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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화제] 김만흠 교수,‘지식인의 신문 글쓰기’ 분석해 눈길
[학술 화제] 김만흠 교수,‘지식인의 신문 글쓰기’ 분석해 눈길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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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8 19:07:51
일간지들은 어떤 지식인들을 선호하는가. 작년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여러 가지 정책과 입장이 신문사마다 첨예하게 분화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통계적인 분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정치학)가 진행하고 있는 ‘2001년 ‘지식인 논쟁’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및 문제제기’라는 기획은, 칼럼 기고와 같은 지식인들의 언론 활동을 통해 언론사들의 대체적 성향과 이합집산하고 있는 지식사회의 상을 직간접적으로 비춰볼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다.

조·중·동, 고연령·영남.·美 박사 강세

최근 ‘탈냉전 시대의 한국의 시민사회와 지식인’이라는 주제로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지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기획은 2001년 한해 동안 조선, 중앙, 동아, 한국, 한겨레, 경향, 대한매일 등 7개 중앙조간지를 대상으로, 시론, 논단, 비평, 시평, 칼럼 등의 외부기고란의 필진을 추출,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고자의 인구학적인 배경만을 살펴본 상태로 정치사회학적 주제들에 대한 분석은 이 논문이 발표될 6월 11일 참여사회연구소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가서야 추가될 전망. 김교수는 “햇볕정책, 언론개혁 등의 주제에 대해서만 논쟁이 있었던 정도였다”며 일차적인 분석작업 결과 지식인간의 논쟁 자체가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기고자 1천6백67명이 7백 여개의 컬럼을 기고했고, 전체 기고자의 60.1%가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가 분석한 변수는 출신대학, 박사학위 취득지, 연령, 출신지에 관한 것이다.

먼저 출신대학별 분류를 보면 전체 대상(1천4백65명)의 53.8%가 서울대 출신이 점유, 특정 대학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이렇게 서울대 출신이 기고자로서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한겨레(59.6%), 조선일보(57.0%), 동아일보(54.6%), 중앙일보(54.3%)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조사 대상이었던 모든 언론사가 50% 내외를 기록한, 전반적인 현상이었다. 한편 연세대 출신 기고자가 중앙일보(19.3%), 동아일보(15.8%), 조선일보(14.0%)에서, 고려대 출신 기고자가 동아일보(15.3%)에서, 성균관대 출신이 대한매일(14.2%), 경향신문(12.7%), 한겨레(12.1%)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박사학위 취득지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대상(1천2백47명)의 56.1%가 미국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25.7%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럽은 10.0%, 일본은 7.0%, 기타지역은 1.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중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미국에 대한 ‘지식체계의 편중’과 ‘지적 식민지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게 하는 간접적인 자료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유학 박사 학위자 비율은 언론사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중앙일보(83.8%), 동아일보(70.5%), 조선일보(66.0%)에서는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율이 압도적인 반면, 대한매일(29.6%), 한겨레(38.0%)는 이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한매일은 한국 박사학위 취득자와 유럽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율이 각각 48.8%, 19.2%, 한겨레는 각각 40.4%, 21.5%로 나타나 이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고르게 안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지역별 분류에서는 경상도 출신이 3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서울 출신 22.7%, 전라도 출신 16.4%, 충청도 출신 7.8% 순이었다. 경상도 출신 기고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에서 각각 49.4%, 41.6%, 41.2%의 비율을 차지했으나 모든 조사 대상 언론사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2000년 현재 경상도 인구가 전체 국민의 27.9%이고 인구 이동을 감안해도 전체 기고자의 40%를 상회함으로써, 이 지역 출신이 ‘과잉대표’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라도 출신 기고자는 대한매일, 한겨레, 한국일보가 29.9%, 26.8%, 22.8%의 순으로 높았다.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지역별 편중도는 대단히 큰 것으로 집계됐는데, 경상도 출신과 전라도 출신 기고자의 상대 비율은 각각 6.5대 1, 4.95대 1에 달할 정도였다. 한편 한국일보는 제주 출신이 전무한 점을 제외한다면 지역별 안배에 있어서 비교적 편중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한국이 학위·지역 안배해

전체 기고자들의 평균 연령은 2001년을 기준으로 볼 때 만 51.6세 가량(1950~1951년 출생)이었다. 특히 가장 연령이 높은 조선일보(53.9세)와 가장 연령이 낮은 경향신문(47.5세)의 기고자들간에는 6.6세 정도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그렇지만 조선일보는 표준 편차가 가장 커 폭넓은 연령대와 손을 뻗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1인당 기고 횟수는 총 1천6백61개의 사례, 7백50명이 대상이었지만 신문사별로 나눠보면 9백29명이 대상이 됐다. 이 경우 1인당 평균 2.21회를 특정 신문에 기고했으며 한겨레(2.30회), 대한매일(2.28회)은 한국일보(1.33회), 조선일보(1.36회)에 비해 특정인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의 특징은 이처럼 언론사간의 차별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기초적인 통계조사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행해질 2차 연구와 분석에 더욱 시선이 가게 된다. 이념형적 분석을 보류한 대신 통계적 결과를 일단 제출한 김만흠 교수는 “서울대, 미국 유학, 영남 출신이 가장 비중있는 집단인 점이 두드러지며 신문사별 특징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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