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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방대·사립대·전문대’가 걸려들 것 … 구조조정 효과는 미미
결국 ‘지방대·사립대·전문대’가 걸려들 것 … 구조조정 효과는 미미
  • 조기조 경남대ㆍe-비즈니스학부
  • 승인 2011.02.2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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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이렇게 생각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의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여부를 판정할 때 올해부터 2단계 평가를 거친다고 한다. 전체 대학의 상대평가 결과 하위 10%를 ‘대출제한 대학’으로 하던 방식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어 다음과 같은 4개 지표를 충족하는지 심사한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취업률 45% △재학생 충원율 90% △전임교원 확보율 61% △교육비 환원율 90%를 충족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취업률 50% △재학생 충원율 80% △전임교원 확보율 50% △교육비 환원율 85%를 채워야 한다.

이 4가지 지표를 모두 충족하면 대출제한 대학으로 설정될 가능성은 없다. 3개 이상을 충족해도 비교적 안정권이지만 2개 이상의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대학과의 비교 평가를 통해 하위 15%가 ‘대출 제한’을 받는다.

대출제한은 직접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주지만 ‘부실대학’이라는 딱지가 대학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학생 모집이나 취업 등에 불리함을 주기 때문에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여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론상 ‘정(+)의 효과’는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리라고 본다. 그 이유와 문제점을 살펴 보자.

우선 대학의 자율화 문제다. 대출제한을 받는다고 대학이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은 낮다. 정원을 약간 줄여 대출제한 대학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어차피 비율을 못 맞출 바에야 충원율이 매우 낮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때까지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원(재학생)은 등록금 수입이기 때문에 줄이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교수 확보율도 그렇다. 비싼(?) 전임교수를 61% 이상 확보한 후 몇 년 뒤 학생을 줄여야 한다면 그 인건비는 바로 목을 죄게 된다. 그래서 61%보다 훨씬 낮다면 아예 충원을 포기할 것이다.

채찍이 있다면 당근은 무엇인가? 사실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면 한시적으로 사학법인의 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합병이건 해산이건, 아직 잔여재산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챙겨 갈 수 있어야 법인 스스로 결정을 할 것 아니겠는가.

등록금만 해도 문제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인상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권고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가히 협박 수준이다. 등록금 인상률과 인상액도 평가 지표에 담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 규정을 법으로 만들고 인상 허용폭도 정했다. 2011학년도의 등록금은 법으로 5.1% 이내에서 인상하도록 돼 있다. 그래놓고는 등록금을 올리면 올린만큼 불이익을 준다하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모 국회의원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까지 제출하란다.

등록금을 동결하면 부족한 예산만큼 지원해 줄 것인지 묻고 싶다. 사실상 대학은 학부모의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만큼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의 선정지표를 아무리 바꿔도 결국에는 ‘지방대+사립대+전문대’가 걸려들 것이다.

특히나 수도권 대학, 국립대학은 하나도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물가를 염려한다면 차제에 국가사업을 포함해 국고로 지원하는 기관과 국립대학의 경영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국립대학이 비효율적이고 중복 투자가 많아 국고가 낭비된다면 개선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잘 하는 국립대학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상태에서 규제와 간섭은 태산 같아 이것이 자율화냐는 불만이다.

“대학의 교육 역량·여건을 보기 위한 지표들로 대출제한 대학을 가리는데, 이는 대학 교육이 졸업생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고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적자원이 취업률을 결정하고 이는 또 학자금 대출의 상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한 교과부 담당관의 말은 견강부회로 들린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미 뜀박질을 하고 있다. 마른 수건도 짜고, 등록금 이외의 재원 확보방안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냥 두어도 알아서 할 것을 빗자루 드니 마당 쓸라는 것 같다.

 

조기조 경남대ㆍe-비즈니스학부

동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2008년 <International Journal of AIS>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기획처장을 거쳐 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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