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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제한 이어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 서둘러
대출제한 이어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 서둘러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9.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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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구조조정 속도 내기 시작한 MB정부

임기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 명단 공개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실 사학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구조조정을 위한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법인을 해산할 때 잔여재산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퇴출 장치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학 반발에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7일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의 명단 발표를 강행했다. 대신 대출제한 대학 수를 당초 50곳(하위 15%)에서 30곳(하위 10%)으로 줄였다.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정책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방안치고는 효과가 미미하다. 지난 1학기 대출 실적으로 미뤄볼 때 30개 대학에서 대출 제한을 받는 신입생은 1천여명에 그칠 전망이다. 정책연구 결과와는 달리 든든학자금(ICL, 취업 후 학자금)을 제외하고 소득 수준 7분위 이하는 100%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탓이다.


하지만 명단에 포함된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메가톤급이다. 당장 올해 입시부터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학자금 대출제한이라는 방식을 통해 부실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과부 관계자 역시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부실사학 추가 실태조사 ‘고삐’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명단 공개가 학생·학부모에게 ‘신호’를 보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간접 방식이라면 보다 직접적인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부실 사학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학선진화위원회 실태조사에서 경영부실(8곳)과 잠재부실(4곳) 대학을 선정하고,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에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이 포함되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어 어떤 대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선정된 12개 대학은 평가지표가 나아졌다고 빼 주는 것은 아니고 구조조정 계획을 얼마나 제대로 추진했느냐를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12개 대학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부실 사학을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부실 사학 구조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경영부실 대학을 확정하고서도 명단을 공개하지 못했다. 경영부실을 근거로 사립대를 퇴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법안은 사립대학 구조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경영부실 대학을 심의·지정하고,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학교법인을 인수·합병·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재산 출연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이다.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실은 오는 10월 1일 ‘잔여재산 환원, 쟁점과 과제는’이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립대 구조조정의 핵심은 결국 잔여재산 환원”이라며 “최소한 정기국회 안에는 공론화시켜 법안 논의까지는 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면 사립대가 극심한 재정난에 봉착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정부에서 빨리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립대 재정·회계법도 연내 처리 시도


이주호 교과부 장관 역시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안에 (법안을) 통과시켜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한 퇴출 경로를 정책화하겠다”라며 군불을 지폈다. 이 토론회는 교과부가 후원한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서상기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에서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국립대 재정·회계법과 서울대 법인화법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곧 국립대 법인화법’이라며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정부·여당이 처리를 강행할 경우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부실 사학 실태조사나 학자금 대출제한 등이 사립대 구조조정을 노린 것이라면 국·공립대 구조조정은 결국 국립대 법인화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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