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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당연한 의무 … 저작자·이용자, 충분한 협의 필요”
“대학의 당연한 의무 … 저작자·이용자, 충분한 협의 필요”
  •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10.08.31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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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강의 저작권료’ 일괄 징수, ‘찬성한다’

요즘 저작권자와 대학들 간에 ‘수업목적상 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금 지급’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대학 등 모든 교육기관과 학생들은 교과서와 기타 자료를 이용하는데, 수업자료를 복제하고 배포하며, 음악이나 영상물을 공연이나 방송의 형태로, 원격교육을 위해서는 수업자료를 전송하기도 한다. 전공교재만을 활용해 일방 통행식의 강의에서 탈피하고 교육자와 학생 간의 쌍방향 강의방식과 더불어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교수법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교육자료는 저작물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교육자와 학생은 사전에 저작권자에게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이용허락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거래비용이 소요되고 교육을 위해서는 저작물 이용이 불가피하므로, 저작권법은 교육기관에 의한 저작물 이용을 위해 일정한 장치를 두고 있다.

보상금제, 사전허락 없이 이용 후 지불

교과용 도서에 게재하는 경우, 교육기관이 수업목적상 이용하는 경우, 학생이 이용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경우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교과용 도서에 게재하는 경우와 대학이 수업목적상 이용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저작물 이용을 위해 개별적으로 사전에 이용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이용한 후 대가는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법적으로 배타적인 권리를 채권적인 보상청구권의 형태가 되게 함으로써 저작권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결국 저작권자에게는 창작에 대한 보상을 하고 이용자에게는 이용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이해관계를 균형시키고자 한 것이다.

저작권제도는 저작물 창작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지만, 타인이 창작된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함으로써 제 2, 3의 창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의해 사회에 공급되는 저작물이 증가하고 궁극적으로 문화의 향상·발전이 이뤄지게 된다.

대학이나 대학의 구성원이 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받고 이에 상응해 타인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은 저작권을 존중하는 모범이 돼야 하며, 대학이 타인의 저작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대학의 저작권을 존중하도록 주장할 수 없다.

“이용료 지급 논란자체가 합당치 않다”

저작권법은 2006년의 개정에 의해 대학이 수업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으나 저작권자에게 이용료, 곧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법에 규정된 것을 떠나더라도 저작물 이용에 대한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어서 이용료 지급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대학구성원들을 위한 저작권 특강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구성원들이 수업교재나 강의를 위해 저작물 이용에 수반되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제도 자체가 그렇듯이 수업목적보상금제도는 저작권자 일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저작권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이다. 교육기관과 학생은 저작권 침해의 두려움 없이 수업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저작권자는 저작물 이용에 대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보상금제도가 미뤄져서 또다시 일일이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교수 행위가 위축되고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저작물은 제한될 수 있다.

앞으로의 논의는 수업목적보상금 제도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급해야 할 보상금이 합리적인지, 그리고 징수된 보상금이 저작권자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되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상금에 관한 고시를 일방적으로 공포하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가능한 한 저작물 이용에 있어서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제도운영에 있어서도 상호간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필자는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개정 저작권법상의 시정명령제도」 등 다수의 저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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