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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 임명제’에 담긴 비밀
‘학장 임명제’에 담긴 비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0.0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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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2013년 조기 시행·거점 국립대부터 법인화

정부가 다시 한 번 국립대 법인화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국립대 교수에 대한 성과연봉제도 애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져 2013년에 전면 시행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달 28일,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국립대학 선진화추진단 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배구조 선진화와 성과를 유도하는 인사·보수 체제 구축, 운영 시스템 효율화, 국립대 체질 개선 등 4개 분야 12개 과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국립대 법인화로 귀결된다. 국회에 제출된 서울대·인천대 법인화 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켜 2012년 법인화하고, 다른 거점 국립대도 단계적으로 법인화한다. 법인화된 거점 대학과 지역 내 다른 대학을 묶어 연합대학을 형성한 후 이후 하나의 법인으로 전환하게 된다. 여건이 되는 국립대부터 법인화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교과부 관계자는 “‘선 연합대학, 후 법인화’에 대한 대학의 부담이 커 거점 국립대학을 먼저 법인화한 후 연합대학을 구축하는 모델을 추가했다”라며 “기존의 ‘선 연합대학, 후 법인화’ 모델도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2008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역시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립대학 운영경비를 총액으로 지급하고,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부터 모든 국립대 교원의 보수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급적 연봉제’로 바꾼다. 당초 2015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2년 앞당겼다. 내년 상반기에 새로 임용하는 400여명은 바로 적용한다. 국립대 교수 1만6천여명 중 정년 보장을 받지 못한 5천여명은 2012년부터, 정년을 보장받은 1만여명은 2013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


대신 지난 4월 발표한 ‘국립대 교원 성과연봉제 도입·운영 기본계획’ 시안보다 등급 간 격차를 다소 완화하기로 했다.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1.7배를, A등급은 1.2배를 지급하고 C등급은 동결하는 안이 유력하다. B등급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 시안에서는 S등급은 2배 이상, C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4분의 1이하를 지급하도록 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장 많이 받는 교수와 가장 적게 받는 교수의 성과연봉 액수 차이는 10% 안팎으로 예상된다”라며 “10월 초에 행정안전부에서 ‘공무원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장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유독 강조한 점도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교과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단과대학 학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이 직접 학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10개 교육대학의 총장 선출 방식도 현행 교직원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꾼다. ‘교원초빙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서 추천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찾아나서는 영입’ 방식과 총·학(과)장이 ‘헤드헌팅’을 하는 방식의 임용 방식을 허용할 방침이다.


사립대학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ERP와 유사한 개념의 ‘통합 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총장의 경영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경영정보 공시제’를 내년 상반기 중 도입할 계획이다. ‘교직원 성과평가 및 성과급 차등지급 현황’, ‘정년보장 교수 비율 및 교수 재임용 탈락률’ 등과 같은 지표가 검토되고 있다.


박병덕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전북대 독어교육)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재정 부담은 국립대에 떠넘기고 정부 통제와 감독은 더욱 강화하는 국립대 ‘후진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각 대학이 학장 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해 다양한 선출 모델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될텐데 총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강제하고 있다”라며 “이와 함께 총장 권한을 지금보다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총장 간선제로 대표되는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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