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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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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1.06.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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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다시 찾은 진실, 스티브 비덜프 지음, 박미낭 옮김, 푸른길, 416쪽, 16,000원
2009년 국내 통계청의 사망 통계를 보면 남성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2배가량 높으며, 알코올 관련 사망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10배가량 높다. 어쩌다 남자들이 이렇게 됐을까. 호주의 가족 문제 및 부모 역할 전문가이자 남성 운동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시사적이다. 그는 경쟁위주의 사회가 본능적으로 경쟁심을 타고난 남자들을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달리게 만들었으며, 결국 아버지를 가정에서 떼어놓고 남자를 공동체에서 소외시켰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남성성을 공동체의식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 미국 예외론의 대안을 찾아서, 배영수 지음, 일조각, 624쪽, 35,000원
이 책은 미국사 전공자인 저자가 미국 예외론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검토하면서 미국 예외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 연구서다. 미국 예외론은 미국을 역사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하는 관념으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인식하기 위해 만든 패러다임이자 미국인들이 유럽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데올로기다. 미국 예외론은 국제적인 비교나 관계를 경시할 뿐 아니라 식민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비서양 세계를 간과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저자는 예외론에 내재하는 자기중심적인 시각, 즉 유럽중심적인 시각을 보완하면서 대안을 모색한다. 특히 아시아인의 시각, 한국인의 시각으로 예외론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구현된 근대성을 비교하고 있다.

 

■ 색채의 역사-미술, 과학 그리고 상징, 존 게이지 지음, 박수진·한재현 옮김, 사회평론, 320쪽, 32,000원
화가 칸딘스키는 파랑의 남성성을 확신하며 파란색을 매우 선호한 화가였다. 파란색을 애호했기 때문에 프란츠마르크와 더불어 ‘청기사파’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괴테의 이론을 접하고부터는 파란색이 여성을 상징한다고 보면서 관점의 변화를 보였다.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부장을 지낸 저자의 이 책은 색채를 미술, 과학, 상징의 세 가지 측면에서 연구, 통합적 시각을 통해 색채를 자연스럽게 미술사와 연결시켜주면서, 다시 미술사 안에서 ‘색채사’가 정립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통합적 시각’이란 표현대로, 저자는 미술에서의 색채와 과학에서의 색채, 상징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의미에서의 색채가 따로 놀고 있었던 지적 풍향계를 조율해낼 수 있었다. 심리학자와 과학자들이 색채의 의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풍부한 역사를 제공한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 소수에 대한 두려움-분노의 지리학, 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장희권 옮김, 에코리브르, 207쪽, 13,000원
이 책은 전지구화 시대에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여러 갈등 양상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전지구화에 대해서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의 연장선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체제로 보았으며, 종족 갈등, 문화 혹은 문명갈등, 이념 학살, 테러리즘, ‘우리’와 ‘너희’의 경계 짓기 등 이 시대가 당면한 정치·사회·문화와 관련한 문제를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활용한 명명들 특히 ‘척추 제제 (국민국가가 그 중심이 됐던 체제)’에서 ‘세포 체제(전지구화로 무장돼 가는 체제)’로 이행을 설명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최두찬 지음, 박동욱 옮김, 조남권 감수, 휴머니스트, 544쪽, 20,000원
조선후기 학자 최두찬의 중국 강남 표류기다. 그는 1817년 제주도를 1년간 두루 돌아보고 1818년 4월 귀향하는 배에 탔다가 16일 동안 표류하다가 중국의 강남 지역에 발을 디뎠다. 『승사록』은 바로 그런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제주도에서 지은 시편을 비롯, 일행들과 표류하는 상황, 중국 지식인과 화답한 내용, 배와 수레, 의복과 농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의 지식인에게 비친 중국 강남 모습은 어떠했으며, 그는 강남의 지식인과의 교류를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중국의 지식인들은 최두찬이 강남에 체류했을 때 거의 매일 그를 방문했다. 조선의 평범한 선비에게 그들은 왜 그렇게 열광했던 것일까. 한국 표류문학의 지평을 넓혀줄 소중한 기록의 보고이자, 19세기 중국 강남의 풍속, 중국 강남 지식인들과 조선 지식인의 학문적 네크워크 구성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 아렌트 읽기,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 서유경 옮김, 산책자, 332쪽, 15,000원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문구로 포착하고자 했던 바는 아이히만 같은 사람에게 본유적인, 사유함을 멈추는 특수한 능력에서 초래되는 악의 유형이었다.” 저자는 이 사유를 멈추는 능력을 가리켜 ‘무사유성’이라 명명하면서, 아렌트 사상에 접근, 크게 3단계로 나누어 확장되고 전개되는 아렌트 사상의 궤적을 파악해내고 있다. 정치의 파괴로부터 정치의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아렌트의 주요 저작 3종을 꼼꼼히 읽어내며 이 사상의 흐름을 통해 현대 세계의 정치 상황들, 이라크전쟁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등의 민감한 사안들을 조명하고 있다.

 

■ 팻-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소동, 376쪽, 17,000원
팻(지방, 살, 비만)은 우리의 생활은 물론 우리의 사회 관계와 자아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평균 몸무게보다 23%나 덜 나가는 비정상적인 몸매를 이상적인 몸매라고 설파하는 미디어와 뚱뚱한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는 끊임없이 지방을 덜 섭취하라고 짹짹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건강-뷰티-피트니스 산업은 비약적으로 살쪄왔다. 이 책은 자기 고집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뚱뚱하다는 비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문화에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마라.” “지방을 읽고 지성으로 사고하라.” 저자는 팻에 얽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소수문화의 관점에서 신랄하게 분석하지만, 자기판단을 강요하지 않고 상식을 뒤집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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