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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입안자·대중 공감대 형성 … 산림파괴 막을 지혜 모색
정책입안자·대중 공감대 형성 … 산림파괴 막을 지혜 모색
  • 이돈구 IUFRO 회장/서울대·산림과학부
  • 승인 2010.09.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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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를 마치고

1893년부터 매 4~5년마다 개최되는 제 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총회가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COEX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래를 위한 산림 (Forests for the Future: Sustaining Society and the Environment)이란 주제로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nternational Union of Forest Research Organizations, IUFRO)와 국립산림과학원이 주관해 사상 최대인 전 세계 92개국 3천여 명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산림은 우리나라 국토의 64%, 전 세계 육지면적의 31%(약 40억ha)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동안 단순히 목재, 종이 원료 및 산림부산물 공급원으로만 한정해서 인식돼 왔다. 이번 총회에서는 산림의 다양한 환경 서비스 기능 즉, 지구온난화 방지, 야생동물 서식지, 휴양기능, 공기정화, 치유기능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됐으며, 특히 산림이 인간 삶의 터전이며 지역 주민들에 의한 산림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산림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 일반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세계산림과학대회가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맨 오른쪽이 초청연사 오스트롬 교수.


아울러 본 총회를 통해 산림이 녹색성장과 환경의 중심이라는 것을 전 세계적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산림과 기후’, ‘생물다양성 보전과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산림 환경 서비스’, ‘산림 신기술(바이오·나노 테크놀로지)’, ‘미래 아시아 산림의 역할’ 등 현재 산림과학 분야의 주요 현안들을 심도 있게 토론했다.

오스트롬 교수, 공유지의 비극 대안 모색

현재 지구적으로 매년 한반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 아마존열대림은 1분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산림의 전용과 훼손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체 화석원료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산림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이면서도 이용과 파괴로 인해 주요 탄소 배출원이 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도 나무와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측정 및 모니터링, 개도국 산림전용 억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REDD+) 등에 대한 논의가 가장 주요한 의제중의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외래 병·해충 침입, 대형 산불의 발생, 산림 훼손에 따른 생물다양성 감소 등 기후변화 및 이상기온에 따른 산림의 피해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공공자산인 산림을 서로가 어떻게 갈등 없이 관리하고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연구 주제 중 하나로 제기 됐다.

특히 이번 총회에는 2009년 최초의 여성 노벨경제학 수장자인 엘리노어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정치학)가 초청 연사로 초대돼 주제 발표를 했다. 어장, 방목장, 지하자원과 같은 공공재는 공동체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인데 사적 이익만을 주장하는 시장 기능에 맡겨두면 당대에서 남용해 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공유지의 비극’을 통해 산림도 기존의 정부 통제나 사유화보다는 현지주민들의 전통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규칙체계를 수립 후 관리해야 더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피플 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즉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체 제도의 협력체계를 통해 아마존 열대림과 같은 인류의 공공재인 산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이론으로 소유주와 지역주민, 정부기관, 시민단체 등 의사 결정자들 간의 공동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산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근처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산림에 대한 개발 압력이 높아지고 미래 세대를 위한 보전의 필요성과 충돌하고 있어 산림의 성공적인 관리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백두대간 보전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에 의한 ‘숲가꾸기 공공근로 사업’ 등 우리의 우수한 사례들을 세계에 소개하고 앞으로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 산림보전 노력해야”

이번 총회에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세계 3대 환경협약 즉,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 협력, 사막화방지 협약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산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서울 숲을 조성할 때 당장의 개발이익보다는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나무를 심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전쟁의 폐허와 민둥산을 2세대에 걸쳐 녹화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의 ‘녹색기술’을 해외에 이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산림이다. 치산치수를 통해 농업생산력이 높아지고, 이러한 100% 식량자급, 녹색혁명을 통해 우리나라 산림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유래 없이 빠른 시일 안에 헐벗은 국토에서 푸른 산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교육과 계몽 때문이었다. 국민 모두가 푸른 산을 가꿔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났기에 오늘날 이토록 자랑할 만한 산림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비록 조림은 끝났으나 아직 육림이 남아있다.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수십 년간 힘들게 가꿔온 우리 숲이 다시 망가질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숲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재부터 숲의 역할과 기능을 넣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숲의 귀중함과 소중함을 알고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난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대열에 선 국내의 녹색기술은 개발도상국에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될 뿐만 아니라 실제 이번 행사에 참석한 많은 국제기구, 개발도상국 고위 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의 경험과 기술을 자기나라에 이전해 줄 것을 적극 주문했다.

세이모르 국제임업연구센터 소장은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국제적인 산림보전 노력에 더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국은 어떤 역할과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알아가고 이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개발도상국의 녹색자원과 우리나라의 녹색기술 즉 ‘녹색 파트너십’을 적극 펼쳐야 할 때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가 하루빨리 설립돼 우리나라의 녹색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돈구 IUFRO 회장/서울대·산림과학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인공황사 처리가 몇 수목의 광합성, 호흡, 생장 및 기공에 미치는 영향」, 『삼림자원기술』 등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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