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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문턱에서도 ‘제자생각’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된 기부...담배 끊고 ‘금연장학금’ 약속
죽음 문턱에서도 ‘제자생각’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된 기부...담배 끊고 ‘금연장학금’ 약속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12.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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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내민 제자사랑의 손길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눈앞에 닥쳐도, 온정의 손길을 내민 아카데미 사람들이 있기에 여전히 희망은 움튼다. 올해에도 갖가지 사연이 담긴 ‘희망의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포스텍 교수들의 릴레이 기부는 대표적이다. 최근 국가과학자로 선정되고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김광수 포스텍 교수(화학과)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상금 3억원 전액을 기부했다. 포스텍은 지난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해 재학생 전원에게 특식을 제공했다. 남은 장학금은 김 교수 부친의 이름을 딴 ‘김욱 학생복지기금’으로 쓰여진다.

성영철 포스텍 교수(생명과학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성 교수는 10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10억원을 출연했다. 다양한 전공분야의 교수들이 돌아가며 수업하는 생물학 강의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영어강의 생물학 전담교수제’를 도입하는 데 써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8월 퇴임한 장수영 포스텍 교수(전자전기공학과, 포스텍 2대 총장)도 학생들의 문화프로그램에 보태라며 5천만원을 기탁했다.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은 용재학술상 상금 3천만원 전액을 대학에 기부했다. 김영수 한밭대 교수는 부친상 조의금 5천만원을 고스란히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강영희 연세대 명예교수는 돈 대신 땅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임야 5천여평을 연세대에 기부했다. 이 땅은 생명과학분야 연구발전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병상에 쓰러지고, 죽음을 맞아도 교수들의 제자사랑은 변함이 없다. 2002년 정년퇴임한 박종영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6월 폐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박 교수의 머리 속엔 늘 제자 걱정이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사재 1억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죽음의 들머리에서도 제자를 잊지 않은 두 교수가 있다. 故 최영희 한림대 석좌교수(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와 故 윤익석 건국대 명예교수는 각각 장학기금 1억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생전에도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과 각종 서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생전에 반계수록 초간본 등 한국학 관련 국내외 자료 6천여점을 기증했고, 윤 교수는 4차례에 걸쳐 총 1천여 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직원들도 온정의 손길에 동참했다. 한성대 교직원 노동조합(지부장 조현호)은 지난 4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성대 학생들을 돕는 데 장학기금 5억원을 쾌척했다. 노조는 매월 조합비의 30%(약 150만원)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는 소소한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금연기간 동안 모은 연초비로 장학금을 기탁한 교수가 있다. 최광덕 강원대 교수(음악학과)다. 최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연을 결심하면서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담배 한 갑의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2년간 약 150만원을 모았다. 최 교수는 지난 5월, 장학금을 기탁하면서 앞으로 2년마다 연초비를 정산해 ‘금연장학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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