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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뒤 국가의 장래, 창의성 교육에 달렸다”
“20~30년 뒤 국가의 장래, 창의성 교육에 달렸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7.1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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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 정운찬 국무총리 특별강연

cheetah@kyosu.net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학교에 있다가 정부로 가서 일도 잘 못 하는데 환영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오랜만에 대학에 오니 마음이 푸근하고 흥분된다. 오늘 상당한 의욕을 갖고 왔다.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 특히 교육에 관해 평소 하고 싶던 얘기들을 이 자리를 통해 충분히 얘기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정 총리는 이날 강연 주제였던 ‘창의적 인재육성과 3化 정책’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과 학자로서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정 총리는 3화 정책으로 대학 자율화, 고교 다양화, 학력차별 완화를 들며 “3화 정책의 목적은 창의성 교육”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걱정이 많을 것이다. 지금 방학이지만 방학 중에도, 학기 중에도 걱정이 많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인가.” 정 총리가 질문을 던졌다. “취업이 걱정”이라는 학생들의 답이 돌아왔다.

 

“평소 하고 싶었던 교육 이야기 하겠다”

정 총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뒷받침 돼야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던 와중 자신의 ‘개인사’를 언급했다. “나 역시 4학년 2학기 때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하고 취업을 걱정을 했다”는 정 총리는 “그런데 내 이름이 운이 꽉 찬 ‘운찬’ 아닌가. 학과 교수님이 일부 은행에서 무시험제도를 만든다며 은행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운이 좋아 한국은행에 무시험으로 들어갔다”며 웃자 학생들 사이에선 부러움 섞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정 총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창의성 교육이었다. 창의성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 대학이 자율화되고 다양한 고교 교육이 시행돼야 하며, 무엇보다 각자가 속해 있는 사회, 조직이 다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한 것도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서울대 구성원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끼리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간접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교수들도 같은 취지에서 외국인 교수, 서울대 출신이 아닌 교수들을 많이 뽑으려고 했다. 최초로 여성처장을 모신 점도 자랑거리다.”

기초과학 육성에 대한 얘길 할 때는 경제학자로서 세계를 방문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정 총리는 “첨단 과학기술 지식을 창출하고 축적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R&D는 응용중심에서 앞으로는 기초중심으로, 또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에서 연구가 가장 잘 되고 있는 나라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영국의 연구는 세계 최고 중 하나다. 러시아도 대단하다. 이에 반해 개발을 잘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둘 다 잘 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둘 다 잘 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개발은 잘 했지만 연구는 소홀했다. 이제 원천기술이 있어야 한다. 연구 및 개발이 기초를 강화하고, 단기적 안목보다 장기적 안목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강연이 끝나니 예정된 강연시간이 갓 지나 있었다. 정 총장은 그러나 “조금 전 강연에서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많이 해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했다. 여기에 모인 학생들은 얼마나 열심히 질문하는지 알고 싶다”며 질의응답 시간을 자청했다.

대학생 기자들 역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의 질문은 주로 대학 자율화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 총리는 “모든 대학에 일방적인 원칙을 적용해 규제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기초학문 학과가 점점 폐지되는 현상과 등록금 인상문제 등에 대한 소신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고교 자율화로 영어, 수학 등 대학입학에 도움이 되는 과목 수업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학생의 질문에 정 총리는 “일부 고등학교에선 대학입시 주력과목을 가르치겠지만, 일부에서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며 학생들에게 자율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좋은 영향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기초를 튼튼하게 하되 나머지 과목은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 크게 오르지 않게 대학지원 모색”

등록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대학 자율화로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정 총리는 “대학들에게 등록금을 얼마까지만 받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이드라인은 좋지만 규칙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비싼 대학엔 학생들이 가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한 답변도 눈에 띄었다. 국무총리 생활이 어떠냐는 학생기자의 질문에 정 총리는 “국무총리직이 아주 어렵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 총리는 “언어가 좀 미숙하다. 아직 여의도 언어나 세종로 언어에 미숙해서 어휘부족 때문에 고생을 좀 하고 있지만, 이제야 조금 파악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예정된 강연은 30분이 지나있었다. 정 총리는 “질의응답을 다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다. 궁금한 점은 총리실 홈페이지에 남겨달라”고 말하며 강연 장소를 떠났다.
?정운찬 국무총리 특강 전문 www.kyosu.net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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