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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대학교수 연봉의 명암
[초점] 미국 대학교수 연봉의 명암
  • 교수신문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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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13:09
“당분간은 나쁘지 않다.” 미국 대학의 임금사정을 정리하는 한 마디. 올 해 미국대학교수의 연봉인상률은 3.8%이다. 물가상승률 1.6%보다 높으며 지난 11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지난 해 ‘9·11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는 다음 해 연봉인상 예측을 불투명하게 한다. 5년 연속 물가상승률 보다 미국 교수들의 연봉인상률이 높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분간이나마 좋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대학교수협회’는 매년 미국교수들의 임금을 조사·발표하는데, 지난달 19일 고등교육 주간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에 그 내용이 소개됐다. 미국 내의 1천4백43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연봉이 다른 학과의 교수들보다 월등히 높은 의학 전공 교수들은 자료에서 제외됐고, 시간강사의 연봉정보도 포함되지 않았다.

‘크로니클’지의 보도에 따르면, 연봉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대학은 하버드대로 14만4천7백달러이다. 록펠러대는 13만9천5백달러, 프린스턴대가 13만7백달러이며, 그 뒤로는 프린스턴대와 예일대가 교수들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전임교수의 평균연봉은 6만2천8백95달러로, 지난해의 5만8천3백52달러에 비해 인상됐다. 정확히는, 교수가 8만3천2백82달러, 부교수가 5만9천4백96달러, 조교수는 4만9천5백5달러이다. 하지만 보고서의 회계연도 설정에 따라 사정은 악화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의 한계는, 지난 해 6월까지만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침체 이후의 사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방정부예산 삭감 우선 순위

평균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임금격차 역시 만만치 않다. 평균만 보면 내부의 불평등은 윤색돼 버린다. 아카데미 안에서도 공립과 사립의 격차, 4년제와 2년제의 격차, 남녀 교수 사이의 차이나는 연봉액수는 여전히 무시 못할 정도다.

지난 20년 동안 사립대학 교수의 연봉은 1백64%가 올라, 공립대학의 교수의 1백34%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게다가 연방정부예산 삭감에서 공립대학이 우선 순위로 꼽힐 것이라는 예측은 공립과 사립의 연봉격차가 앞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것을 증명해 준다. 대학의 위상에 따른 격차도 크다. 4년제 대학 전임교수는 9만4천7백88달러인데 반해 2년제 전임교수의 연봉은 6만8백3달러에 불과하다.

남녀차는 말할 것도 없다. 남자 전임교수는 8만5천4백37달러를 받는 반면 여자 전임교수의 평균연봉은 1만달러 정도 차이나는 7만5천4백25달러이다. 이는 미국의 평균적인 남녀임금격차와 다르지 않아, 남녀의 임금평등에 있어 교수사회가 미국의 평균보다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작 미국교수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임금인상지체현상’(salary compression)이다. 라피아 자파르 워싱턴대 교수(아프로-어메리칸학)에 따르면 실력 있는 교수들을 구하기 위해 대학들이 조교수의 초임을 해마다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자파르 교수는 자신이 재직중인 워싱턴대에서 “경력이 7, 8년 된 부교수와 이제 막 직장을 얻은 조교수 사이의 임금차이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연봉 인상분이 대부분 신임교수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전문가집단과 연봉격차 갈수록 커져

아카데미 바깥과의 비교는 말할 필요도 없다. 비슷한 정도의 고등교육을 받은 다른 전문가집단과 비교하면 미국교수들이 받는 임금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더군다나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지니어, 의사, 변호사, 과학자에 비하면 교수의 연봉은 적다. 미국교수에 비해 의사는 70%, 변호사는 50%, 엔지니어는 약 30%, 과학자는 10%를 더 번다.

고소득 직종에 비해 교수들의 임금이 낮다는 불만은 정당하다. 하지만 다른 시선도 있다. 조지아주 남부의 중소규모 대학에 재직한다는 이카이드 이무머린 교수의 지적은 교수라는 직업의 성격과 연봉에 대한 자기성찰을 보여준다. 이무머린 교수는 연봉에 대한 논의에서 필수적인 것은, 교수라는 직업의 가치가 사회속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인식이라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아카데미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대학에서는 사적 자본주의의 원칙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고 있다.”
정리 이옥진 객원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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