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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원회 외부 인사 참여 50% 확대 현실성 없다
조사위원회 외부 인사 참여 50% 확대 현실성 없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2.2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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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연구윤리 규칙’ 현장 반응은

“조사위원회 외부 인사 비율 50%는 지나치다.”,“연구윤리 문제에 시효가 필요한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15일 입법예고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규칙’(이하 연구윤리규칙)에 대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대학과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윤리 규칙’을 기존 훈령에서 교과부 부령으로 격상하고 중복게재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교과부도 중복게재 금지를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뒀다.


교과부 관계자는 “2007년부터 연구윤리 지침을 마련해 운영해 왔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며 “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규칙으로 격상하면서 내용을 크게 바꾸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윤리규칙 제정안 가운데 △연구부정행위 검증 시효 5년 명시 △조사위원회 외부인사 비율 50% 확대 등은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조사위원회 외부인사 참여 비율을 기존 20%에서 50%로 확대한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예컨대 조사위원회 정수가 7명인 대학은 4명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 교과부가 연구윤리규칙을 제정하면서 외부인사 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한 목적은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대학의 ‘자기 식구 감싸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객관성 높이는 게 취지지만

2008년 학내 연구부정행위 조사에 참여했던 이균민 카이스트 교무처장(생명과학과)은 “조사위는 전문적인 부분을 시급하게, 심도있게, 많은 시간을 들여 다루기 때문에 외부인 50%이상의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외부인이 1~2명 정도 참여하면 위원회의 공정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내 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여러 사람이 관련된 사건인 경우는 1년 동안 조사할 때도 있다”며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외부인사의 특성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인사가 늘면 책임 있는 조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대는 외부인사 50%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신희영 서울대 연구처장(의학과)은 “조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 인사를 50%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며 “규칙에서 정하면 따라갈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구부정행위의 검증 시효는 이번 규칙 제정으로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연구윤리 규칙안 14조에 따르면 대학과 연구기관은 5년이 지난 연구부정행위는 접수를 받아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연구자가 연구부정행위 결과를 재인용해서 5년 이내에 후속연구에 사용했거나 공공의 복지,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5년이 지나도 조사를 하도록 했다. 훈령으로 운영하던 연구윤리 지침과 검증 시효는 같다.

검증 시효 부분도 의견 엇갈려

검증 시효 의견도 분분하다. 검증 시효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연구부정의혹을 무분별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또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구윤리 의식이 낮아 이런 부적절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5년이라는 시효가 자칫 ‘5년만 버티면 된다’는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서 조항을 통해 명백하게 부정행위로 이득을 봤거나 연거푸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는 처리가 가능하게 해 죄질이 나쁜 경우는 걸러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교과부 연구윤리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남형두 연세대 교수(법학)는 연구부정행위에 시효를 정하는 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일정기간이 지나 불거진 연구부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논문 발표 시점을 검증시효의 기산일로 정한 것도 “형사사건에서 공소시효를 범죄가 완성되는 시점부터 계산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논문이 퍼블리시된 시점이 아니라 논문 표절행위가 끝나는 시점으로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표절행위는 타인의 생각이나 표현을 자기 것인 양 하는 것인데, 독자가 읽거나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한 표절행위는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할수 있고, 해당 표절물이 완전히 회수되지 않은 이상 표절행위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시효의 기산일이 시작되지 않은 것”이라고 남교수는 주장했다.

서울대는 지난 7월 연구윤리지침을 개정하면서 검증시효를 명시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최종 지침에는 뺐다. 당시 지침 개정안 작업에 참여했던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는 “시효문제에 대해 학내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일단 지침에는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식 수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시효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연구윤리 문제에 형사법처럼 시효를 정하는 게 맞지 않다는 반대여론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는 이 문제는 지난 13일 열린 교과부 자문기구인 연구윤리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문위원회 내부에서도 연구부정행위에 검증 시효를 적용할지 여부와 조사위원회의 외부인사 비율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대학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규칙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오는 2011년  1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연구윤리 규칙을 공포·시행한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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