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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국문학계, 1세대 국문학자의 논리 경청 못했다”
“해방 이후 국문학계, 1세대 국문학자의 논리 경청 못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10.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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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1930년대 조선문학 연구 주목하자’ 주장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대학 학문 시스템에서 이른바 ‘文史哲’로 분류돼 학제 개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문학’의 갱신을 한 퇴임 교수가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한문교육과·사진)는 지난 5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0년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소장 이지순) 국제학술대회 ‘문학사의 근대, 고전의 근대’ 기조강연에서 「한국 근대의 ‘국문학’과 문학사―1930년대 趙潤濟와 金台俊의 조선문학 연구」를 발표, ‘우리의 근대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란 점을 들어 1930년대 이뤄진 조선문학 연구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임 교수의 이 같은 지적에는 “1945년 이후 남한의 국문학은 비록 1930년대 조선문학 연구를 승계한 것이라 해도 제대로 물려받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 사이에 배제의 논리가 물리적으로 작동했고 왜곡도 일어났다”는 판단이 전제돼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漢文學’의 처리 문제다. 임 교수는 1930년대 조선문학 연구에서 제기된 한문학 처리 문제에 견해(조윤제, 김태준)가 거의 합치됐으며, 홍기문에 의해서 한 차원 높게 한문학이 조선문학의 개념에 통합되는 논리가 갖춰졌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1945년 이후 국문학계 일반은 이 1세대 국문학자들의 논리를 경청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1970년대까지 지루하게 반복된 한문학이 국문학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비생산적인 논쟁’이었다. 한문학이 오랫동안 학문과 교육 현장에서 방치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임 교수는 바로 이러한 ‘방치 현상’을 ‘한국 근대의 정신적 반영’으로 읽어낸다.

한국문학 연구가 1930년대 초창기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정확히 조윤제, 김태준 두 사람의 문제의식에로의 회귀를 말한다.
그러나 임 교수의 강조점은 단순 ‘회귀’에 있지 않았다. 그는 ‘국문학’의 이념이 일국주의적, 근대주의적 틀에 여전히 갇혀 있다고 보았다. “국문학-문학사라는 인식의 틀은 인간정신의 표현형식 가운데 하나로서 문학을 특권화한 동시에 민족국가(Nation state)를 역사적 유기체로 상정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그렇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한국 근대의 과정상에서의 문제제기’와 ‘근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이날 기조강연에서 임 교수는 일국주의와 근대주의 극복에 관한 사유까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문사철’의 쇄신이 요청되는 오늘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일국주의·근대주의’ 극복은 ‘국문학’이란 학문 체계를 넘어 더 넓은 전선이 필요한 논쟁적 이슈가 틀림없다. 학계가 어떻게 조응할 지 주목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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