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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주의에 피해 심각…가산점 줘 북돋우자”
“서울 중심주의에 피해 심각…가산점 줘 북돋우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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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장 학자의 ‘枯死 직전의 지방 학회 살리기’ 주장

지방대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 학회’도 고사 운명에 놓여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저는 한국경제학회의 평회원이며, 경제사학회와 한국경제발전학회와 한국국민경제학회의 이사 또는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앞의 세 학회는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마지막의 학회는 부산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국민경제학회에서 활동하면서 지방에 소재한 학회가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고, 학술진흥재단의 학회지 평가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박섭 인제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왜 자신이 지방학회에 관해 문제제기를 하게 됐는지 이메일을 통해 우리 신문사에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그는 지방대 위기 문제 속에는 한층 근원적인 학술 활동의 위축이 동반돼 있으며, 이같은 위기의 진원지는 ‘서울중심주의’에 젖은 학술진흥재단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할 때 교수들은 최근의 변화된 사정 때문에 학술진흥재단이 설정한 ‘등재(후보)학술지’에 게재하기를 원한다. 승진과 연봉 인상이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연 등재(후보)학술지는 초과된 논문으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회지는 논문 구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그런데 박 교수는 이러한 발상의 저변에는 ‘서울중심주의’가 깔려 있다고 꼬집는다. 서울과 지방을 같은 선상에 놓고 “평등하게 경쟁시키”기에는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 그는 “지방의 연구자 가운데 유능하다고 보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서울의 학회에 출석하고, 그곳에 투고하는 상황에서 지방 학회지가 서울의 학회지와 동일한 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지방 학회지의 질이 낮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서울 중심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지방의 학회가 가지고 있는 실제의 역량과는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실제 지방 학회의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들 지방 학회지에 가산점을 줄 것을 주장한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렇게 하여 지방의 학회지 가운데 등재학회지가 늘어나면 서울에서도 그 학회지에 투고할 것이다. 투고가 늘어나면 좋은 학회지가 될 것이고 이어서 좋은 학회가 될 것이다.” 정말 그렇겠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방의 학회가 가지고 있는 실제의 역량은 과소평가돼 있으며,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등재학회지가 되면 좋은 학회지가 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박교수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면 당연히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뒤 “현행 방법대로 학술지 평가를 진행하면 지방의 거의 대부분의 학회가 고사해 버릴 것이고, 지방의 학문적 토양은 더 피폐하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학술진흥재단이 서울 중심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 및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직접 학진을 겨냥, 비판했다.

박교수의 주장에 대해 학술진흥재단의 한 관계자는 “학회의 소재지가 아니라 학회의 규모와 성격이 중요하다. 지방의 학회가 대부분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박교수의 주장처럼 지방 학계가 월드컵의 환호와 무관하게 지금 ‘위기’ 속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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