지금 우리나라의
현재 의무교육은 의무교육이라고 하더라도 가난한 서민에게는 육성회비(2012년 폐지 예정), 수업 준비물, 차비, 급식비 등 부담이 되는 요소가 많다. 수업준비물도 지자체에서 수집한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근거리 통학 학군 조정으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위한 도심 그린웨이 조성, 중고 자전거 학교 기증 등으로 자전거 통학을 권장, 급식도 직영으로 하되 스쿨 팜(학교 농장)을 운동장이나 건물 옥상이나 폐부지에 만들어 급식비를 줄여 점차 무상급식 대상 학생비율을 높여 갈 수 있도록 한다.

반값 대학등록금을 위한 전면적 국고지원보다 서민층을 위해 더 시급한 것은 고등학교 의무교육 실시인데 예산이 부족하다면 실업계고교나 특성화 고교부터 먼저 의무교육을 실시하되 고 3 교과는 전부 실습으로 현장에서 교육받도록 한다. 그다음 일반 고등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앞으로 전문대나 기술교육기관까지 국고 지원 대상을 더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과 산업인력 배분구조가 불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시일 내에 반값 등록금을 해결하겠다고 고등교육 상층부를 대수술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하부구조부터 튼튼히 하는 양면적 전략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북한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6-3-3제 학제도 개편하여 북한과 맞추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2012년도부터 실시하는 만 5세 의무교육과 연계시켜 초등학교를 북한(4년)과 맞추면 지금보다 초등교과 과정이 1년 정도 앞당겨지게 된다.  

 OECD에서 GDP는 하위권인데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최고라는 것은 우리 교육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할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얼마 전 영국 BBC방송이 세계에서 우수하다고 이름난 덴마크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비교우위를 방송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인들의 눈에 한국의 고성장에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나 아직도 학생들의 적성을 무시한 획일적 경쟁위주의 교육현장이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투자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나 성장과 복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인프라 조성사업인 4대강 사업대신 교육 투자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교육개혁의 본말을 전도할 우려가 있다.

일부 사랍대의 등록금이 과다 인상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국립대학과 달리 학과별 특성을 고려하고 교육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사립대학의 운영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사학이 발전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국립대학이 5년에 한 번 감사를 받고 사립대학은 감사를 받지 않는데 사립대학도 국고 지원을 받는다면 지원부분에 대한 사항은 당연히 감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립대학도 총장 임기가 대개 4년임을 감안한다면 감사시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등투 촛불이 전반적 교육개혁에 대한 대안제시를 통해 교육쇄신의 등불이 되도록 정치권은 교육제도 개혁안을 만들고 입법발의를 하고 공청회를 하는 등 대학구조조정과 중ㆍ고교 교육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혹자는 프랑스처럼 대학등록금 전면 철폐라는 과도한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극소수의 엘리트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에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고 현재 카이스트대학처럼 우수한 인재를 국가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

다양성과 공공성의 조화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교육은 성장한다. 반값 등록금보다 더 시급한 것은 무상보육 확대, 적정한 범위의 대학 등록금 인하 및 중ㆍ고교 교육을 포함한 한국 교육 전반에 걸친 시스템 개혁이다. 이에는 당연히 3년 내내 학생들을 입시 강박을 느끼면서 지내도록 만드는 고교 내신제 뿐 아니라 3불제도인 고교 등급제, 본고사, 기여 입학제의 재검토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김귀순 부산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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