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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퇴출·국립대 법인화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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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8.2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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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과부 장관 내정자, 고등교육 정책 전망

MB정부 교육개혁 실세, ‘고등교육’ 어떻게 챙길까

사립대 퇴출,국립대 법인화 본격화 전망

“설립준칙주의로 부실대학 양산엔 침묵”

이주호 교과부 장관 내정자

일찌감치 예견된 인사였다.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에 승진 내정된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49세)은 ‘MB교육정책의 설계자’로 불려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 간사를 거쳐 MB정부 초대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MB교육정책 대부분을 다듬었다. ‘촛불 정국’ 여파로 경질된 지 6개월 만에 교과부 차관으로 복귀하며 ‘실세 차관’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차관 취임 당시부터 ‘다음 자리는 장관’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이 장관 내정자와 교육개혁포럼 등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이 내정자는)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MB정부 교육개혁의 상징적 존재가 돼 있다. 교과부 장관에 내정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 이미 나온 정책 중 키울 것은 키우고 줄일 것은 줄이면서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박 교수의 전망이다.

이 내정자가 국회 인사 청문을 거쳐 장관에 취임할 경우 대학 분야의 개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면서 대학 관련 업무는 2차관 소속이었다. 이 내정자가 차관으로 복귀한 후 교과부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입학사정관제, 국립대 법인화, 사립대 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1차관 산하 교육선진화정책관(국장)으로 넘겼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1차관으로 있으면서도 2차관 책임 아래 있는 대학 관련 업무도 따로 보고를 받았다”라며 “취임하면 고등교육 분야는 직접 챙기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병만 장관은 큰 것을 중심으로 챙기는 스타일인 반면 이 내정자는 맡은 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고등교육 분야 중에서도 대학 구조조정과 국립대 법인화, 정보공시와 자체평가, 평가인증을 통한 고등교육 질 관리에 더욱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또 이 내정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던 한 지방대학 교수는 “취업 문제와 연결시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방대학 문제는 서민정책과 맞물려 있는데다 시장에 맡기면 어려움이 있어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내다봤다.

이 내정자가 고등교육 분야에 집중하리라는 전망은 차관 인사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던 설동근(62세) 전 부산시 교육감을 교육 담당 제1차관에 임명했다. 과학기술 담당 2차관에는 김창경(52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전 대통령실 과학비서관을 앉혔다. ‘40대 장관’에 ‘60대 차관’을 앉힌 것이다.

설 차관은 부산지역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2000년부터 민선 한 차례를 포함해 부산시 교육감으로 9년 9개월이나 일하면서 부산發 교육혁명을 이끌었다. 상대적으로 젊은데다 초중등 교육현장 경험이 없는 이 내정자를 보완해줄 수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과 교육당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 설 차관이 이들과 소통, 협력하는 데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차관은 이 내정자가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으로 일 할 때 과학비서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 내정자가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시절 꾸린 정책연구모임 ‘대학강국포럼’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 등 이명박 정부의 초기 과학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이 내정자가 고등교육을 맡고, 설 차관은 초중등 분야를, 과학기술 분야는 김 차관이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3두 정치’를 그려봄직하다.

이 차관의 장관 내정은 ‘5·31교육개혁 방안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 내정자는 1995년 당시 전문위원으로 5·31교육개혁안 수립에 참여하면서 96년에는 대학설립준칙 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포뮬러에 기반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입학사정관제, 대학 통폐합 및 퇴출, 교육개방 등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들은 당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5·31교육개혁안에 바탕을 두고 이 내정자와 주변 학자들이 『자율과 책무의 대학개혁: 제2단계의 개혁』(한국개발연구원, 2004)에서 구체화한 정책들이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9일 ‘MB교육정책 전반기 평가 토론회’에서 “신입생 미충원이 심각한 대학들이 늘면서 정부가 ‘대학 퇴출’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양산된 부실대학에 대해 이 내정자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 내정자와 주변 그룹의 주장대로 5·31교육개혁안을 넘어선 2단계 대학개혁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나라 대학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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