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6:00 (금)
[學而思] 高校교육에 떠넘긴 것들
[學而思] 高校교육에 떠넘긴 것들
  • 박제남 인하대·수학교육과
  • 승인 2011.02.28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겨울은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한 연수가 많았다. 시·도교육청이 주관한 직무연수나 일정연수 외에도 논술지도를 위한 심화연수, 대교협 주관 진학지도교사를 위한 입학사정관제 연수, 교과부 주관 진학진로교사를 위한 중·고교 진학진로담당교사연수 등이다. 여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교재연구 및 교수법의 연수 및 세미나를 고려하면 참으로 많은 연수가 있었다.

최근 고교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과교실제, 수준별 수업, 논술지도,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진학지도 등등. 이때 교수들은 교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고, 예비교사들에게 무엇을 준비시킬 수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임용시험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한계를 느낀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너무 많은 것을 고교교육에서 해주기를 원한다. 진로지도의 예를 들어보자. 문과와 이과를 구분한 고교과정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 중 없어진 직업을 고르시오”가 평가 항목인 진로교육을 일선 고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학교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일 고통스런 질문이 ‘학생들이 수학과를 졸업한 후 어떤 직업을 갖는가 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다. 교과부는 이를 해결이라도 할 듯이 이번 겨울방학부터 약 500시간의 진로진학 연수를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시작했다.

10여년 전, 대학은 학생들의 진로 선택폭을 넓히려고 학부제를 도입했고 제도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교육부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학부제를 폐지하는 추세고 결과적으로 진로지도는 고교교사의 몫이 돼 버렸다. 필자는 사범대학에 재직하면서 사범대학생들에게 진로지도를 시행해야하는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시기에는 학생 수가 현재보다 약 30%가 줄고 이로 인해 교사임용 인원은 계속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부수업에서 연계전공이나 부전공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돌아오는 봄학기부터 수업 중에 수학, 통계 및 경영학과 관련된 연계전공을 틈틈이 수업 중에 설명해주려 한다.

창의인성교육의 바람도 불고 있다. 창의성교육과 인성교육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두 교육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자격증을 따려고 기계적으로 학점을 받고 노량진에 가서 교육학과 교과관련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교사들에게 창의성교육과 인성교육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을 중등교사임용시험에 비중 있는 과목 그리고 창의성과 관계없는 시험유형에 매달리게 해놓고 이제 와서 교사들에게 창의인성교육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창의인성교육을 위한 새로운 수학교육의 시도조차 사회 현실 속에서 무력해지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수학교육에서 포스터, 그림, 디자인 등을 활용한 글쓰기 교육을 염두에 두고 교수학습과 평가를 연구하면서 이를 학생지도에 활용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교사임용시험과 관련이 없어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마음이 매우 착잡하다.

2008년 대학입시에 새롭게 도입된 통합논술은 지도의 어려움으로 일선 고교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로 인해 사범대학 교육과정 안에 ‘논술지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자연계 논술의 경우 매우 느슨한 통합이거나 교과목 단독출제가 주를 이루다보니 일선학교에서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올해 입시부터는 인문계 논술에 미적분이 도입돼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봄학기에 자연계열 논술강의를 개설하면서 교재도 집필했고 지난 여름에 교육방송에 40강좌를 녹화해 올려놓았다. 이를 이러닝 교수법으로 활용하면서 사대생에게 논술지도를 하려한다. 그러나 이 또한 교원임용 1, 2차 시험과 관련이 없어 학생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수업에 임할지 고민이다.

수학교과 교육학처럼 다른 교과교육학도 현실 앞에 설 땅을 잃어가고 있고 그 대책이 별로 없는 현 상황에 많은 괴리감을 느낀다. 대학은 너무 많은 것을 고교현장에서 알아서 해주기를 바래왔고, 교사 재교육, 임용시험 개선연구, 그리고 사대생을 위한 진로지도 등을 멀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