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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 중국 : WTO 체제 속에서 중국 대학 MBA의 진통
[해외통신원리포트] 중국 : WTO 체제 속에서 중국 대학 MBA의 진통
  • 이연도 / 중국통신원
  • 승인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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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3:36:44
이연도 / 중국통신원·북경대 박사과정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문제들은 여전히 중국 지식층의 가장 큰 화두이다. 대학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신문이나 방송매체에서도 자주 WTO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들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대비책 또한 만만치 않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대학 또한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민감해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북경대나 청화대가 세계 최일류대학의 기치를 세우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또한 중국의 WTO 체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 시장의 개방 압력에 직면해 있는 중국 대학에서도 경영·경제학 분야는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어정쩡한 사회주의 체제에서 운영돼 온 중국 경제는 이제 본격적인 시장 경제에 들어섰다. 문제는 사회의 변화 속도를 대학이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개인 사업가나 국제간 무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를 뒷받침해 줄 이론 기지로서의 능력이 현 중국 대학에는 부족하다. 그 단적인 예를 지금 중국 대학의 MBA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이론 기지로서의 능력 결여

현재 중국 MBA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한마디로 ‘부즐치엔’(不値錢),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북경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MBA과정의 주임을 맡고 있는 왕건국 교수는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째, 교수의 자질문제로 대부분의 교수 구성이 비전공자로 이루어져 있고 실제 현장 관리경영을 이해하는 교수가 적다. 둘째, 대학의 인식이 낙후돼 있다는 것. 일부 대학들은 MBA와 EMBA의 차이도 모르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 교수에 대한 대우가 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우수한 교수를 확보할 수 없다. 넷째, MBA의 수준이 낮아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취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다섯째, 입학기준이 들쭉날쭉이라 좋은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고 한다. 여섯째, 연구수준이 아직 형편없이 낮다. HBR(Harvard Business Review)과 같은 국제전문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국내에는 아직까지 전문 학술지가 없다.

지난 3월 18일자 ‘21세기 경제보도’ 신문이 중국 MBA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단기적으론 국가의 교육산업 보호정책에 의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방이 진행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대학들도 발빠르게 시장 개방에 대처하고 있다. 북경대에서 진행 중에 있는 두 마리 토끼 전략, 즉 ‘雙黃蛋戰略’도 그 일환이다. 1년은 외국에서 연수하고, 1년은 국내에서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 계획은, 양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학위 또한 양쪽에서 받는다. 이른바 ‘雙語雙學位’ 전략인 것이다.

발빠른 대처 움직임 일기도

대학으로선 선진 교수법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학생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꿩먹고 알먹는’ 셈이다. 북경대와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지난 학기부터 동시에 이 과정을 시행하고 있고, 다음 학기부터는 프랑스의 ESSEC대도 참여한다. 현재 북경대는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과도 상당한 접촉을 갖고 있다.

중국 MBA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지식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중국 시장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다. 콧대높은 하버드대가 작년 10월 스스로 HBR의 중국판 합작자를 모집하기 위해 북경에 온 것이나, 북경대와 공동으로 온라인 교육망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청화대에서 최고 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는 사람은 동시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인증서를 받는 것 또한 그렇다. 중국 MBA시장이 단순히 외국 대학의 각축장으로 전락할지, 중국 대학들이 빠른 시간 내에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중국 교육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지표로서 눈 여겨 볼만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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