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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 NO! … 대화·소통 카드로 ‘경쟁력 강화’ 일군다
‘나를 따르라?’ NO! … 대화·소통 카드로 ‘경쟁력 강화’ 일군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4.1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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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장들의 리더십_ 대학 운용 변화하고 있나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총장의 리더십이 좌우한다. 지난해 9월 1일 이후 전국 30개 대학의 총장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장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이들 총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신임 총장들의 행보를 보면 ‘CEO형’을 자처하면서도 ‘소통의 리더십’으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18일 취임한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두 달 사이에 교수 간담회만 열 두어 차례 가졌다. 열일곱 차례에 걸쳐 1천200여명의 교수를 모두 만날 계획이다. 차ㆍ부장급 직원들과도 한 달에 한 번씩 포럼을 갖고 있다. ‘소통과 창조 경영’을 내세운 김 총장은 총장실 문도 아예 열어놓고 지낸다. 한 달에 두 번은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목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자신의 전공인 ‘거시경제학’ 강의를 계속 하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미국 유학시절 총장이 학생들과 소프트볼을 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만약 총장이 되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라며 “구성원 의견을 모아 8월에 ‘비전2020’을 공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교수ㆍ학생, 만나고 또 만나고…

김진규 건국대 총장도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교수들과 ‘총장과의 대화’를 네 번 가졌다. 앞으로는 단과대학별로 다섯 차례에 걸쳐 전체 교수들을 만날 계획이다. 오명 전 총장이 ‘대외 활동’형이었다면 김 총장은 ‘소통과 열린 혁신’을 통해 ‘내부 혁신’을 꾀하는 스타일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본부에서 안을 내놓고 ‘Lets Go’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과 대화하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이나 방안을 도출해 나가는, ‘소통하는 CEO형’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산현장의 공장장 같은 총장’도 김 총장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안재환 아주대 총장은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원칙론자’로 통한다. 취임하자마자 총장실 크기를 축소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혀 담당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턱대고 등록금을 올리기보다 우선 절약하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평소 원칙에서 나온 에피소드다. 단과대학 학장이나 평교수뿐 아니라 총학생회를 비롯해 학생들과 여덟 차례나 간담회를 갖는 등 학생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도 오영교 전 총장과 대비된다. 오 총장이 먼저 앞서 나가면서 구성원들을 끄는 스타일이었다면 김 총장은 보다 긴 호흡의 내부 혁신을 바라본다. 지난해 12월 총장으로 선임된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어느 조직이든 발전을 위해서는 화합이 가장 중요한데 구성원과 소통을 활성화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로빈슨 크루소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람이 된다”라는 말에서도 ‘소통’을 강조하는 김 총장의 소신을 엿볼 수 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취임 전부터 ‘분권’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의 취임사 제목도 ‘소통의 힘을 믿습니다’이다. 임 총장은 “총장은 구성원들이 지난 각자의 빛을 드러내고 그 빛을 결집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그 프리즘의 역할을 감히 감당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학내 자유게시판에서 소통의 장 게시판 명칭을 공모한 것도 소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일환이다.

‘소통’ 바탕으로 연구경쟁력 강화 추진

‘소통’을 강조한다고 대학 개혁의 고삐가 느슨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소통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내부개혁의 추진동력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개혁 드라이버’를 강하게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교육, 연구, 국제화, 발전기금 유치, 취업률로 학과를 평가하고, 교수 연봉이나 정원 배분에 반영하겠다”라는 것이다. 재정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임 총장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수익사업 확대와 발전기금 확충을 위해 더 힘차게 뛰겠다”라고 강조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총장 직속으로 ‘연구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연구력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융ㆍ복합, 산업맞춤형, 국제화 분야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구조로 개편하기 위해 교내외 전문가로 ‘학문구조개편위원회’도 만들 계획이다. 김 총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김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문학과 예술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이공계 분야 발전에 힘쓰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분야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책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진규 건국대 총장도 소통을 통해 교육프로그램 선진화와 연구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체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총장과의 대화’를 갖고, 교수 업적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승진심사 때 논문 기준을 두 배로 올리고 정교수도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1편 이상 게재하도록 했다. 평가 항목에 학생 취업 관련 지도를 추가하고, 교육상을 수상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 논문 1편을 낸 것과 같은 점수인 100점(자연계열 기준)을 준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연구 경쟁력에서도 ‘소통’을 강조한다. 학문 분야의 소통은 바로 ‘융합’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을 통해 세계 톱10에 드는 융ㆍ복합 분야 1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성균관대를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성장시켜 ‘국내 대학 서열을 깨뜨리겠다’는 것도 김 총장의 포부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구성원 모두의 뜻을 담아 상반기 중 발표할 ‘비전2020’에 농축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대학가에 새 바람 불어넣는 신임총장들

소통형 리더십을 내세운 신임 총장들은 지역 대학가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도연 전 총장이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장으로 가면서 갑작스레 총장직을 이어받은 이철 울산대 총장이 대표적이다. 89년 의과대학 설립과 동시에 교수로 부임한 이 총장은 울산대 역사상 첫 내부발탁 총장이다.

이 총장은 취임 후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세부 전공이 상담치료와 정신분석 분야다. 이 분야는 경청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데 대학 구성원 의견수렴은 누구보다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총장은 “선도적으로 시작한 교수연봉제, 학부장 공채 등 일련의 개혁적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최고의 산학협력 교육과 인성교육, 글로벌 역량 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원로 인제대 총장은 올해 학생식당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을 2천원으로 낮춰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달 초 ‘글로벌캠퍼스 2020’을 발표하며 대학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심장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답게 발전계획도 꼼꼼하다. 2014년까지는 연구ㆍ교육ㆍ국제화ㆍ봉사 등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기다. 이후 발전단계를 거쳐 2020년부터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총장은 “의대나 디자인공학과, 공대 일부 학과, 의생명공학대 등 이미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학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학과에 따라서 목표와 단계를 달리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뉴미디어와 SNS(Social network service)을 이용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인제대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적극적이다.

교육부 차관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영식 한국국제대 총장도 ‘소통과 화합 중심의 CEO형’ 총장을 대표한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 교내 행사가 있을 때면 가장 먼저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국제대 관계자는 “워낙 교육행정 전문가다 보니 업무강도는 세졌지만 구성원 간 소통과 화합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라며 “피부로 변화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두 달 조금 지났지만 김 총장의 ‘진주발 대학 혁명‘은 시작됐다. 학생 중심, 학과 중심 대학경영을 밝히고, 학과 자율예산제도와 선진화사업을 도입했다. 명사초청 릴레이 특강을 마련해 학생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적극적인 대학경영을 위해 홍보실을 신설하고, 취업정보센터를 취업종합지원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김 총장은 “취업 100%라는 신화 창조와 함께 취업중심 명문대학이라는 대학 브랜드를 기필코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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