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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재단 정상화’ 앞두고 무기한 천막농성
대구대, ‘재단 정상화’ 앞두고 무기한 천막농성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3.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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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지침대로 정상화 추진해도 ‘비리재단’에 넘기나”

 

대구대 교수, 직원, 학생 등은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학교법인 영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대구대 본관 앞 잔디광장에서 ‘학교법인 영광학원 지키기 출정식’을 갖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994년부터 17년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해 온 대구대가 ‘재단 정상화’를 코앞에 두고 4일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최근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회의를 다녀온 뒤 내린 결정이다.
대구대 학내 구성원들과 설립자측(설립자의 장손 이근용)이 오랜 논의와 타협을 거쳐 마련한 ‘정상화 방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사분위가 비리로 물러난 ‘종전이사’측(설립자 유족의 한쪽인 고은애)에 과반수 이상의 정이사 추천권을 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2기 사분위가 들어선 이후 세종대, 조선대, 상지대, 광운대에는 ‘비리 구재단’이 속속 복귀한 터다.

대구대는 지난해 5월, 설립자의 장손에게 정이사의 과반수 추천권(7명 중 4명)을 인정하는 ‘재단 정상화 계획’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대구대 임시이사회는 ‘재단 정상화 계획’에 종전이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수차례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지만 종전이사측은 참여를 거부해 왔다.

조해녕 대구대 이사장과 이재돈 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지난 3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분위의 대구대 정상화 심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과 23일에 열린 사분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는 구성원들의 기대와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며 “현 사분위의 일부 위원들은 설립자 유족의 한쪽에게 단지 종전이사라는 이유만으로 학원 경영에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사분위가 종전이사측에게 학원 경영을 맡기겠다고 계획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학원정상화와 근본적으로 상치될 뿐만 아니라 대구대 제2의 분규와 파국을 낳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해녕 이사장 “종전이사 인정한다면 교과부의 자기모순”

특히 대구시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내고,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녕 대구대 이사장은 지난 3일 ‘학원정상화 추진과 관련한 법인의 입장’도 별도로 제시했다.

조 이사장은 “임시이사회가 제출한 정상화 방안은 교과부가 요구한 지침과 절차를 충실히 존중해 만든 적합한 방안”이라며 “대구광역시장과 경북도지사, 대구광역시 교육감과 경상북도 교육감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견을 밝힐 만큼 추진과정과 합의안은 적법성과 합리성을 인정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이어 “교과부와 사분위가 교과부의 정상화 추진 지침에 따라 추진해 마련한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그 권위와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종전이사쪽이 교과부가 요구한 절차도 무시하고 대구대 어느 구성원과의 대화와 타협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정상화 방안을 인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교과부의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종전이사의 정상화 방안을 우리 임시이사진의 정상화 방안과 같은 무게로 인식해 강제 조정하려 한다면, 임시이사진과 학원 모든 가족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밝힌다”고 전했다.

사분위는 오는 3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구대 정상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우근 사분위 위원장(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과 강민구 위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은 오는 3월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두 위원의 자리는 모두 대법원장의 추천에 따라 새로 위촉된다. 또, 사분위 전체 11명 위원 중 공석인 민주당 몫의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사분위원은 이번 달 중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학교법인 영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위원장 전형수 대구대 교수회장)는 오는 11일 오후시에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에는 대구 대명동에 있는 캠퍼스에서 대구경북지역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 발족 및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16일 오후 3시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초청 특강을 연다. 손 대표는 '고액 등록금 문제, 청년실업, 대학공공성 확보'를 주제로 특강하는데, 대구대 정상화 문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사분위전체회의가 예정된 17일 오전에는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상경 집회도 가질 계획이다.

대구대는 설립자(이영식 목사)의 장남인 故 이태영 총장이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체류 기간(1985년~95년) 중에 학교 경영을 맡게 된 부인 고은애 이사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장기간 분규가 지속됐다. 지난 1993년 이사회는 신상준 대학원장을 총장으로, 교수협의회는 조기섭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해 학내 분규가 일어났다. 1993년 6월, 교육부는 감사를 실시했고 학교회계 불법사용, 교육부 지시사항 미이행 등이 적발돼 1994년 2월에 임시이사가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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