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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글로벌 연구실로 날아오르기
[나의 연구실] 글로벌 연구실로 날아오르기
  • 김재연 경상대·생화학과
  • 승인 2010.11.2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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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실 ‘식물세포정보교환 연구실’은 2003년 가을학기 필자가 경상대에 부임하면서 문을 열였다.
2006년 봄에는 연구기반을 닦기도 전에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덕분에 혹독한 연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기간의 보상은 옛 과학재단/학술진흥재단 선정 우수연구성과 50선 (2006년), 교과부 기초연구과제 우수연구 100선 (2010)에 본 실험실이 이름을 올린 데서 얻을 수 있었다. 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World Class University; WCU) 프로그램에 참여할 근거를 마련했다. WCU프로그램은 국가지정연구실로 국내에서 학문적인 기반을 다지던 우리 실험실을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옮겨놓았다. WCU프로그램을 통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 Davis)의 식물학과 과장이고 본 연구분야 최고의 국제학술지인 ‘플랜트셀’의 편집자이며 식물세포간 정보교환 연구의 대가인 William J. Lucas  교수를 초빙해 다양한 학술활동을 전개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22 편의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나짐우딘(박사과정4), 무나워 아마드(박사과정4), 김재연 교수, 임영길 (박사과정4), 박상준 (학사연구원)

최근에는 다국적인 협력연구를 추진해 오이 유전체를 해독하고 관다발의 진화적 의미를 분석해 네이처제네틱스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연구실은 식물체에서 세포간에 또는 잎과 뿌리 등의 기관 사이에 정보교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여기에 사용되는 정보물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고 정보교환이 잘못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식물세포들의 언어와 세포간 정보소통 방법 및 그 중요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분야는 한국과학계에서는 낯선 분야로 우리 연구실이 최초로 씨를 뿌리고 있는 분야이고 세계적으로도 미개척 연구 분야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처녀지중의 하나로 우리가 선도적으로 연구를 하면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야이고 차후 농생명공학에 활용될 기초원천기술개발로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우리 연구실과 인연을 맺은 학생들은 한국학생들보다 외국 학생들이 2배쯤 더 많다. 외국 학생은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계 학생들이다. 아마도 한국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 지방대 공동화 현상, 의대 약대 쏠림현상 등과 무관하지 않아 씁쓸한 현실이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외국 학생이 대다수인 우리 실험실에서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사용한 한국적인 방식은 꼭 연구실에 분란을 일으켰다. 지금은 연구실의 이런 전통이 많이 성숙해졌지만 연구실 개실 초기에는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갖는 교수, 학생, 연구원들 간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내 기억에 그런 갈등 해결에 쏟은 에너지가 엄청난 것 같다.

연구실이 글로벌 기준을 택하면서 연구실에서 영어공용으로 인해 아무래도 외국학생에 비해 영어가 약한 일부 한국학생들이 단기적으로 잘 따라오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연구실 환경이 장기적으로 학생들을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인재로 키우는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나선적인 지식의 진화의 과정이다. 연구실에서 교육은 이런 과학적인 프로세스의 원칙을 인지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이루어진다. 연구실의 성장을 위해 애쓴 우리 학생, 연구원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이들이 사회에 나아가 당찬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김재연 경상대·생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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