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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무엇이 위기인가 ─ 2. 재원이 없다
② 무엇이 위기인가 ─ 2. 재원이 없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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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에 의존하는 기형적 수입구조가 문제”
지방대가 보릿고개를 넘듯 힘겹게 버티고 있다. 한 지방사립대의 기획처장은 “가정에 돈이 없으면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하듯 우리대학도 그렇다. 투자해야 될 부분이 너무도 많지만 손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그는 “시대는 빠른 속도로 첨단화돼 가는데 교육 서비스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해했다.

① 2002 지방대 세 가지 풍경
② 무엇이 위기인가 ─ 2. 재원이 없다
③ 푸대접의 현실
④ 지방대에 문제는 없는가
⑤ 대안과 과제

갖가지 홍보 전략도 소용없었다. 지방대의 사활을 건 이색 홍보전이 지난 겨울 입시철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2월 22일 사상 초유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발표되자마자 열기는 사라지고 침통한 분위기가 대학가를 무겁게 짓눌렀다. 모집정원의 50∼60%밖에 채우지 못한 호남 및 경남의 몇몇 지방 사립대들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구체적인 수치조차 밝히지 못할 정도였다. 대학들이 미충원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미충원율이곧 해당 대학의 재정 확보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 재정에서 학생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오래 지적돼 온 문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2001 대학교육발전지표’에 따르면 2000년 사립대 세입중 등록금 비율은 70.9%로, 법인전입금(4.7%), 국고보조금(4.3%), 기부금(8.7%)에 비해 크게 높았다.

또한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근거해 작성한 ‘사립대학 재정백서’는 “경남의 가야대(91.1%), 경성대(85.9%), 경북의 경산대(85.7%), 동양대(84.3%), 전남의 대불대(88.3%), 동신대(82.1%), 전북의 우석대(82.7%), 충남의 중부대(88.4%), 충북의 서원대(87.1%), 세명대(82.1%) 등 지난 5년 동안 등록금 의존률이 80% 이상을 유지한 대학들이 많다”며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입 구조는 학교 재정 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방대의 운영 재정 구조를 간단히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지방 사립대의 어려움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각 대학들이 제시한 예·결산 자료에 따르면, 학생수가 약 2만3천여명인 서울의 ㅇ대학은 1년간 재정규모가 4천2백37억원이며, 이중 등록금 비율은 43.5%, 재단 전입금이 15.6%, 기부금이 14.9%, 국고보조금이 3.8% 등이었다. 등록금 이외에 전입금 및 기부금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있어, 학생수 변동에 따라 대학 재정 자체가 흔들리는 위험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반면, 학생수가 1만4천6백여명인 지방의 ㄷ대학은 재정규모가 7백23억원으로 이중 등록금은 82.7%, 재단전입금 1.4%, 기부금 5.7%, 국고보조금 3.2% 등의 비율을 보였다.

기부금도 서울 소재 대학에 집중돼 있어 규모가 작은 지방 사립대는 기부금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사학재정백서’에 따르면, 기부금의 편중 현상이 심하다. 기부금 총액이 가장 많은 연세대는 최근 5년간 기부금 총액이 총 2천9백48억원으로 전체 조사대상 사립대학 기부금 총액의 11.3%를 차지했으며, 고려대 2천2백78억원, 포항공대 2천1백93억원, 한양대 1천4백32억원, 울산대 1천1백11억 등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상위 10개 대학의 기부금만 해도 전체 기부금 중 53%를 차지했다. 반면 운영수입 대비 기부금 비율이 10%미만인 대학들은 83개교(79%)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지방 사립대에 법인 전입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2001년 교육발전 지표에 따르면 세입에 있어서 사립대의 경우 법인전입금의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999년 전체 세입의 4.8%를 차지하던 법인전입금은 2000년에는 4.7%로 오히려 감소했다.

국고보조금의 경우, 연구비 지원에서만 봐도 상위 30개 대학에 편중돼 있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연구비 지원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교수신문 225호 참조>경남의 ㄱ대학 기획정보차장은 “학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 재정을 마련하기 어렵고, 재정이 없으니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갖출 수 없다. 또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라며 지방 사립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래저래 지방 사립대는 학생과 학부모의 호주머니만 바라보고 있는 재단과, 지방대 문제에 손놓고 있는 정부 정책,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사회 구조, 자꾸만 빠져나가는 학생들로 인해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사립대의 기획처·실장들이 획기적인 정부의 정책을 하나같이 바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니면 자체적인 구조조정이다.

강원도의 ㅎ대학 기획실장은 “사실 사립대는 국가에서 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다. 국립대 뿐만 아니라 사립대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 국가에서 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고등 교육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라며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마련에 이미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경북의 ㄱ대학 기획조정처장은 “우리학교처럼 지방대 중에서도 지방대의 경우는 미충원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구조조정이 유일한 해결책이지 않나 생각한다. 직원이나 교수의 인원을 줄이고, 교과과정 중에 방만한 것이 있다면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라며 우울하게 전망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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