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8:35 (수)
새로나온 책
새로나온 책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3.27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신문 594호(2011년 3월 28일자)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까치, 568쪽, 25,000원
전작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세계와 만물에 관한 파노라마식 서술이었다면, 이 책은 현미경을 가지고 인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매크로’한 서술이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의 일상적인 것들을 살펴보며 그것에 숨겨진 역사들을 낱낱이 파헤치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다. “집이란 역사와 동떨어진 대피소가 아니다. 집이야말로 역사가 끝나는 곳이다.” 홀, 계단, 식당, 지하실, 복도, 식당, 집무실, 침실, 화장실, 탈의실, 다락…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된 사람들의 일상적인 업무가 이어진 곳들이다. 바로 여기에서 ‘거창한’ 역사와 다른 또 하나의 역사가 탄생했으리라.

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 이희경 지음, 진재교·강민정 외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296쪽, 22,000원
이 책은 지금껏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또 한 명의 조선조 북학파 지식인 이희경(1745~1805 이후)이 쓴 ‘燕行 체험기’이다. 그는 다섯 차례 중국에 다녀온 북학파로, 이른바 ‘연암그룹’의 핵심인물이었다. 박지원을 스승으로, 박제가와는 벗으로 지낸 그는 20여 년에 걸친 연행 체험을 통해 이용후생의 논리와 사유를 더욱 정치하게 엮어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북학파 지식인 이희경의 사유 얼개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청조의 선진문화를 호흡한 그의 지식은 수레·선박의 이용 및 농기구 개량 등으로 세밀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청조 문화의 우수성을 수용, 낙후된 자국을 更張하려는 의지로 읽혀진다. 청조문화와 당대 조선문화를 비교 대조하는 구성과 더불어, 빼어난 여행산문의 묘미를 드러내는 문체가 특이하다.

사회변동과 사회학, 레이몽 부동 지음, 민문홍 옮김, 한길사, 456쪽, 25,000원
낡은 이론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사회과학 프로그램의 새 이념을 제시한 유럽의 정통 자유주의 사회학자 레이몽 부동의 명저다. 70대 중반을 넘어선 이 노장 사회학자는 프랑스 68혁명 이후 유럽 지성계의 주류를 이뤘던 구조주의와 네오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사회학적 대안을 찾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198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그가 추구하는 대안적 사회과학 프로그램의 인식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웅대한 기획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동은 기존의 이론들은 사회구조나 체계의 결정론적 성격을 과장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해도 좋을 환상으로 간주함으로써 아카데미 사회학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부동 이론의 핵심인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잘 엿볼 수 있다. 

식민지 근대관광과 일본 시찰, 조성운 지음, 경인문화사, 484쪽, 34,000원
우리나라 근대관광에 대해 분석한 최초의 역사서. 필자는 식민지 지배정책사 연구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일본시찰단에 대한 연구를 근대 관광이라는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관광이라는 주제는 일상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관철되는 지배정책이 식민지 조선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것을 관광을 통해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서술했다. 모두 11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1장은 우리나라에서 근대관광이 시작된 식민지 시기의 관광정책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제2장은 1909년 시작된 일본시찰단에 대해 각각 시기별로 살펴보았다. 저자의 주장은, 일제는 일본시찰이란 ‘관광’을 통해 일본의 선진적이고 근대적인 문물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조선과 조선인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동화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여행, 앨리츠 로버츠 지음, 진주현 옮김, 책과함께, 652쪽, 25,000원
고고학이나 인류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십만 년 전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살았는지,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은 본질적으로 따분할 수 없다. BBC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영국 브리스톨대 의과대 교수인 저자가 직접 전 세계를 누비며 고고학 및 고인류학 유적지와 박물관을 답사하고 현지 주민을 만나 함께 생활하는 여행기인 동시에 고인류학의 학문적 내용을 절묘하게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아메리카 대륙까지 인류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면서 인류의 계보를 추적했다. 

잃어버린 10일-경영 담론으로 본 한국의 휴가 정치, 김영선 지음, 이학사, 373쪽, 19,000원
이 책은 휴가를 대가로 한 한국의 장시간 노동 질서를 해체하기 위한 탐구이며, 한국 사회에서 박탈당한 잃어버린 10일(2주 연속 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나 통상 3~5일의 여름휴가 혹은 하루 이틀의 단절적인 휴가만 사용하기 때문에 통상 10일 정도를 박탈당하고 있다)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다. 저자는 지배담론으로서의 경영 담론의 재구조화 과정 속에서 휴가의 의미와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근면이라는 노동윤리(1970년대~80년대말)→낭비 제거를 위한 시간 관리(1980년대 말~ 1990년대 말)→경쟁력 담론 속에서의 관리(1990년대 말)로 특징화될 수 있다.

집단지성의 정치경제, 조화순·민병원·박희준·최항섭 지음, 한울, 272쪽, 22,000원
위키디피아의 무료 백과사전, 아마존닷컴의 평점시스템,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사이버상의 지식 공간을 통해 벌어지는 지성의 변화가 지식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집단지성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단편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저자들은 집단지성 연구에 경영학·사회학·정치학 등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집단지성이 구현되고 발현될 수 있는 배경,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정책적인 환경, 집단지성을 국가와 개인의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활용방안 등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한국사법제도와 우메 겐지로, 이영미 지음, 김혜정 옮김, 일조각, 312쪽, 25,000원
이 책은 일본이 1905~1910년에 한국에서 전개한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연구서이다. 통감부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일본에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고빙했다. 개혁의 명분은 근대적 사법제도로의 전환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인의 한국 토지소유를 합법화하는 데 기여할 목적이 깔려 있었다. 우메 겐지로는 일본과 다른 관습을 가진 한국 내에 한국 고유의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자 계획했으나, 일본법을 적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좌절됐다. 지은이는 통감부가 한국 사법제도의 근대적인 개혁에 관여한 배경과 내용을 추적하고 미공개된 1차자료를 중심으로 우메 겐지로와 미다 미키지로의 활동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