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9:45 (토)
“기부요? 절박한 심정으로 꾸준히 해야죠”
“기부요? 절박한 심정으로 꾸준히 해야죠”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2.22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담_서교일 순천향대 이사장-배정철 어도 사장

 

 

   “그냥 갈 수 있나요. 2천만 원 기부하고 가겠습니다.”
  20년 동안 꾸준히 이웃사랑을 전하고 대학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에까지 해마다 기부를 하고 있는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만나기로 한 바로 전날, 그는 또 기부를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일식집 ‘魚島’ 배정철 사장(49세, 사진 오른쪽). 배 사장은 2007년부터 매년 순천향대학병원에 2천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 보낸 2천만 원은 순천향대 학생 장학금으로 보냈다. 병원과 대학에 지금까지 모두 8천만 원을 기부했다.

  사실, 배 사장은 ‘일식업계 김장훈’ ‘일식업계 기부왕’으로 알려져 있다. 16살 때부터 일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1993년에 지금의 어도 일식집을 인수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이웃사랑이 시작됐다. 처음엔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에 매일 죽을 쒀서 보냈다. 그러다가 쌀 20㎏들이 1포와 생선 한 상자씩 보내고 있고, 주위 노인들에게는 어도 일식집에서 매일 아침마다 식사를 대접한다. 지난 1999년부터는 서울대병원에 기부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3일에도 1억 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서울대병원에만 9억1천500만원을 기부했다. 2008년부터는 초중고등학교 다섯 곳에 해마다 장학금을 보낸다. 배 사장은 1년에 4억 원씩 기부를 한다. 지난해엔 아예 ‘어도’를 개인 업소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다. 일식집 운영으로 생기는 모든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이었다. “어느 정도 재산이 모인 뒤 더 이상의 재산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어도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기부를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배 사장은 함께 나누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했다.

  배 사장은 ‘연중무휴’ 일식집을 운영한다. 그래서 가족들과 여행 한 번 못 갔다. 1년에 4억 원씩 기부를 하고 있으니 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참 힘든 일이다. 어머니와 아내는 이해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처음엔 이해를 못했다. 배 사장은 매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아내, 자녀 3명 모두에게 ‘포스트 잇 편지’를 매일 쓴다. 지난 2월 5일이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다. “만날 일만 하다 보니까 가족 여행도 못 갔어요. 어머니와 아내는 이해를 하는데 아이들이 처음엔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하루 이틀 편지를 쓰면 효과가 없겠지만 몇 개월, 몇 년을 꾸준히 편지를 쓰면 효과가 있겠지 싶었습니다. 그게 벌써 2년이 됐네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족들에게 매일 편지를 썼어요. 그러니까 진심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새벽 2시인데 그때부터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 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배 사장을 서교일 순천향대 이사장(52세,사진 왼쪽)이 지난 16일 직접 만났다. 서 이사장도 최근 거액의 자산을 대학으로 넘겼다. 서로 마음이 통했을까. 배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사장실로 초대해 배 사장의 ‘기부 철학 이야기’를 나눴다.

서교일 : 오늘은 제가 배정철 사장님의 기부철학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기부를 결심하실 때 여러 곳이 있을 텐데 가만히 보니까 대학, 그것도 대학병원에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배정철 : 제가 좀 힘들게 살아왔고 어릴 때는 몸도 많이 허약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자원봉사도 하고 기부도 했는데요. (기부를)하다보니까 이제는 많은 것을 배워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그 학생이 훌륭한 사람이 되면 또 다른 사람에게 기부를 할 수 있는 기여를 하면 어떨까 해서 장학금을 초중고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서 : 처음엔 아프신 분들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하시다 보니 배움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더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부범위를 확대하셨네요. 장사가 더 잘 돼야 겠어요.(웃음) 자원봉사도 많이 하시던데, 어디를 주로 가세요?

배 : 장애인 시설이나 양로원에 많이 다니고요. 주위에 계신 노인 분들께는 오전에 식사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그게 벌써 20년째 됐네요. 한 달에 300~400명이 무료 식사를 하세요. 3일에 한 번꼴로 와서 식사를 하시죠.

서 : 다른 병원에 기부를 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사장님도 저희를 예쁘게 봐주셔서 도움주신 것 같습니다.

배 : 제가 서교일 이사장님을 처음 봤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정말 검소하신 걸 알게 됐습니다. 이사장으로 있으면서도 정말 검소하다 싶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들어보니 존경할만한 분이다 싶더라고요. 이 병원만큼은 오래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 : 그런데 사장님, 꾸준히 기부를 해오시면서 기부는 이런 것 같다 하시는 게 있나요?

배 : 과정은 굉장히 참 힘들죠.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안 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 꾸준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부를 하고 나면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지요. 제가 어릴 적 몸이 아플 때 절박하게 기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내 몸을 낫게 해 달라’고요. 제가 가난했을 때도 ‘열심히 일을 할 테니 저에게 부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죠. 지금은 모두 이뤘는데 먹고 살만한 기반도 갖췄고요. 지금 해야 될 일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제 뜻이고 꿈인데, 이걸 쉽게 하면 안 된다 싶어요. 기부도 절박한 심정으로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서 : 배 사장님 말씀 듣고 있으니까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랑 그리고 또 하나가 지식이 아닐까요. 지식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장님도 앞으로는 장학사업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셨는데, 나누면 더 커지는 사랑을 쏟아 부을 때 지식을 전파하는 곳인 대학에도 도와주시면 두 배로 커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 : 박병수 본부장 pbs@kyosu.net
정리·사진 :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