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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결과 따라 정부가 후불 지원 대학에 좋은 교육·서비스 유도
교육결과 따라 정부가 후불 지원 대학에 좋은 교육·서비스 유도
  • 박지관 뉴질랜드통신원·정보경영학
  • 승인 2011.02.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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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특집] 뉴질랜드의 ‘교육 지원금’ 정책


뉴질랜드에는 8개의 종합대학이 있으며 모두 국립대학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학교에 입학을 하기만 하면 등록금을 거의 내지 않던 시절이 있었으며, 또한 대학교에 들어가면 십년이 넘도록 학교에 적을 두면서 정부가 부모의 수입 수준에 따라 지원하는 생활보조를 받으며 편안히 생활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뉴질랜드도 전 세계의 경제 불황에 영향을 받아 이번에는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2억 뉴질랜드 달러나 삭감했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스티부 마하리는 메시대학교의 총장이 되자마자, “이제 대학들도 적극적으로 수입원을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정부는 교육 지원금으로 대학 행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정부는 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등록한 과목을 C학점 이상을 받아서 합격해야만 그 과목에 할당된 정부 보조금을 대학교에 지불한다. 학생 개개인도 학비를 내지만 그것은 실제 학비의 20~30% 정도 수준이고, 나머지 70~80%는 정부로부터 나중에 후불로 받게 된다. 대학이 아무리 많은 학생을 입학시켰더라도 학생 개개인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누군가 낙오를 하게 되면 대학은 그동안 그 학생들에게 쓴 투자에 대해 정부로부터 대가를 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대학은 온 힘을 다해서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과 카운슬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학생활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호주의 대학들과 비교해 조금은 소극적이었던 뉴질랜드 대학의 유학생 유치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유학생을 받게 되면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할 필요 없이 학비의 100%를 유학생 개개인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도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 대학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캐나다 한 대학의 교수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교실 하나하나가 ‘Room H123’처럼 의미 없는 번호가 아닌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다. 기부의 금액과 성격에 맞춰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은 대학이 존재하는 한 그렇게 불려 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서관 건물을 ‘홍길동’이기부를했다면그도서관은영원히‘홍길동도서관’으로불려진다. 또 대학 컴퓨터실의 PC를 어떤 기업에서 기부를 했다면 기업의 이름을 붙인 컴퓨터실이 되는 것이고, 그 유지까지도 그 기업이 담당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 본관 건물의 바닥 대리석 타일 하나하나에도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 놓기도 한다.

이런 정책들은 대학생 개개인의 교육 부담을 줄이면서 그 학생들이 얻게 되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일찍부터 산학 연계를 하면서 대학의 재정을 키워 나가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안목을 가진 지원과 지도 정책이 같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대학을 다녔고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대학을 다녔다. 두 나라의 대학제도를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두 나라의 대학을 비교해 보면 이렇다. 한국의 일반대학은 4년제 이지만 뉴질랜드나 영연방 국가(호주, 영국, 캐나다)의 대학 학사과정은 3년제이다. 또 한국의 남자 대학생들은 군대라는 국방의 의무를 충족하고 대학교 4년을 마치고 졸업할 때면 벌써 20대 후반이다. 이곳 뉴질랜드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갈 때 겨우 21살이나 22살이며 20대 후반이 되면 벌써 매니저급이 돼 있거나 아니면 벌써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자기 집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생들은 긴 기간 동안 정부나 은행에서 학자금을 대출해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지만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이라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등록금 인상’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기부금 확충 등 다양한 재원 발굴에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박지관 뉴질랜드통신원·정보경영학

뉴질랜드 빅토리아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유학생들의 외국 대학교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Framework 개발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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