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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 ‘남북화해 협력시대 대학의 역할’
세미나 : ‘남북화해 협력시대 대학의 역할’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0.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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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8 16:27:19
남과 북이 장막을 걷고 진정한 통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닫힌 체제하에서 지난 50년간 서로가 걸어온 길을 확인하지 않고 핏줄의 끈만으로 민족통합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학계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의 ‘북한’관련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윤형원 충남대 총장, 이하 대교협) 산하 평화통일교육연구위원회는 지난 8일 이화여대에서 ‘남북화해협력시대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대학통일교육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 행사주체가 학회가 아니라 대학이란 점에서 ‘남북 대학 및 학술교류 활성화 방안’이 첫 주제로 올랐고, 남북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의 민족동일화 교육방안’이 두 번째 주제로 상정됐다. 주제가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날의 세미나는 그간 개별대학간에 진행돼온 남북대학의 교류협력의 현황을 되짚어 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교육은 통일후세들에게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하면서, 남북 화해·협력의 물줄기와 시대적 조류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배양 측면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통일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날 세미나는 남북교류협력의 바람을 타고 대학도 교류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접근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문제는 남북 대학 및 학술교류 활성화 방안에 관한 안영섭 명지대 교수(북한학과)의 주제발표에서부터 시작됐다. 안 교수는 “남북대학 교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학의 통합에 있고,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체하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학체제”라며 “합의가 쉽고 실천이 용이한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남북간 대학교류가 서로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기 보다 종국적으로 북한의 대학 체제를 남한의 그것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의 접근이었다. 때문에 안 교수의 발표는 곧 토론자로 나선 최완규 경남대 교수(북한학과)의 공박에 직면해야 했다.

최 교수는 “남북 대학교류를 논하기 이전에 왜 교류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내용으로 교류를 성사시킬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남북대학 교류는 사실상 무의미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종합대학인 남한의 성균관대와 기술대학인 북한의 ‘고려성균관’과의 교류는 사실 대학의 이름이 같다는 것에서 출발했을 뿐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민족 동질화 교육방안’에 관한 김동규 고려대 교수(인문사회학부)의 발제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는 남북 교육의 이질화된 교육의 기본원리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랑과 증오의 교육원리 △과정중시 주의와 목적(결과)중시주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역사원리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설명한 후 “이질화된 가치관 가운데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분석 평가한 다음 긍정적인 요인만을 추출해 조장하는 기능주의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구체적 방법보다는 원칙을 밝히는 데 그친 것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박준영 이화여대 교수(정경학부)는 “남북한 교육체제를 여전히 냉전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한의 우수한 가치체계로 북한의 가치관을 대체하려는 시도보다 남북한의 교육체제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동등하게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운선 호남대 교수(사회과학부)는 “무차별적인 시장경쟁에 내몰려 시대정신을 선도하고 사회적 규범을 세우는 대학의 기능이 무너지고 있는 형편에 우리 대학이 민족동질화를 위한 교육기관이 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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