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5:00 (금)
[TV읽기] 교수의 눈으로 본 드라마 ‘아줌마’
[TV읽기] 교수의 눈으로 본 드라마 ‘아줌마’
  • 교수신문
  • 승인 2000.12.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12-18 13:33:45
아줌마는 착한 사람, 교수는 악한?

김명혜 / 동의대·언론광고학부

현재 MBC에서 방송중인 ‘아줌마’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줌마’는 우리 사회에서 폄하되고 있는 특정 연령층의 기혼 여성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고 아줌마의 주체성 확립을 꾀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재고 및 주체성 확립이라는 기획의도는 바람직하며 또 텔레비전과 같이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수이자 아줌마의 한 사람인 필자의 이중적인 정체성은 이 드라마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보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줌마의 입장에서 주인공인 오삼숙에 공감하기보다 교수의 입장에서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배운 것은 없지만 (고교 출신은 배운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 쓰고 보니까 모순이다. 초등학교부터 고교졸업까지 무려 십이 년의 교육을 받지 않는가?) 순진하고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면서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아줌마인 오삼숙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지식인 남편 장진구와 그의 가식적인 식구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자면 드라마 작법상 가장 효율적이며 원초적인 갈등구조는 이분법적 대비이며 또 이 원칙에 충실하게 이 드라마에서 캐릭터 설정에 있어 아줌마 vs. 교수남편, 무식 vs. 지식인, 순수 vs. 위선이 응집되어 결국 선과 악의 가장 고전적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 작법의 관행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드라마의 전개에 마음이 불편한 까닭은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이다.

아줌마 교수도 심기가 불편하다

우선 대학교수로 나오는 장진구라는 인물의 비도덕적인 행동과 자기모순적인 궤변들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교수 집단이 타락과 부패의 온상처럼 비춰질까하는 우려에서이다. 가까이에서 대학교수들의 생활을 접해보지 못한 많은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에 비친 교수 이미지에서 스테레오타입을 형성한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에게 교수는 지식이란 이름을 내세운 가식적이고 치졸한 인간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고 있다는 것을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장진구라는 극중의 허구적 캐릭터와 대한민국의 교수집단을 동일시하며 지식인의 위선과 가식, 비겁함, 오만에 분개하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시청자들은 교수들이 돈으로 교수직을 사며, 자신의 거짓된 행동을 지식의 이름으로 가장하며, 불륜을 궤변으로 미화시키는 비도덕적이며 지탄받아 마땅할 집단으로 오해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그런 비도덕적인 집단에 자신의 자식들을 맡겨야만 하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는 글까지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교수집단이 그러한가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물음이다. 많은 교수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물론 혹간 돈을 주고 교수직을 산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모순된 행동을 정교한 지식으로 합리화를 하는 교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교수가 절대로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지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경험한 대다수의 교수들은 사회를 건전한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다보는 기성세대 중에서 그래도 가장 때가 덜 묻은 집단이다.

그렇다. 우리 사회가 교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도 올바른 시각과 행동을 견지해 주기를 우리 사회는 교수들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대는 만약 ‘아줌마’에서 오삼숙의 남편이 교수가 아니고 사업가 혹은 회사원이었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더욱 명백해지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삼숙의 남편이 교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시청자들이 오삼숙을 대신해서 분개하는 강도가 조금은 약하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순결하기를 바라는 특정집단이 존재한다고 본다. 종교인, 교수, 사회운동가 등은 우리 사회가 사회지도층으로서 뭔가 다르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이들이 일탈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는다.

기대가 커서 비난도 많다

물론 교수도 사람이고 남자이고 여자이다. 그래서 때로는 실수도 하고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교수도 사람인데, 남자인데 하고 정당화하고 일반인들의 동정과 이해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교수나 성직자 등과 같은 계층에 일반인들과 뭔가 다른 자질이 있기를 요구한다.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떳떳하고 성직자들은 신도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요즘의 대학을 둘러볼 때 교수의 현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묵묵히 학문하는 태도와 정의로운 사회비판으로 제자들의 귀감이 되던 교수상에서 사회 현실을 방관만하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의 상인으로 변해하고 있다. 제자들과의 인간관계는 점점 피폐해지고 지식과 행동은 유리되고 있으며 교수업적 평가라는 양식의 틀에 묶여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들을 기피하게끔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줌마’에서 재현되고 있는 비열한 교수의 이미지는 물론 왜곡되고 과장되었지만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 또한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아줌마’에 나타난 왜곡된 교수 이미지에 분개하기에 앞서 교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며 또 지식과 행동이 유리되지 않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