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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 지역축제실태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지역문화] : 지역축제실태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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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3:38:27
지역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급증해서 현재 천여 개에 이르렀다. ‘국제’와 ‘세계’를 자랑하는 대규모 축제가 점점 늘면서 축제의 성격이 모호하고 중복된 부분이 많을 뿐아니라, 불필요한 예산 낭비, 천편일률적인 내용, 주민동원의 진행방식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이번 지역축제 실태조사는 불필요한 전시행정을 줄이려는 행자부의 뜻과, 지역문화의 전반적인 점검을 절감하고 있던 문화연대의 기획이 맞아떨어져서 보기 드물게 민·관 합작을 이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크기보다 알맹이에 높은 점수

성격과 목적이 다른 25개의 축제를 4개의 큰 범주로 구분하고 각각 다른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첫 번째, 과천마당극제, 부산국제영화제, 춘천 국제마임축제 등 6개 문화축제는 ‘문화예술축제’의 범주로 구분했고, ‘시민들의 문화적 만족도’ ‘문화적 완성도’ ‘지역의 문화적 파급효과’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했다. 강진청자문화제, 남원춘향제, 안동탈춤페스티발 등 6개 ‘전통문화축제’의 키워드는 바로 ‘전통’. ‘전통축제의 브랜드파워’, ‘전통문화와 축제행사 연계방식’이 평가의 중요한 열쇠가 됐다.
세 번째 범주인 ‘지역특산물 축제’에는 광주김치축제, 통영나전칠기축제 등 4개 축제가 묶였고, ‘특산물-문화축제의 상관성’, ‘특산물의 경제적 효과’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됐다.
네 번째로 ‘지역특성화축제’ 범주에는 가장 많은 9개 축제가 묶였다. 고성공룡나라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무안연꽃축제, 보령머드축제 등이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바로 ‘지역특성화의 타당성’. 과연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 정도로 그 지역의 특성이 살아있는가 하는 것. 이렇게 네 범주의 평가를 토대로 뽑힌 좋은 축제는 춘천국제마임축제, 안동탈춤페스티발, 금산인삼축제, 김제지평선축제이다.
내용의 참신함과 전문성이 부각된 춘천마임축제는 관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동탈춤페스티발은 전통을 잘 살리는 축제라는 점, 금산인삼축제는 지역 특산물을 축제의 성격에 맞게 연결시킨 점이 높게 평가됐다. 김제지평선축제는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축제로 평가받았다. 부문별 좋은 축제로 뽑힌 네 축제는 모두 적은 예산이지만 내용이 알차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많았으며, 축제의 성격이 살아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역축제 지킴이 관객의 역할 중요

반대로 다른 축제와 차별성이 없거나 주제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축제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강진청자문화제는 다른 도자기 축제와 뚜렷이 다른 기획이 보이지 못했고, 영동난계국악축제는 ‘국악’이라는 특화된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평가에 또 다른 작용을 한 것은 축제에 참여한 관객들의 설문조사. 축제의 취지에 공감하는가, 축제의 내용에 만족하는가, 축제가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는가 등의 기본 방향에서부터 축제의 개선사항까지 개별 축제에 따른 설문조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축제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평가가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축제의 만족하지 못했다”라고 답한 관객들이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는가”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은, 행여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가 자기 지역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순진한 애향심에서 나온 발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성공룡나라축제에 참여한 관객 가운데 축제 내용에 만족한다고 답한 이가 26%인 반면, 지역문화에 도움을 준다고 답한 이가 60%에 이르러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지역축제에서 지역민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지역축제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은 더 이상 시혜받거나 구경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예술학부)는 “지역축제의 생명은 지역민들에게 얼마만큼 문화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느냐이다. 하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문화적 공감보다는 경제적,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 부분이 ‘베푸는’ 관과 ‘직접 만들고 싶은’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틈이다.
문화연대는 앞으로 지속적인 평가와 감리활동을 통해 소모적이고 일회적인 지역축제의 흐름을 바꿔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문화관광부에도 지역축제에 대해 객관적인 감리를 통해 좋은 축제는 지원을 확대하고, 특성 없는 축제에는 지원을 보류하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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