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8:35 (금)
[특집조명] 설립 30주년 맞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표정
[특집조명] 설립 30주년 맞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표정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5-28 14:15:34
‘북한 연구의 메카’로 평가받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 원장, 전 통일부 장관)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색에 나섰다. 올해로 개원 5주년을 맞는 ‘북한대학원’의 발빠른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2년 박재규 소장의 북한문제에 관한 깊은 관심의 산물로 설립된 연구소는 불모 상태나 다름없는 북한 및 사회주의권 연구의 정초를 놓고 이 분야의 이론 개발 및 자료공급 기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논의의 활성화에 매진해 온 것으로 관련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탈냉전조류 맞춰 과학적 연구 개척

연구소 개소 이후 30년간,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던 것은 1973년부터 시작한 학술교류활동. 특히 1989년 냉전체제의 해체 조짐이 보이던 시점에서 마련한 국제학술회의 ‘전환기의 세계와 마르크스주의’는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이 국제회의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도 ‘파격적’이었다. 위르겐 쿠진스키(Jurgen Kuczynski), 프레드릭 제임슨(Frederic R. Jameson), 봅 제솝(Bob Jessop), 알랑 리피에츠(Alain Lipietz), 이매누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엘마 알트파터(Elmar Altvater) 등 ‘일급’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 물결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아직도 요원한 시절,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고 세계질서의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 마르크스주의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대중’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는 데서 알 수 있듯 연구소의 주요 전략은 ‘현실주의’에 바탕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6년부터 시작한 통일전략포럼을 보면 이런 맥락을 읽을 수 있다. ‘통일전략포럼’은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남북한 관계 및 통일이슈와 관련해, 정책담당자들과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바탕으로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김대중 정부의 통일부 장관들이 모두 이곳과 ‘육친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강인덕 장관, 박재규 장관, 정세형 장관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그렇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는 샴쌍둥이가 있다. 바로 1998년 3월 개원, 올해 5주년을 맞는 북한대학원이 그것이다. 연구소의 연구기능과 대학원의 교육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들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학문 연계한 북한대학원의 차별성

1998년에 특수대학원으로 시작한 북한대학원은 2001학년도부터 교육부가 인가하는 최초의 북한 전문대학원으로 발돋움해 북한·통일분야의 본격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기치로 내걸고 국내 최초로 북한학 석사, 북한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북한대학원은 여타 대학원과 같은 학과 단위 수준을 뛰어넘어 대학원 전체가 이 분야에 12개 전공(정치·외교, 법·행정, 군사안보, 통일정책, 경제·경제협력, 정보통신, 국토환경, 사회, 사회개발·복지, 통일교육, 방송언론, 문화예술)을 개설하고 있는 다학문 연계의 종합대학원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북한대학원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남북교류의 현장에서 북한·통일 문제를 몸으로 부딪히면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다. 10명의 전임교수와 1백여 명의 최고 이론·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국내외 초빙·객원 교수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다. ‘국내 최고’라는 평가가 상찬으로 들리지 않는 저널들이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계간으로 전환한 ‘한국과 국제정치’(1985년 창간)는 관련 분야 전문 학술지로 손색없고, 학술진흥재단의 등재후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로 남·북한의 대내외정치와 한반도의 주변정세 및 통일전략, 그리고 미·중·러·일 및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와 외교·안보정책을 다루고 있다.
영문학술지인 ‘아시안 퍼스펙티브(Asian Perspective)’도 빠뜨릴 수 없다. 동북아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연구를 표방하며 1977년에 창간된 이 영문 학술지는 지난 1995년에는 해외 선진 학문의 국내 소개와 국내 연구의 해외전파라는 목적으로 미국의 포틀랜드 주립대학과 공동출판협정을 맺기도 했다. 1998년에는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사회과학분야 최우수 학술지로 선정됐고 1999년부터는 연 4회로 발간하고 있다. 역시 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지로 선정돼 있다. 현재 세계 69개국에 널리 배포돼 아시아의 대표적인 전문 학술지로 손꼽힌다.

민간 ‘리더 탱크’ 새로운 위상 모색

동북아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연구대상으로 발간하는 학술지 ‘동북아 연구’(1995년 창간), 북한대학원에서 연 2회 발간하는 전문학술지 ‘현대북한연구’(1998년 창간)는 비교적 최근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북한연구’는 연구발표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신진 학자의 발굴을 목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역사 등 전반적인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의 커리큘럼은 대중과의 접맥도 소홀히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부문은 남북관계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및 ‘남북경협아카데미’ 강좌가 이색적이다.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은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북한·통일관련 정책 및 이슈에 대한 고도의 분석과 정책개발 능력을 함양해, 이 분야의 ‘리더 탱크’(leader tank)로서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1999년 3월부터 시작된 ‘남북경협아카데미’는 본격적인 남북교류협력시대를 대비해 실무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시작됐다.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남북교류협력의 교육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규모나 실적면에서 국내 제1의 대학부설연구소로 손색없다.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중심연구기관으로 사회과학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진앙지로서 자리잡았다”는 학계의 평가는 결코 ‘빈 말’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 및 통일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통한 북한연구의 과학화’라는 목적을 내걸고 한 세대를 숨가쁘게 달려왔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측은 “북한대학원과 더불어 이제 새로운 또 한 세대를 맞이하기 위한 야심찬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논의의 한국화와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제적인 연구·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 제2의 창설의지를 지켜봐 달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구소의 해외 분소 확대와 해외 저명 정책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통일논의의 세계화’를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나, 2003년 5월 완공 예정인 ‘통일관’ 건립을 통해 연구와 현실적합적 정책생산이라는 두 축을 하나로 이으려는 기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23일 국제학술대회에 관심 쏠려

오는 22일(수) 롯데호텔(소공동)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개소 30주년 및 북한대학원 개원 5주년 기념’ 리셉션, 23일(목)부터 이틀간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한국언론재단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 2년간의 성과와 전망’도 제2 창설의지의 한 기획.
이번 국제학술회의에는 로버트 갈루치(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 원장), 웬디 셔먼(올브라이트그룹 공동대표,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커트 캠벨, 조엘 위트(이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존 아이켄베리(조지타운대), 발레리 데니소프(모스코바 외교대, 전 북한주재 러시아대사), 예브게니 아파냐시예프(러시아 외무부 아시아 국장), 장 샤오밍(북경대), 타오 빙웨이(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이즈미 하지메(시즈오카 현립대), 고병철(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박재규(경남대 북한대학원 원장), 백학순(세종연구소), 서대숙(하와이대), 안병준(연세대), 전인영(서울대), 한배호(경남대) 등 한반도문제에 정통한 국내외 석학들이 참여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남북한의 안보와 경제협력’,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반도와 미국’,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 ‘국내정치, 언론과 남북관계’등의 주제를 다루게 된다.
설립 30주년을 맞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개원 5주년을 맞은 북한대학원이 남북화해와 평화로 가는 ‘대화’의 가교를 어떻게 세워낼 지 관심이 쏠린다. 학계의 냉철한 평가도 그때쯤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익현·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