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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연계 ‘학술지 등급화’ 검토
KCI 연계 ‘학술지 등급화’ 검토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01.0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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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후보)학술지 2천여종, 너무 많다?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학술지 규모가 2천종을 넘어서면서 학술지 평가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2010년 등재(후보)학술지 평가결과에 따르면 161종이 등재후보학술지로, 159종이 등재학술지로 새로 선정됐다. 등재후보학술지에 선정되는 비율은 68.8%. 3곳이 신청하면 2곳은 선정된다. 이에 따라 1천885종이던 등재(후보)학술지는 2천개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1998년 56개였던 등재(후보) 학술지는 2004년 1천개에 이어 2007년 1천500개를 넘어섰다. 2003년 325개가 등재후보학술지로 선정된 이후 한해 평균 100~150개 정도의 학술지가 새로 등재후보지에 선정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학술지 등급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도 ‘학술지가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12월 학술지 관리 실태조사를 거쳐 로스쿨 학술지 7종을 탈락시킨 데 이어 평가제도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연구재단은  KCI와 연계해 학술지 등급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KCI시스템의 인용정보 페이지.


배영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진흥본부장(한양대 응용화학공학부)은 “1995년부터 등재학술지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질적인 평가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며 “같은 등재지라도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누면 대학 업적평가에서 차등적으로 연구실적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지 평가 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정책연구도 진행 중이다. 학술지 등급화를 위한 세부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지만 KCI(Korea Citation Index)와 연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중심으로 학술지의 질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Kor-Factor를 활용해 학술지 등급을 나누는 방식이다.

배영찬 본부장은 “연구 열심히 하는 교수들을 피곤하게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면서 “학술지의 질이 높다는 것은 논문이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과 학술지를 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학술지 질 관리의 필요성은 학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군소학회, 대학 연구소까지 등재학술지를 발행하다보니 변별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등재학술지로 선정된 학술지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거의 모든 대학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도 등재지와 등재후보지에 선정되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등재학술지로 선정됐지만 학술지에 실린 모든 논문이 우수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한다”라고 털어놨다.

사회과학분야 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도 “대학에서 승진심사를 해보면 ‘이런 학술지도 등재지였나’라고 의구심이 드는 학술지도 있다”며 “등재(후보)학술지를 변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술지 등급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내 학술지 등급화가 양적 평가에 치우친 교수업적평가와 대학평가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만 연구업적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기초과학 분야의 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SCI급 학술지 논문만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며 “국내학술지를 등급화한다고 해서 국내학술지가 내실을 갖추고 교수업적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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