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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학’ 먼저 깃발 든다면” … 대교협 추진중인 평가인증제가 관건
“‘메이저 대학’ 먼저 깃발 든다면” … 대교협 추진중인 평가인증제가 관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0.2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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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 거부’ 선언했지만 ‘눈치 보기’ 여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지난 14일 언론사가 주관하는 대학평가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데에는 언론사 대학평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해서는 대학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이규영 서강대 기획실장은 “신설대학이나 소규모 특성화 대학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올라설 수 없다. 대학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방적인 잣대로 서열화하는 것이 대학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유재원 건국대 기획처장은 “언론사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평판도나 설문조사는 역사가 오래 되고 잘 알려진 대학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지역거점 국립대 기획처장은 “평가 때마다 지표가 달라지고 대학의 순위가 왔다 갔다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평가 상업적 목적에 활용 의구심

언론사 대학평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학의 발전 전략이 ‘평가지표 관리’로 왜곡됐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평가지표가 바뀔 때마다 영어강의를 확대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늘린다,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교수업적평가에서 논문 비중을 늘린다는 식으로 대학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대학을 ‘돈 되는 시장’으로 인식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상업적 목적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평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대학은 거의 없었다. 한 서울 사립대 기획처장은 “속으론 부글부글 끓지만 파급력이 크고 입시와도 연결돼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처장은 “결과가 발표되면 학부모나 동문들의 전화가 엄청나다. 참여를 안 하다가 할 수 없이 끌려가듯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중앙일보에 이어 지난해 조선일보, 올해 경향신문이 대학평가에 뛰어들면서 대학들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신형욱 한국외대 기획처장은 “언론사 평가는 결국 순위 경쟁이다. 평가가 난립하면서 인력과 예산을 소모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언론사 평가에 중복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비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향신문 평가에는 서울시내 및 지역거점 대학 대부분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호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은 “마이니치 등 5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순위 매기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평가 거부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평가 거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대교협 회장 대학인 고려대조차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한재민 기획처장)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대부분 기획처장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 “‘메이저 대학’이 먼저 깃발을 든다면 효과가 있을까…”라는 반응이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우리나라는 입시든 평가든 상위 10개 정도의 대학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들 대학이 자기 대학의 이익만 좇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학발전에 도움주는 평가제 마련해야

총장들의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 선언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대교협이 새로 추진하는 평가인증 제도에 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신형욱 처장은 “대교협이 내놓을 평가인증제가 진정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가 된다면 언론사 평가를 대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언론사 평가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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