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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한 마디에 2.9% 인상…정부, ‘반값 등록금’ 약속 지켜야”
“총장 한 마디에 2.9% 인상…정부, ‘반값 등록금’ 약속 지켜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4.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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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총장실 점거한 유지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

유지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   사진 : 고대신문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삭발투쟁과 단식, 점거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대학가에 등록금 투쟁 열풍이 이렇게 거세게 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9~2010년에 이어 올해도 국립대에는 등록금 동결을, 사립대에는 동결하거나 3% 미만으로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170여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지난 4일부터 필수과목인 ‘채플’ 수업 거부에 들어갔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본관 1ㆍ2층과 총장실, 처장실을 포함한 9개 사무실을 점거했다. 고려대도 지난 4일부터 총장실 점거에 들어갔다. 고려대 총장실이 점거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6년 만의 일로 알려졌다.

‘개나리 투쟁’이야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경희대, 고려대, 덕성여대, 서강대, 세종대, 인하대, 이화여대 등에서 수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된 것이다. 채플 수업 거부도, 총장실 점거도 학생총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투표하는 학생이 적어 재선거를 실시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현실과는 상반된다.

유지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과 4학년ㆍ사진)은 지난 8일 “고려대 학생총회는 2005년 이후 처음 성사됐다. 한국대학생연합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가 지난 2일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한 집회에도 3천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다. 그만큼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크고,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지난 1월 19일 첫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후 네 차례 회의에서 학교 측은 5.1% 인상을 고수했다. 그러다 1월 27일 2.9% 인상률을 확정했다고 한다. 유 부총학생회장은 “재단 적립금이 2천300억원에 달하는데도 법정부담 전입금을 80억~90억원씩 미납하고, 해마다 3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170개 대학이 동결하는 가운데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더구나 예산안 한 장 없이 총장 말 한 마디에 2.9% 인상을 결정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등록금 동결을 넘어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금 산정 과정에 등록금심의위원회도 제 구실을 하지 못 햇다. 유 부총학생회장은 “학교와 학생이 6대 6 동수로 참여하긴 하지만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의결권이 없어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회의도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과거 운영됐던 등록금책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에 대한 불만도 컸다. 그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는 당장 급하게 안 갚아도 되지만 복리이자 때문에 이용하는 학생이 정부 예상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ICL보다 기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학생이 더 많다. 수요가 준 게 아니다. 복리이자, 학점 제한 등 제도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있다”라며 “도입 자체는 큰 성과라 생각하는데 맹점이 많아 실질적으로 큰 혜택은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부총학생회장은 “80% 이상이 대학에 가고, 대다수 평범한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몇몇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을 준다고 해결될 수 없다”라며 “등록금 문제는 학교본부랑 싸워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5조원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 교육재정을 확충해서 고등교육에 지원하고 약속한 ‘반값 등록금’을 이행해야 한다.”

그는 “학생총회 때 휴강을 하지 않아도 출석을 부르지 않거나, 총회에 참석한 감상문을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교수님이 많았다”라며 “앞으로도 등록금 문제에 교수님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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