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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행정기구’ 활용해 법인화 시행착오 줄이는 것도 대안
‘전문행정기구’ 활용해 법인화 시행착오 줄이는 것도 대안
  • 고석남·김상대 경상대 경제학과
  • 승인 2011.01.0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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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립대 법인화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가 주는 시사점

일본의 국립대학 법인화 문제를 ‘독립행정법인 국립대학 재무·경영센터’측면에서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일본의 국립대 법인화는 범정부 차원에서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 실시됐다. 선진국 대학개혁 전문가와의 잦은 심포지엄, 연수회 등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고스란히 수용하면서도 그러한 제도 도입에 따른 일본 내 반발을 최소화할 방안을 미리 마련함으로써 마찰적 요인을 사전에 불식시켰다.

둘째, 법인화 이후, 대학경영과 예산집행, 연구체제, 인사 등 모든 면에서 정부가 아닌 4개의 독립행정법인과 같은 제3자 기구의 교차 평가와 지도, 조언을 받도록해 대학의 자립성과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했다.
셋째,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1일의 일본 국립대 법인화의 전면 실시에 주목하고 있지만, 일본은 법인화에 앞서 국립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4개 독립행정기관의 역할과 기능 보완에도 중점을 두면서 법인화를 함께 추진해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식 ‘대학평가·학위수여기구’,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 ‘미디어교육개발센터’, ‘대학공동이용기관법인’과 같은 독립적 전문행정기구의 사전 설립·운용 없이, 국립대 법인화부터 실시한다면 그에 따른 시행착오의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다.

넷째, 국립대 법인화 이후 일본의 각 국립대는 5년 시한의 중기목표와 중기계획을 세워 이를 문부과학성에 제출한 후, 매년 말과 중기계획 종료연도에 자체 평가와 함께 제3자적 독립행정기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결과는 차년도와 다음 중기계획 기간 중의 자원배분에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대에서도 대학발전 목표와 실천계획 및 평가연구보고서를 매년 자체적으로 공표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나, 아직 객관적으로 검정되고 공인받는 상태는 아니다. 따라서 국립대 법인화를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일본식으로 외부의 독립적 전문행정기구부터 설립해 이들 기관의 검정을 받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국립대 역사가 일천할 뿐 아니라 관련 전문지식의 양과 기본역량, 노하우, 역사, 전문가 면에서도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온 서구 국가의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므로 서구 국가의 수백 년에 걸친 국립대 경영 노하우에 관해 전문적으로 연구할 전문가부터 본격 양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한 가지 대안이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와 같은 독립적 조직의 설립·운용이 될 것이다.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에서 관련 법인들의 시설정비 등에 필요한 자금의 대부 및 교부, 국립대 법인 등의 재무·경영상태 개선에 이바지하기 위한 정보 제공 및 협력, 조언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한다. 그 결과, 이 센터는 국립대 법인의 교육·연구 환경의 충실한 정비와 재무 및 경영상태를 개선시켜, 최종적으로는 국립대의 교육·연구 분야 진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국립대의 시설정비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재무 및 경영상태 개선 문제 등을 개별 국립대 수준에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과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국립대 내 전문인력과 예산의 부족은 물론, 대정부, 대국회 설득과정에서 대학이기주의의 발로라 하여 오히려 역공을 당할 위험성마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식의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를 설립해 이 기관에서 전국 모든 국립대의 시설정비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재무·경영상태 개선 문제 등을 일괄적으로 연구·조언토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여섯째, 우리나라에서 1945년 해방 이후에 설립된 국립대의 구조와 운영체제를 일시적으로 혁신하려고 하면 커다란 저항과 시행착오를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국립대 개혁을 먼저 수행해본 서구 선진국의 사례와 경험은 우리에게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OECD의 고등교육기관 관리프로그램회의, 영국 고등교육자금조달위원회, 유럽고등교육학회, 유럽대학협회, 미국대학경영관리자협회, 비교국제교육학회, 미국 각 주의 고등교육관리자협회 등 정기·부정기 콘퍼런스에 우리나라 국립대의 연구인력을 많이 파견해 그들 선진국에서 축적한 연구업적과 실천경험을 온전히 전수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립대 법인화가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지만, 지극히 우려되는 바는 그 추진방식에서도 일본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국립대 법인화의 일괄 실시보다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나 ‘국립대학평가위원회’와 같은 제3의 독립전문기구의 설치·운영은 물론 일본 및 서구국가의 국립대 법인화 성과에 대한 심층 연구들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울산과학기술대의 법인화 성과도 5~10년 지켜본 후 전국 모든 국립대에 일괄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1980년대 초의 졸업정원제, 1990년대 중반의 학부제, 2008년의 로스쿨 및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와 같은 선진국의 제도를 우리의 대학풍토에 일괄 이식한 후 이미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일본의 국립대 법인화 국립대학재무경영센터』(고석남·김상대 옮김, 한울, 2010) 제9장 요약 및 시사점을 요약한 것이다.

고석남·김상대 경상대 경제학과

고 교수는 일리노이대에서 박사를 했으며 경상대 기획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김 교수는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박사를 했고 사회과학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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