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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효과 줄 수 있는 약은 가능한가
운동효과 줄 수 있는 약은 가능한가
  • 이세원 미국 통신원·혈관 생물학
  • 승인 2011.01.0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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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성인병 예방법

미국 심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 미국 내에서 심혈관계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남녀 각각 대략40만 명으로, 암과 사고를 제치고 사망원인 1위로 밝혀졌다. 심혈관계 질환에 관련된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비만, 유전, 운동 부족, 당뇨, 흡연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위험인자들이 기타 다른 성인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성인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의학 전문가들은 채식위주의 식이요법과 운동을 추천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패스트 푸드와 같은 고 지방식은 큰 유혹이 아닐 수 없으며,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풀기 힘든 숙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인체 내 인슐린의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현대·산업화 과정에서 유입된 고 지방식의 패스트 푸드와 운동부족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만, 당뇨환자들을 증가시켰고, 이는 심혈관계의 질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운동의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08년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 살크 인스티튜트, 로날드 에반스 박사팀은 유력한 생명공학 학술지인 <셀>에 약물 투여를 통해 운동의 효과를 낼 수 있는 2가지 신호 전달 기전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팀은 실험실 생쥐에 AICAR(aminoimidazole carboxamide ribonucleotide)라는 약물을 경구 투여했을 때, 이 생쥐들은 일반 생쥐들에 비해 보다 오랫동안 런닝머신에서 뛸 수 있었고 또한 다른 운동 효과들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약물은 마라톤과 같은 지구성 운동 능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뿐만 아니라, 비만과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전에 에반스 연구팀은 PPAR(Peroxisome proliferated-activated receptor) 델타라고 알려진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어 이 쥐들이 마라토너와 같이 운동시 피로를 덜 느끼고 또한 고지방 음식을 먹였을 때 일반 쥐에 비해 비만해 질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또한 비만과 당뇨에서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 역시 이 슈퍼 쥐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에반스 연구팀은 AICAR를 4주 동안 실험실 쥐에 투입했을 때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44%정도 더 먼 거리를 뛰었고, 이 증가량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을 때 증가할 수 있는 정도와 비슷한 정도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신체의 근육은 크게 속근과 지근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마라토너와 같이 지구력이 좋은 사람은 지근(붉은 색 근육)이 발달한 반면, 100미터 달리기와 같이 단거리 훈련을 받은 사람은 속근(흰색 근육)이 많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PAAR 델타 작용약과 AICAR 약물 투여는 지근의 증가를 일으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힘든 거대 비만 환자나 노인 환자들에게 적당한 치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운동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긍정적인 측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AICAR는 아직 사람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전문 운동 선수들에게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는 금지 약물로 선정해 선수들이 복용하지 못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운동 생리학자들은 약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들과 실제 운동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같을 수 없으며, AICAR의 경우 정맥투여를 하더라도 짧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경구투여를 할 경우는 인체 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의학분야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많은 질병들이 극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물의 과도한 사용은 좀 더 고도로 발전된 질병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항생제 남용으로 슈퍼박테리아를 탄생시킨 것이 그 비근한 예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운동의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가까운 미래에 우수한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30분 정도 운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즐거움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세원 미국 통신원·혈관 생물학

미국 미주리대에서 의·약학 생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졸업 논문을 준비 중이다. 운동 및 식이 요법을 통한 혈관계 질환의 예방·치료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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