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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학법, 제동장치 없는 열차 꼴”
“현 사학법, 제동장치 없는 열차 꼴”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11.2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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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명예훼손’ 소송 중인 동아대 두 교수

동아대 전·현직 교수협의회 의장이 1년 가까이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학 운영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됐고, 대학에선 직위해제 당했다가 복직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대우 동아대 교수협의회 의장(58세, 에너지자원공학과·사진 왼쪽)과 조관홍 동아대 교수(55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사진 오른쪽)는 지난 3월 직위해제 됐다.

재단은 올해 초 지역 건설업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는 이유로 두 교수를 직위해제 했다.
강 의장과 조 교수는 지난 2008년 교협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병원 신관 건설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발표했다. 당시 강 의장은 진상조사위원장을, 조 교수는 교협 의장을 맡고 있었다.

교협은 직위해제 처분을 ‘보복성 인사조치’라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부산지방법원에 직위해제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한 달여 뒤인 4월에 복직됐다.
강 의장은 “착잡했다”고 회상했다. “교수 직위만 유지됐지, 수업권은 물론 모든 권한이 없었다. 급여도 30% 정도 깎였다. 무엇보다 우리가 부당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대학의 명예실추’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조 교수는 “직위해제를 당하면 강의를 못하고 감봉처분 등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이 교수로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지법은 선고공판을 열고 강 의장에게는 700만원, 조 교수에겐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12월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보고서의 내용 중 공소사실에 적시된 부분들이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죄도 미필적 고의에 의해 성립된다는 내용의 이번 판결과 관련, 조 교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한 판결인데, 미필적 고의는 살인사건에 대한 판결에나 적용된다”며 “우리는 관련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발표했다. 이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퉈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동아대는 내홍을 겪고 있다. 의료원장을 연임시켜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휘위 동아학숙 이사장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대학발전을 위한 범동아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지난 9월 14일 정 이사장의 배임수재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범대위는 이날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이사장과 그를 두둔한 일부 이사들은 1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이후 이사장 출근 저지 투쟁, 결의대회 등을 벌였다.
최근엔 ‘1천인 선언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철 범대위 집행위원장(사학과)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최종심까지 시일을 끌지 말고 이사장이 사퇴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범대위는 “감독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재단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장과 조 교수는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범대위 활동에 전면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복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막자는 것”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강 의장은 그러면서도 교협과 교수들에 대한 보복,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학교법을 강화해 사학이 공공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대학평의회도 별다른 권한 없이 껍데기만 있는 상태 아닌가.”

그는 “정부가 사학비리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막상 행동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사학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제동장치 없는 열차가 마구 달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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