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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아이들
교수와 아이들
  • 최봉영 논설위원 / 한국항공대
  • 승인 2011.03.14 11: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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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봉영 논설위원 / 한국항공대 한국학

최봉영 논설위원 / 한국항공대 한국학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서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달라진다. 굳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빌려서 말하지 않더라도,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날 이 땅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어떠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대하는지는,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불러주는지 알아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을 매우 많은 이름들, 즉 스승, 선생, 교사, 교수, 교원, 강사, 접장, 훈장 따위로 불러왔다. 이처럼 이름이 많아진 것은 우리가 가르치는 사람을 예사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배우는 사람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학생 또는 제자로 부른다. 

우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특별히 교수라고 부른다. 교수는 좁은 뜻에서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와 같은 직급을 가진 이를 말하고, 넓은 뜻에서 대학 또는 대학과 비슷한 곳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모든 이를 말한다.

요즈음 교수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놓고서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다. 학생들은 언제나 교수를 깍듯하게 교수님으로 높여서 부르지만, 교수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그것에 따르지 못해서 폭언, 폭행, 표절, 갈취와 같은 좋지 못한 일이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학생은 교수를 교수님으로 부르지만, 교수는 학생을 그냥 학생으로 부르는 까닭에 교수가 학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가벼워지기 쉽다. 이 때문에 교수가 교수의 구실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그냥 학생으로 부르지만, 속으로는 학생님으로 불러주는 살뜰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수가 학생을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교수들이 학생을 학생이 아니라 애들로 낮추어 부르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학생이 보이지 않는 곳이면 교수들은 나이가 서른이 넘은 대학원생까지 마냥 애들로 부른다. 학생들이 이미 성년을 넘어선 사람들로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까지 뽑는다는 것은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 교수가 이렇게 하는 것은 학생을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기보다는 오로지 먹고사는 일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일로써 구실을 삼기 때문이다.

교수가 학생을 애들로 낮추어 부르게 되면, 교수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저절로 흐트러지고 만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어린애나 아랫것처럼 다루게 되면서 쉽게 폭언, 폭행, 표절, 갈취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의례히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말을 꾸민다. 그러나 참말로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교수라면 무엇보다도 학생을 사람으로 받들어서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오늘날 교수들이 걸핏하면 학생들을 애들로 낮추어 부르는 것은 몇몇 교수들의 버릇이 아니라 오래된 풍조이다. 예부터 해오던 대로 따라하다 보니, 모두 그렇게 되고 말았다. 함부로 여기는 일이 다반사이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수들이 조금 지나쳤기 때문에 또는 조금 운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억울해하더라도, 그것을 모두 변명으로 돌리기 어렵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려면, 학생들을 애들로 부르는 일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 애들로서 무시를 당하며 자란 사람은 커서도 어른으로 구실하기 힘들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목적이 어른 구실을 제대로 하는 것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미 성인이 된 사람을 애들이라고 낮추어 부르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교수를 교수님으로 높여서 부르는 것은 교수가 남을 님으로 불러줄 수 있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갖추고서 학생들을 훌륭한 님이 될 수 있도록 이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수는 이러한 믿음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애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수는 전문지식의 권위에 기대어 남을 업신여기고 깔보는 일로써 잘난 체 거들먹거리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야 교수님으로 불리는 일이 너무나 하찮고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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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11-03-17 15: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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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2011-03-15 20:56:45
글이 좋아서 ,, 퍼가도 될까요^^

이만기 2011-03-15 20: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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