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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해 띠풀이] 영원한 꾀보의 미덕
[토끼해 띠풀이] 영원한 꾀보의 미덕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민속학
  • 승인 2010.12.3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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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묘년의 주인공은 토끼다. 밝고 둥근 보름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는 한 쌍의 토끼가 다정스럽게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다. 옛 사람들은 달 속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살고 싶어 했다.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이다.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놀란 듯이 종긋 세운 양쪽 귀에서 연약하고 선한 동물이지만, 토끼는 영특하고 슬기로운 꾀보, 꾀쟁이다. 토끼는 호랑이, 매 등의 맹수에 비하면 분명 약한 동물이지만, 꾀보 토끼는 결코 지거나 굴욕당하지 않고 오히려 골탕을 먹인다.

토끼는 예로부터 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달 속의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 찧는 토끼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그려온 토끼상이다. 달의 異稱인 兎月은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래의 민간의식에서 유래됐다. 달을 자세히 보면 거무스레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달 속의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는 형상이라고 말해왔다. 옛날 사람들은 달 속에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신선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長壽와 불로장생의 존재 상징

『토끼전』에 나오는 토끼를 보면 토끼의 간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나오는데, 토끼는 장수의 존재이자 불로장생의 존재로 상징돼 나타난다. 토끼는 묘방인 동쪽을 맡은 방위신으로 陽의 세계인 해에서 양기를 받아먹고, 陰의 세계인 달에서 장생약인 陰藥을 받아먹어, 그 음양 기운이 간경에 들어 눈이 밝은 동물로서 토끼의 간은 불로장생의 靈藥인 것이다. 토끼는 1천살 동안 살며 500년이 지나면 털이 흰색이 된다. 붉은 토끼는 聖君이 나라를 다스릴 때 나타나며 상서로운 징조를 보여주는 초자연적인 짐승으로 여겼다.

토끼는 여느 동물들의 사냥 대상으로 겁도 많고 약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미리 주위를 경계하고 민첩하게 행동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지혜를 지니고 있는 동물로도 인식되고 있다. 토끼는 영원한 꾀보, 꾀쟁이다. 토끼는 한국문화 속에서 어떤 존재로 상징화되든지 간에 그 바탕이 되는 것은 토끼는 꾀가 많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옛날이야기에서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반비례해 매우 영특하고 착한 동물로 그려진다. 토끼는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아 한다. 토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소재인 호랑이 등의 맹수에 비하면 약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꾀와 영리함으로 다른 강한 동물에게 지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함으로써 골탕을 먹이는 존재이다.

토끼는 남을 해살하지 않는 심성 때문에 곧잘 평범한 서민이나 백성들을 비유된다. 토끼를 민중으로 호랑이를 양반이나 관리로 빗대어 표현한다. 호랑이는 권력이나 지위를 앞세운 탐관오리나 양반을 빗대고 토끼는 그 반대쪽 입장에서 밟히고 시달려야 하는 서민이다. 약한 백성이 강한 존재들을 이기는 방법은 곧, 지혜이다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 먹인 것은 양반이나 나쁜 관리들에 대한 백성들의 마음 속 반란이다. 토끼 이야기는 백성들의 강한 저항의식과 삶의 지혜가 결집돼 있다.

지혜와 슬기로 새로운 길 개척

자라의 꾐에 빠져 경황없이 용궁 속에 따라 갔다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의 간을 꺼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는 대목은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자신의 간을 배밖에 내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넣고 다닌다는 이야기로 용왕을 속이는 토끼의 재치는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교활한 토끼는 굴이 셋이다’ 꾀 많은 토끼가 굴 셋을 연결시켜서 비상시에 이용하듯이, 무슨 일은 하든지 비상대책을 세워서 안전하게 해야 한다.

토끼는 새해를 맞이하기 이전까지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행로로 다니는 외길 인생이다. 겨울이 지나가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다른 동물로부터의 방어하기 위해 명석한 두뇌로 수학적인 통행로를 생각하고 가장 빠른 길, 가장 안전한 길을 자기의 안식처와 연결해 놓을 줄 아는 치밀하고 명석한 동물 중이 하나이다.

꾀보와 꾀쟁이, 지혜와 슬기,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토끼처럼 토끼해 2011년에는 언제나 활기차고, 건강한 새해가 되길 천지신명에게 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민속학

필자는 중앙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한국동물민속론』, 『한국 말(馬) 민속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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