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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전기와 자기, 빛과 원자의 물리학자 맥스웰
[역사 속의 인물] 전기와 자기, 빛과 원자의 물리학자 맥스웰
  • 김재영 이화여대 HK연구교수·물리철학
  • 승인 2010.11.0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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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대개 정보기술, 반도체, 나노기술, 생명과학기술, 뇌신경과학 등의 대답이 나올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모든 것의 기반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밝혀낸 19세기의 물리학자가 바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다. 물리학에서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에 관한 근본 법칙인 맥스웰 방정식, 그리고 기체의 성질을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확률이론으로 기술하는 기체분자운동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현대물리학에서 전자기학과 통계역학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맥스웰은 갈릴레오나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가장 중요한 물리학자다.

19세기 중반에 물리학이라는 전문분야가 정립되는 과정에 맥스웰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도 정전기나 자석은 알려져 있었지만, 전기가 근대적인 과학 속에 재발견된 것은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루이지 갈바니와 알레산드로 볼타가 생명체 속에 흐르는 전기를 밝히면서부터였다. 어떤 이들은 전기야말로 생명의 본질이라고 믿기도 했으며,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생명을 만들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외르스테드와 영국의 물리학자ㆍ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밝히면서, 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이 전 유럽의 과학자들을 들뜨게 했다.

맥스웰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가 공간 속에 펴져 있는 마당(場, field)의 개념을 제안했는데,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전자기장 개념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체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전자기장이 공간 속에 물결처럼 퍼져 나갈 수 있으며, 그러한 파동 즉 전자기파가 바로 빛임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가 전자기파를 실험으로 입증하면서 본격적인 라디오파의 시대가 열렸다. 전신, 무선통신, 전화, 텔레비전, 이동통신 등이 모두 이 전자기파를 원용한 것이다.

맥스웰은 기체의 성질을 원자나 분자의 역학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설명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이것은 당시 새롭게 부각되던 확률과 통계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통해 맥스웰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과 더불어 통계역학이라는 미지의 영역의 개척자가 됐다.
맥스웰과 뇌신경과학의 인연은 스페인의 의학자 산티아고 이 카할과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카밀로 골지가 신경의 전달이 다름 아니라 전기적인 신호임을 밝혀내면서 맺어졌다. 생명체의 몸속에서 정보가 소통하는 방식도 맥스웰의 이론에 따르는 셈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맥스웰은 에든버러 대학을 마친 뒤 1850년 다시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시험에서 차석이었던 맥스웰이 당시 흔히 그랬듯이 평범한 의사의 길로 나섰더라면, 전기와 자기와 빛과 원자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는 역사 속에서 상당히 지연됐을지도 모른다. 그가 48살에 암으로 이 세상을 너무 빨리 떠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세계의 본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맥스웰이 드워(Katherine Mary Dewar)에게 청혼할 때 “빛의 본성을 아는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제 갓 애버딘의 매리셜 대학의 자연철학교수가 된 27살의 물리학자가 별들이 태고적부터 우리에게 보내오는 영원불멸의 빛처럼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말이기도 했으니, 어쩌면 참 낭만적인 청혼이 아닐까.

김재영 이화여대 HK연구교수·물리철학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독일 막스플랑크과학사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했다. 공저로 『뉴턴과 아인슈타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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