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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혁명론’의 실체
‘트위터 혁명론’의 실체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2.2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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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이집트 혁명을 이끌었나

  소셜 미디어는 정치 변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난 2009년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최근 이집트 시민 혁명을 촉발시키는 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 그 역할론의 실체와 인식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이집트 시민 혁명의 원인을 놓고, 소셜 미디어의 역할보다는 시민들의 경제적 불만이나 식량 가격의 폭등 등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요인이 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주장을 실었다. “중동과 그 밖의 어느 지역에서도 정치 변동에서 소셜 미디어가 시민 참여를 확대시키는 데 힘을 싣고 있다는 데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이집트 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왜 이집트 시민들은 거리로 몰렸는가 이다. 인간 존중과 경제적 불만이 그 첫 출발점이었다.”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보·과학기술사회학)는 <시사인> 최근호에서 “소셜 미디어와 사회혁명의 관계는 무엇일까. 소셜 미디어가 사회혁명의 원인은 아니지만, 지역·국가·지구촌을 서로 엮는 구실을 해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행동하는 시민이 없으면 퍼뜨리는 트윗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너무도 당연한 이 결합이 순서를 바꾸면 혼란이 생긴다. 트위터가 혁명과 행동, 생성의 원인이 되고 사람들이 그에 따라 움직인다는 거꾸로 된 인과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잘못된 ‘트위터 혁명론’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등 새로운 미디어는 민주주의 확대에 기여할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치학자 예브게니 모로조프가 쓴 『인터넷 망상』(The Net Delusion)은 인터넷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대할 것이라는 ‘사이버 유토피아니즘’을 반박하고 있다.

  모로조프는 이 책을 통해 흥미로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이집트처럼 독재정권에서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모로조프는 인터넷이 권위주의 정부나 독재정권을 유지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국민들이나 반정부 세력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반정부 운동가를 색출하는 데 활용되고 있기도 하고, 모든 이란인들은 페이스북에서 반정부 활동 연계 여부를 조사받는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의 국정철학을 전한다.

  모로조프는 벨로루시에서 태어난 젊은 학자로 ‘사이버 유토피아니즘’에 맞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트위터 혁명론’에 대해서도 반론을 펴고 새로운 디지털 도구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논증해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신파시트들이 학살을 조직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했고, 반면 르완다에서는 라디오만이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언론이 설파하는 ‘트위터 혁명론’이나 페이스북 효용성에 대한 맹목적인 주장의 배경에는 극단적인 ‘서양 쇼비니즘’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미국의 디지털 기술이 시민들의 자유를 신장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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