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4:50 (토)
외국인 학생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인상할 수 있을까
외국인 학생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인상할 수 있을까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2.28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록금 특집] 스위스 대학의 ‘등록금 인상’ 고민


사립학교는 제외하고 살펴보자.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로잔의 호텔학교나 유명한 IMD MBA 과정은 매우 비싸다. 스위스에서 일반적으로 대학교로 통하는 학교들은 공립학교들이다. 스위스는 각 주(칸톤)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주립대학과 스위스 각 주의 연합인 헬베틱 스위스 연방에서 지원하는 연방대학이 있다. 로잔의 경우를 예로 들면, 로잔주립대학은 매학기 580스위스 프랑, 연간 1천160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140만원), 로잔연방공대는 학기당 633 스위스 프랑, 연간 1천266 스위스 프랑(약 150만원)이다. 스위스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학비다. 등록금의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각 주나 연방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편에서는 몇 년 전부터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대학 내부에서도 있었다. 대학 측은 미국의 사립명문대학을 예로 들며 대학의 발전을 더욱 도모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고, 구체적으로 현재 학비의 5배 정도 인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등록금 인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 국적의 학생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시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잔연방공대는 ‘세계화’에 매우 성공한 사례이고 외국 학생의 비율이 월등히 많아 등록금이 인상된다면 다수의 학생들에게 해당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인종차별주의 논쟁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의 주장인 셈이다. 당시 대학 측의 설명을 듣던 학생들의 반발도 매우 컸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듯 아직까지는 후속 조치 없이 조용하다.

스위스 대학들은 의외로 외국 학생·교직원의 비율이 매우 높다. 로잔연방공대는 취리히에만 있던 연방공대를 스위스 불어권에도 창설하자는 의도로 1970년대에 신설했다. 신설대학이라 세계 랭킹에서 비교적 저평가되고 있지만 세계화부문만큼은 늘 최상위 수준이다. 외국 국적의 인재들이 이 학교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반면, 보수적 시각의 언론은 스위스 대학의 이런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자국의 우수한 스위스 학생들에 비해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은 외국 학생들의 유입은 오히려 스위스 대학들의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위스 국민의 세금이 외국 국적의 학생들 때문에 낭비된다는 뉘앙스다. 이는 외국 학생들의 입학요건을 강화하고 등록금을 인상하자는 주장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견해는 아니다.

로잔연방공대 부총장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스위스의 적은 인구만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세계적인 대학을 구성해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세계화를 지향하며 외국 인재들의 유입에 적극적인 것은 대학의 생존 전략일 수밖에 없다.”

스위스에서 박사학위를 한 외국인들이 학위 취득 후 바로 스위스를 떠나는 것은 오히려 이미 투자된 국가예산의 낭비이기 때문에 매우 폐쇄적인 스위스 고용시장의 문을 외국인 고급인재들에게도 우호적으로 개방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여론과 정치적 움직움도 매우 활발한 현실이다.

로잔연방공대는 등록금의 ‘갑작스러운 인상’이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외국 인재 유입을 막아 ‘값비싼 미국 명문대학’과의 차별적인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남성택 스위스 통신원/건축학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