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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최대 수익자는 국가다
대학교육의 최대 수익자는 국가다
  • 김병주 영남대 교수
  • 승인 2011.04.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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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_ 등록금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하나

김병주 영남대 교수(교육학과)
올해에도 등록금 문제는 대학가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언론은 등록금의 수준과 대학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부각시킨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많은 대학에서 학생과 대학당국이 등록금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대치하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ㆍ시민단체 등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많은 나라에서도 등록금 문제는 큰 이슈의 하나가 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미국 하원이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들이 최근 3년 평균 물가인상률의 2배 이상 등록금을 인상하려면 그 이유를 제시토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상원에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이는 높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초 대학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도록 개정한 고등교육법 11조는 미국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과 프랑스계 아프리카, 사회주의 국가는 주로 공립대학이며, 등록금이 거의 없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크다는 말이다. 이들에서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이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교육은 경제성장과 민주화,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데, 등록금은 대학교육기회를 제약함으로써 이러한 공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아무리 학비보조금이 많더라도 비싼 등록금은 저소득층, 농촌, 소수인종 출신 아동의 진학과 학업지속을 방해하며, 결국 국민의 교육수준과 사회적 평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하숙비와 교통비 등 간접 교육비용이 이미 높기 때문에 등록금 이외의 교육비 부담만도 과중하다.

미국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은 대학에 따라 다양하다. 이들은 등록금을 높게 부과할 뿐만 아니라 인상률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 같다. 첫째, 등록금 인상률은 높지만,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은 여전히 학생당 교육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둘째, 자격을 갖춘 학생들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장학금과 보조금을 충분하게 받고 있다. 셋째,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것은 대학교육 비용의 높은 증가율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생 및 학부모들은 여전히 사립대학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대학등록금을 받지 않던 국가들도 경기불황, 정부의 긴축재정 추세 속에서 등록금제도를 도입하는 추세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제도는 학부모 및 학생 부담 지원제, 정부 보조금, 민간 기부금 등 다양한 학비보조제도와 함께 발달한다. 우리나라 ICL의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ICL만이 정답은 아니다. 결국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등장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제정될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학생당 고등교육비는 주요 선진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학생당 교육비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때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은 선진외국에 비하여 질이 그 만큼 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충분한 교육비는 다양한 방법으로 질 높은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다른 재원이 확보되지 않는 한 등록금의 동결 혹은 인하는 곧 질 높은 대학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등록금 문제는 본질적으로 대학교육비 분담체제와 연계돼 있다. 대학과 정부가 나서서 대학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이 대폭 확대되고 교육비 분담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등록금의 순환구조가 바뀌기는 어렵다. 등록금 문제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대학교육의 최종적인 수혜자임을 인식하고, 미래지향적인 지원책과 기반조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의 최대 수익자는 국가이며, 대학은 국가발전에 필요한 노동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대학재정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학생등록금보다 오히려 국가에게 있다 할 것이다.

김병주 영남대ㆍ교육학과
서울대에서 「교육비 분석에 근거한 대학납입금의 차등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 사범대학ㆍ교육대학원장, 국가교육과학기술 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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